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정권수립 이후 모든 건설사업을 김씨왕조의 통치실적을 선전하기 위한 전시성 건축물을 세우는데 집중해왔습니다.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 살림집에서 학교, 병원, 공장, 호텔 등 숙박·유희시설까지 모든 건축물을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도구로 생각하고 건설하는 것입니다. 건축물을 이용하게 될 주민들의 편의성이나 효용성보다는 건물이 완성되었을 때 외부세계에 어떻게 비쳐질 지를 먼저 계산하고 설계 및 공사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특히 대형 건축물일수록 규모와 외관에만 치중한 나머지 경제성이나 효율성이 크게 떨어져 실패작으로 낙인 찍힌 건물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로 북한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외양에만 치중한 나머지 실패작으로 꼽히는 건물이 많은 북한에서 대표적인 흉물로 지목되는 건물이 지난 1987년 착공된 평양의 류경호텔입니다. 1980년대 남한에서 최고층 빌딩인 여의도 63빌딩이 완공되자 북한은 남한과의 체제 우월성 경쟁을 벌이기 위해 101층짜리 초고층 건물을 세우기로 결정했습니다. 건물용도는 건물 이름에 나타나듯이 명목상 호텔입니다. 착공 당시에는 북한 같은 폐쇄국가가 외국관광객을 위해 초고층 호텔을 짓는다는데 대해 모든 사람들이 의아해 했습니다. 외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류경호텔은 착공한지 48년이 지나도록 완공하지 못하고 2025년 현재까지 북한 건설의 대표적인 실패작으로 남아있습니다.
북한당국의 최악의 3대 실책중 하나로 꼽히는 류경호텔은 고난의 행군시기 경제난으로 건설이 중지되었으며 무리한 공사 진행과 자금부족에 의한 부실공사까지 겹쳐 오랜 기간 건설이 중단되었습니다. 지난 1996년 9월 독일 슈테른지(Stern)의 페터 한네스 레만 기자는 북한현지 취재로 작성한 기사에서 “평양의 류경호텔은 공사가 중단됐으나 철거할 경우 체면이 손상될 것을 우려해 현 상태로 방치돼 있다”고 기술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 북한을 방문한 유럽상공회의소 소속 마커스 놀랜드(Marcus Noland) 박사는 “이 건물은 완공은 물론 수리도 불가능하다. 콘크리트의 강도가 부실할 뿐 아니라 엘리베이터 샤프트도 기울어진 상태이다”라는 조사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즉 피사의 사탑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로 부등침하(不等沈下)가 발생해 사용할 수 없는 건축물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관련기사
1989년 공사 중단 이후 근 20년간 콘크리트 뼈대만 앙상한 전형적인 폐건물로 평양시내의 흉물로 자리잡고 있던 류경호텔의 공사재개를 위해 북한 당국은 외국 건설사들을 상대로 모든 노력을 기울였으나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북한은 류경호텔의 외장공사라도 진행해 흉물스러운 모습을 가리기 위해 2011년 중국산 자재를 수입해 가까스로 외장공사를 마쳤습니다. 현재 류경호텔 내부는 폐건물의 흉물스런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으나 겉모습은 그런대로 초고층 건물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듯 건설 과정을 보면 텅빈 유령건물로 북한의 망신스런 건축물이지만 북한은 이 유령건물을 대외선전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외국의 언론 매체에 북한을 소개할 때 김일성-김정일 우상화조형물(동상, 영생탑 등)과 함께 평양의 랜드마크로 소개되는 것이 류경호텔의 겉모습 사진입니다.
지난 2012년부터 집권한 김정은도 자신의 치적쌓기에 골몰한 나머지 전시성 건설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그렇지 않아도 허약한 북한의 경제를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뜨렸습니다. 평양을 현대화된 도시, 새로운 모습으로 재건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살림집(아파트) 건설, 만수대거리, 미래과학자거리, 은정과학자거리, 여명거리 등 새로운 시가지 조성은 물론 많은 공장과 놀이문화 시설을 건설하는데 국가적 역량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건설 공사가 일반 주민의 생활여건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여주기식 전시성 공사라는 비난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자랑하는 평양 여명거리도 당 간부 등 특권층만을 위한 주택사업으로 김정은 자신의 권위와 체면만을 생각한 인민생활과는 무관한 건설사업입니다. 여명거리, 창전거리에 들어선 2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들은 겉모습은 그럴듯 해보여도 상하수도 시설미비와 전기부족으로 시간제 송전을 하는 바람에 승강기(엘리베이터)가 정상작동하지 않아 고층 입주민들은 곤혹을 겪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평양 살림집 10만 세대 건설사업도 자금과 인력부족으로 정해진 준공기일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20년 3월에 착공된 평양종합병원은 북한의 전시성 건설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가 되고 있습니다.
요란한 선전과 함께 착공식에 참석한 김정은은 2020년 10월까지 평양종합병원을 완공해 인민들에게 질좋은 의료혜택을 제공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외부 골조공사는 같은 해 10월에 완공되었지만 종합병원에 필요한 의료장비와 내장재 부족으로 2025년 2월 현재까지 병원이 완공되어 개원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착공한지 5년이 지나도록 병원 문도 열지 못했는데 병원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주민부담으로 떠넘겨 주민들속에서 당국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이밖에도 김정은은 외국관광객을 유치한다며 원산갈마관광지구 조성사업, 마식령 스키장 건설, 삼지연시 건설사업 등 불요불급한 보여주기식 건설사업을 계속 벌여 자금과 국력을 낭비하고 있다고 한국의 탈북민들은 비판하고 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