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류현우의 블랙북스,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 당국이 야심차게 선보인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지난주부터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북한 당국이 이 관광지구를 당초 ‘카지노’ 시설로 운영하려 했다는 이야기,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 나오셨습니다.
[진행자] 대사님께서는 원산갈마지구를 방문해 보신 적이 있으실까요?
[류현우] 네, 한 번 다녀왔습니다. 2017년 6월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북한에 출장차 귀국했었는데, 당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투자유치담당 상무조(TF) 책임자였던 외무성의 신모 경제협조국 부국장이 당시 외무상이었던 리용호에게 제기해서 해외주재 대사로 임명받은 직원들이 해당 나라들에서 투자유치에 집중하도록 현장을 다녀오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렇게 되어 출장 중이던 저도 이들 속에 망라되어 원산에 내려갔습니다. 그때 내려갔던 사람들이 저까지 도합 5명이었습니다. 평양에서 원산으로 내려가는 버스에서 신 부국장이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2017년 3월 상무조가 투자유치 때문에 중국에서 카지노업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데려와 원산갈마지구를 보여준 적이 있다고 합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조성과 관련해 기본적인 구상은 카지노였습니다.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관광지구에 2개의 카지노를 건설하려고 계획했다고 합니다. 자기도 이 세상에 3대 카지노 도시가 있다는 것을 태어나 처음 들었다고 합니다. 3대 카지노 도시는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중국의 마카오, 모나코의 몬테카를로라고 합니다. 그런데 중국의 카지노 업계 전문가들이 하는 말이 만약에 리조트와 함께 3대 카지노 도시에 걸맞는 카지노장을 만들려면 북한이 두 가지 문제점을 완전히 갈아엎어야 한다고 조언했답니다.
원산갈마관광지구, 초기 구상은 ‘카지노’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조언이 있었나요?
[류현우] 금융제도의 완전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도박을 하겠다고 오는 사람들이 현금을 캐리어에 넣어가지고 오지 않습니다. 현지에 와서 현금을 인출하든지 혹은 은행계좌에서 다른 계좌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북한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북한에서는 현금인출과 계좌이체 방식자체를 모릅니다. 저희들도 쿠웨이트에 있을 때 걸프(Gulf)은행에 있는 대사관 예금계좌에서 현금인출과 관련한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은행시스템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금융제재를 받기 때문에 달러나 유로의 송금, 인출을 차단당했습니다. 한마디로 카지노를 하자면 현금을 자유롭게 인출하고 은행 대 은행간 송금, 이체가 자유로워야 합니다. 더욱이 인터넷 뱅킹 등 금융활동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인터넷을 사용해야 합니다. 북한에서 인터넷은 불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제대로 된 카지노장을 운영하려 한다면 금융시스템을 완전히 갈아엎고 국제금융시스템에 합류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핵, 미사일 때문에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도 퇴출 당하고 원활한 국제 금융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첫번째 문제는 북한에 인터넷 구축 등 정치체제와 직결되어 있고 또 개혁과 연결되어 있어 정치적으로 매우 예민한 문제입니다.
[진행자] 북한 관광을 할 때 송금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가장 불편한 것은 비자, 그러니까 사증을 쉽게 받을 수 없다는 문제 같습니다.
[류현우] 네 그렇습니다. 중국의 카지노 업계 전문가들도 이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도박을 하러 오는 외국인들이 입국 비자가 까다로우면 오려고 하지 않습니다. 카지노장이 좋은 곳도 많은데 하필이면 40~60일 걸리는 비자발급 절차를 밟으면서까지 북한에 갈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는 공항에 내려서 현지에서 관광비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비자를 한 번 받으려면 짜증이 날 정도로 기다려야 하고 대사관, 영사관에서 비자를 주는 것이 아니라 평양에 비자 신청자의 자료를 보내 국가보위성 산하 출입국사업국의 승인이 나와야 입국 사증을 줍니다. 그 기간이 보통 1~2개월입니다. 그러니 카지노를 하려면 비자 신청을 간소화해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체제 수호가 기본이기 때문에 비자는 외무성 영사국사증과의 영역이 아닌 국가보위성 출입국사업국의 관할입니다. 외무성 영사국사증과는 이른바 바지저고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사증 신청 및 승인 절차를 가지고는 카지노를 할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 한마디로 북한의 개방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신 부국장의 말을 듣고 보니 김정은도 이 문제는 승인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본질적으로 개혁, 개방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체제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예민한 문제였습니다. 그때 그의 말을 들으며 그냥 관광으로 버는 수입보다 카지노로 버는 수입이 짭짤할 텐데 체제유지를 위해서는 할 수 없으니 김정은에게는 ‘그림의 떡’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행자] 원산갈마관광지구 인근에는 갈마비행장도 있습니다. 이곳은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한국측 대표단도 이용한 곳인데요. 만약 해외 여행객들이 항공편을 통해 북한을 방문한다면 이곳에 도착하게 되는 걸까요?
[류현우] 네. 그럴 겁니다. 현재 갈마비행장은 군용에서 민간으로 이전되었고 정식 명칭은 ‘원산국제비행장’입니다. 원산시에서도 매우 가깝습니다. 현재 원산국제비행장은 민용공항으로서 터미널도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많은 직항기가 찾는 국제공항이기보다는 작은 규모의 공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공항 바로 옆에 리조트가 있거든요. 직항기에서 내려 바로 수속하고 리조트를 이용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라선 지역처럼 외부와 연계가 차단돼 있습니다. 가장 좋은 실례가 바로 금강산관광지구입니다. 금강산관광지구처럼 한국인 관광객들이 관광지구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했다는 말씀입니다.
북, 트럼프 ‘북 해안가’ 언급에 화답할까?

[진행자]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첫날 ‘북한의 해안가’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아마도 원산갈마관광지구를 의미하는 것 같은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원산갈마지구와 관련한 미국의 지원을 북한에 제시한다면 김정은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얼마나 있다고 보시는지요.
[류현우] 나는 100% 받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정은이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대북제재 해제입니다. 현재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포괄적인 대북제재로 최악의 상태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원산갈마지구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또 지원하겠다고 하면 그것은 김정은이 바라는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에 대한 투자와 지원은 인도적 지원을 제외하고는 금지된 상황입니다. 인도적 지원은 식량, 식품, 천막 등 긴급 재난에 따른 지원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발지원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개발지원은 투자와 차관, 기술, 공장 지원과 같은 하부구조에 따른 지원을 포함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의해 수출품의 95% 이상이 금지품목으로 되어있습니다. 게다가 와인, 피아노, 자동차 등 사치품은 절대 수입 불가입니다. 심지어 리조트에 들어가는 가구도 안됩니다. 그런데 미국이 원산갈마지구에 대한 지원을 하겠다면 이것은 유엔 대북제재 해제를 기반해야 합니다. 저절로 해제되는 셈이지요. 그러니 김정은은 반드시 환영할 것입니다. 러시아에 북한군 병사들을 파병해 돈을 받는 것도 또 해킹을 통해 가상자산을 탈취하는 것도 결국에는 지속 가능한 외화벌이가 아니고 더욱이 정상 국가의 무역 활동이 아닙니다. 김정은도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고 무엇을 하겠다면 그것은 실현 불가능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나는 김정은이 미국인 관광객이 온다면 그들의 방북에 두 손 들어 환영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씀씀이가 큰 미국인 관광객이 가난한 러시아인 관광객보다 더 환대를 받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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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북한은 원산갈마 지구에서 한때 미사일을 빈번하게 쏘아 올린 바 있습니다. 이렇게 미사일 발사 시설과 관광 지구의 공존, 가능할까요?
[류현우] 북한은 2016~2017년기간 무차별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핵실험을 연이어 강행했습니다. 이 때문에 유엔 안보리에서 포괄적인 대북제재가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습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영역 안에는 북한 공군비행장으로 이용하던 갈마비행장이 있었습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이 착공되면서 전투기들은 다른 군용비행장으로 이관되었고 갈마비행장은 민용비행장으로 탈바꿈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2016, 2017년 북한은 갈마비행장 활주로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빈번히 진행했습니다. 사실 관광이라는 것은 평화와 직결되어 있는 산업입니다. 전쟁터가 되어버린 나라에 누구도 관광하러 가지 않거든요. 이처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리던 곳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되면 누가 관광하러 그곳으로 가겠습니까? 미사일과 같은 폭력과 전쟁의 이미지가 있으면 사실 관광지구로는 절대 선택할 수 없죠.
[진행자]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가 성공하면 북한 정권에 많은 외화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대적인 성공을 위한 조건으로는 체제개혁 및 개방, 대북제재 해제 등 여러 가지가 충족돼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충족시켜 관광사업을 진행하다가는 북한 체제에 균열이 생길수도 있습니다. 모순적인 상황인데요. 북한 관광 사업이 흥행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류현우의 블랙북스 오늘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와 함께했습니다. 대사님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