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달 2월 10일 신의주 인근 위화도 벌판엔 1만 명은 넘을 군인들과 돌격대원들이 집결했습니다. 위화도는 500년 조선왕조의 시발점이 되는 역사적 장소인데, 1388년 5월 22일 이성계는 이곳에서 요동 정벌군 5만을 되돌려 개경으로 진격했습니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이후 637년이 흘렀는데, 이후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위화도에 모인 적은 아마 없었을 겁니다.
이들 앞에서 김정은은 이곳에 450정보 규모의 온실 농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북한 실정을 냉정하게 분석해 보면, 지금 북한 인민에겐 온실에서 생산된 토마토, 오이보단 식량이 더 시급할 것입니다.
쌀 1㎏은 1년 전에 비해 60% 오른 북한돈 8,000원 이상에 거래되고, 석탄과 화목 가격도 최근 두 달 동안에만 50% 이상 뛰었다고 합니다. 달러 환율은 1년 전보다 무려 2.5배나 올랐습니다.
인민은 식량과 땔감 가격을 감당할 수 없어 주린 배를 안고 추위에 떨고 있는데 김정은에겐 대규모 온실 건설이 우선입니다.
북한 대규모 온실 왜 짓나?
북한은 생산비를 시장에서 환수하는 시장경제 체제가 아닙니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온실 재배에 든 원가를 농산물에 반영해 팔고, 그렇게 팔아서 번 돈으로 다시 생산비를 충당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농산물을 원가 이상으로 저렴하게 공급하기 때문에 생산비가 반영되지 않습니다. 물론 이렇게 저렴하게 먹는 사람들은 특권층에 집중돼 있습니다.
이런 북한이 초대형 온실 운영에 드는 연료, 전력, 비료 등을 장기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요. 현재까진 감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5년 내에 건설한 다른 3개의 초대형 온실들이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즉 인민의 땔감은 없어도 온실 난방용 석탄은 보장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김정은의 ‘삽질’ 구상은 온실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특히 올해 더욱 통이 커졌습니다.
지난해엔 매년 지방공업공장 20개를 짓겠다고 하더니 여기에 더해 올해 군 병원 및 종합봉사소 3개를 시범적으로 건설하고 내년부턴 20개씩 짓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비싼 의료 장비를 수입해야 하는 병원 건설은 지방공장 건설보다 돈이 더 많이 듭니다. 김정은은 또 평양 1만 세대 주택공사를 앞으로도 이어가고, 원산갈마관광지구를 6월까지 개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확실히 김정은의 자신감과 씀씀이가 달라졌습니다. 그의 돈주머니는 어떻게 채워졌을까요.

씀씀이 커진 김정은 주머니 어떻게 채워졌을까
전통적으로 북한은 북·중 교역을 통해 외화를 벌었습니다. 사상 최강의 유엔 대북 제재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6년에 북한의 대중 무역의존도는 88.2%였고, 무역 규모는 58억 달러였습니다.
하지만 2024년 북·중 무역 규모는 21억 8천만 달러로 8년 전의 37.6%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2016년에 26억 달러였던 대중 수출액이 지난해엔 3억 2천만 달러로 급감했습니다. 요즘 최악으로 악화된 북·중 관계까지 감안하면 김정은이 중국에서 외화를 조달하긴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 이후인 2020년 1월부터 2023년 7월까지 3년 7개월 동안 북한 국경은 꽁꽁 닫혔고 대외 교역도 중단됐습니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돈주머니가 텅텅 비어야 정상이지만, 최근 건설 행보는 그와는 반대입니다. 최근 1년 남짓 기간 김정은이 어디선가 많은 돈을 얻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추정 가능한 자금 출처는 두 가지로 압축이 됩니다.
우선 러시아에 탄약과 무기를 아낌없이 보내주고, 심지어 파병까지 한 대가를 받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게 얼마나 되는지는 양국이 침묵하는 한 외부에서 알기 어렵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머잖아 끝나게 된다면 이후 뒤따를 대규모 건설 수요에 북한 노동자들이 대거 파견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기에 원산갈마관광지구를 러시아 부상병 수만 명을 위한 휴양시설로 전용한다면 김정은의 돈주머니는 더욱 불룩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다음으론 북한 해커들의 활약을 들 수 있습니다.
올해 2월 21일 세계 3위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소에선 인류 사상 최대의 해킹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로 추정되는 해커들이 무려 15억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빼갔다고 합니다. 또 미국 암호화폐 분석회사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해커들이 탈취한 암호화폐 액수는 13억 4천만 달러로 전 세계 가상자산 해킹 피해액의 61%에 이릅니다.
이 분석대로라면 김정은은 세계에서 훔친 돈만으로도 충분히 대규모 토목공사를 감당할 수 있는 것입니다. 현재 북한 해커들의 대다수는 중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을 막지 못한다면 ‘도둑놈의 자신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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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김정은이 어떻게든 많은 돈을 벌었다면 당장 급한 인민생활을 위해 쓰지 않고, 대규모 토목공사에만 돈주머니를 여는 이유를 여러분들은 아셔야 합니다.
이번에 압록강 피해 공사 때 벽돌까지 중국에서 사 왔는데, 이런 건설 자재를 외국에서 사 올 돈으로 러시아의 밀만 수입해도 식량 가격의 급작스러운 상승으로 민생이 파탄 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미 역사 속에 사라진 수많은 독재자들이 그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습니다. 독재자들에겐 제일 중요한 일은 인민이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력 유지입니다. 그러려면 국민을 채찍질할 구실이 필요합니다.
채찍을 휘두르기엔 대규모 토목 건설만 한 것이 없습니다. 인민이 마감 기간이 정해진 삽질 과제에 정신을 쏟다 보면 불평할 여유도 없게 됩니다. 김정은은 그저 채찍만 열심히 휘두르면 됩니다.
생활고로 인한 인민의 아우성이 높아질수록 김정은이 휘두르는 채찍 소리는 더욱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북한 인민이 웃게 되는 해뜰 날은 언제나 찾아오게 될까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