북 ‘평시 해상사격 구역’ 선포 Q/A

워싱턴-허형석 huhh@rfa.org
2009.12.24
북한이 서해상에서 다시 긴장 국면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북한군은 21일 해군사령부의 성명을 통해 ‘평시 해상사격 구역’을 지정했다면서 모든 어선과 기타 함선은 피해가 없도록 안전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남쪽을 위협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여러 복선을 깔고 있다고 보입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북한이 서해상에서 다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데 이것은 무슨 내용입니까?

기자: 먼저 북한 해군사령부의 발표를 직접 인용해서 보겠습니다. 해군사령부는 “남조선 군부 호전광들의 무모한 군사적 도발 책동에 대응해서 우리 해군은 아군 서해상 군사분계선 수역을 해안 및 섬 포병 구분대의 ‘평시 해상사격 구역’으로 선포한다”고 선포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해군사령부는 또 “해상사격 구역에서는 모든 어선과 함선은 피해가 없도록 안전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경고 발언을 했습니다. 이밖에 “조선 서해에는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NLL)이 아니라 우리가 선포한 해상 군사분계선만이 유일하게 존재한다는 점을 내외에 천명한다”면서 기존의 북방한계선을 무시했습니다. 이런 발표 내용은 긴장감의 조성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북한이 말하는 ‘평시 해상사격 구역’은 어느 곳을 말하는 것이지요?

기자:
현재 서해에서 남북한의 해상 분계선 역할을 하는 선은 NLL이라는 북방한계선입니다. 이 선은 53년 한국전 휴전협정에 근거해 휴전 당사자들이 거의 황해도 해안을 따라 설정했습니다. 백령도, 연평도, 대청도, 소청도와 우도 등 한국의 관할에 있는 서해 5도가 NLL 밑에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1999년 갑자기 자체 해상분계선을 선포하고 NLL을 무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해상분계선은 NLL보다도 훨씬 더 밑으로 그어져 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설정했다는 ‘평시 해상사격 구역’은 NLL과 해상 군사분계선 사이에 있는 넓은 해역이 됩니다.

앵커:
북한이 NLL과 자체적으로 선포한 해상 군사분계선 사이의 해역 일대를 ‘평시 해상사격 구역’으로 설정한 조치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습니까?

기자:
그 같은 조치는 그곳에서 활동하는 한국 어선과 해군 함정을 언제든지 해안포나 미사일로 공격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들의 발표대로라면 이 해역에 들어간 한국 어선, 함정은 공격을 받더라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게 됩니다. 북한 군부는 올해 5월 27일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성명을 내고 서해 5도의 법적 지위와 한국 어선과 함정의 안전항해를 보장할 수 없다고 협박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조치는 이보다 수위를 더욱 높인 협박성 조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NLL의 무력화를 노리는 강도 높은 전술로도 보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한국을 이처럼 협박하는, ‘평시 해상사격 구역’의 선포는 도대체 무슨 의도에서 나왔다고 보이나요?

기자: 우선 북한의 발표 내용에서 그 의도를 찾아보겠습니다. 이들은 서해상에서 있었던 한국의 포사격 훈련을 거론했습니다. 이에 대응해 북한도 평시에 포사격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또 11월에 있었던 대청해전에서 한국 해군의 공격으로 상당한 피해를 받은 데 대한 분풀이로 볼 수가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와 함께 NLL에 관심을 불러일으켜 앞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국제 사회의 문제로 부각하려는 깊은 의도도 있다고 분석됩니다.

앵커: 한반도 평화체제를 문제로 부각하려 한다는 북한의 깊은 의도에 귀가 솔깃합니다. 이것을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 체제 안정을 꾀하려 합니다. 북미 양자대화에서 이것은 주요 의제였습니다. 북한은 ‘평시 해상사격 구역’을 설정해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명분을 쌓아가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입니다. 북한은 한반도가 분쟁 지역이라는 점을 널리 알려서 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부각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조선정책 특별대표의 평양 방문에 즈음해서도 미국과 북한이 평화협정을 체결해야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의도는 재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12월 2일자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이 신문은 “지난 11월 서해에서 일어난 무장 충돌은 조선반도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재확인케 하였다”라며 한반도가 분쟁지역이라는 점을 부각하려 했습니다.

앵커:
북한의 발표대로라면 서해 5도의 남한 주민들은 ‘평시 해상사격 구역’의 사정권에 들어가 있어 상당한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을 텐데요?

기자: 앞서 설명을 드린 대로 서해 5도는 모두 북한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해상 군사분계선 안에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북한 포대의 사정권입니다. 북한의 이런 조치는 서해 5도민에게 심리적 부담을 안길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1999년 해상 군사분계선을 일방적으로 선포할 때 분계선 위에 있는 서해 5도에는 폭 1마일의 수로만 개방한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이곳의 남한 주민은 북한의 이번 조치에 그다지 동요하지 않습니다. 북한의 협박과 공갈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도 아니어서 이들은 북한이 또 통상적인 ‘도발 선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해상으로 사격 연습을 할 수도 있는 북한 해안 포대의 현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북한은 해안포 100여 문을 백령도를 마주보는 장산곶부터 옹진반도, 해주, 사곶, 등산곶 등까지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중 장산곶과 강령군 일대에는 해안포가 더 집중적으로 배치됐다고 전해졌습니다. 한국의 군 정보당국은 해안포가 최근 사거리 20킬로 이상인 대구경 포로 교체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런가하면 해주 인근과 등산곶 주변에는 사거리가 83-95킬로미터인 실크웜, 스틱스 등 지대함(地對艦) 미사일이 집중 배치됐다고 합니다.

앵커: 북한이 발표대로 자신들이 선포한 해상 군사분계선 이북 해역을 겨냥해 포를 갖고 사격 연습을 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요?

기자: 북한이 실제로 사격을 한다면 이는 NLL 이남을 공격하는 행위여서 국지전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도발입니다. 국제 사회의 비난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과연 이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이에 따른 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과거에도 협박성 발언을 하고 나서 이를 실천에 옮긴 적은 드뭅니다. 현재의 남북, 북미 관계가 얼어붙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무모한 행동에 나설 이유는 거의 없다고 전망됩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북한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평시 해상사격 구역’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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