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간부들에게] 주민 자유 허용해 도농 간 격차 해소해야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2월 한 달 동안 노동신문은 지방발전 20x10 정책 계획의 첫째 대상 사업 시군으로 지명되었던 20개소에서, 공장건설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인민군 124연대의 노고를 치하하며 공장건설완성을 기뻐하는 주민들에 대한 기사로 그리고 금년 중 지방 공장 착공이 예정된 시군들에 대한 전망을 예상한 기사로 가득했습니다. 아무쪼록 이런 여러분 당의 지방발전 공장 건설 계획이 차질없이 예정대로 진행되어, 여러분 당이 집권한 지난 80년 가까이 세기적 낙후성으로 고생했던 북한 지방 거주자와 농민들의 격차가 해소되고 기아와 영양부족에서 해방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당 간부 여러분! 이런 관점에서 본 방송자는 지난 2월 18일부터 4차례에 걸쳐 여러분 당의 당보가 보도한 기획기사 ‘사회주의 농촌이 변모된다’를 꼼꼼히 읽었습니다. 그 첫 기사는 ‘사계절 울리는 새집들이 경사의 노랫소리’였습니다. 기사 내용은 “8만 7000여 세대, 농촌혁명강령이 제시된 지 3년 동안에 1500여 개의 농촌마을에 새 살림집이 건설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남포시, 평안북도, 황해남도, 함경남도 등 북한 각 도에 골고루 새 주택이 건설되어 농민들이 새집들이에 황홀한 기분이라는 기사였습니다. 노동신문은 분명하게 “이로써 도시의 문명이 두메산골에 찾아왔고 농촌마을의 새로운 청춘기를 맞이했다”고 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우리들 해외의 북한 관찰자들은 이런 기사가 진실이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이처럼 북한의 사회주의 농촌이 변모되었다고 한다면, 마땅히 물질·경제적 토대의 영향을 받은 지방 거주민들과 농민들의 의식 수준의 변화는 필연적이며, 그 결과 그동안 농민들이 느껴왔던 차별 의식 즉 여러분 당이 스스로 밝혔던 도농간의 차이는 해소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농민 스스로 ‘나의 생활은 도시 주민과 다를 바 없다. 현대적 사회주의 문명을 도시인과 꼭 같이 누리고 있다’는 인식은 내가 차별받고 있다는 종래의 인식을 스스로 깨게 될 것입니다. 농민들이 도시인을 만난들 열등의식을 갖지 않을 것이고, 반면 도시 노동자도 농민을 사상적 개조가 필요한 낙후된 계급으로 보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도시 노동자와 농촌 농민들의 인식의 변화를 전망하면서 본 방송자는 생각해봅니다. 여러분 당도 스스로 지방 거주자와 농민들에게 가해왔던 차별대우들, 그 대표적인 예가 된 이동제한 정책을 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행증 발급을 통해 주민의 이동을 제한하는 이 정책이야말로 도농간 차별화의 대표적인 예라 할 것입니다. 평양을 방문하고 싶어도 도 인민위원회 2부의 승인번호가 찍힌 여행증을 발급받아 소지해야만 하지 않습니까? 금년에 들어와서 김정은은 관광사업에 대한 국가적 관심을 표하면서 이에 따른 각종 유휴시설들을 새로 건설한다고 합니다. 날이 갈수록 새로운 문화시설에 대한 일반 인민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인데 이런 관심에 응하려면 우선 종전과 같은 지방 거주자에게 여행증 발급 같은 차별 정책은 마땅히 폐기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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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간부 여러분! “속담에 풀이 우거진 황야라 할지라도 사람이 오고 가면 길이 생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오고 가는 길이 생겨야 새로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여러분 당은 여전히 농민들의 인식 변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식 변화는 선동원의 사상교양사업으로 성취될 수 없습니다. 농민들의 인식변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도는 농민들 스스로 도시를 수시로 방문하고 각종 유휴시설을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허용함으로써 농민 스스로 도시인과 하등의 차별 없는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음을 느낄 때 가능합니다.

김정은, 김주애 강동온실 방문
북한 강동온실 북한 김정은 총비서와 김주애가 북한 강동온실을 방문하는 모습. (Reuters)

지방 거주 농민들이 김정은이 주장하는 사회주의적 현대 문명이란 어떤 것인가를 알게 하려면 그들 스스로 체험할 수 있도록 왕래의 기회를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지금 여러분 당이 그처럼 강조하는 과학농사에로의 전환 역시 농민들 스스로 현지를 자유롭게 방문하고 느낄 때 일어납니다. 현실을 대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농민들의 시야와 안목을 확실히 넓히는 길은 바로 현지를 직접 보고 체험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당이 강조하는 농민에 대한 비판, 낡고 뒤떨어진 생활관습이 지배하는 농민들의 머릿속에 아름다운 꿈, 위대한 이상이 자리잡도록 하는 가장 빠른 길은 그들이 실제를 보고 느끼고 자신의 인식 개조, 사상 개조를 단행할 때 이뤄집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책을 들여다 보며 경험과 뚝심이 아니라 과학과 기술을 믿고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인식이 일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농촌진흥의 새 시대를 조속히 앞당기려면, 농민들이 생산 기술에서 눈부신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온실농장을 직접 가 보면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선대 김정일이 등극하던 1974년 이래 지난 50여 년간 여러분 당은 3대 혁명이란 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사상, 기술, 문화혁명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 3대 혁명이 북한 사회에 정착되었습니까? 왜 안 되었는가? 농민들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왜 진심으로 3대 혁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는가? 그것은 진실한 정책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선진적 사상이 아니라 봉건적 세습왕조체제 형성을 위한 반인민적 반사회주의적 사상을 강조했고, 현대적 기술 습득의 기회를 넓히면서 과학기술 습득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비과학적 개인숭배사상을 강조하면서 진정한 과학기술 습득의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문화혁명을 주장하면서 선진 과학 문명과 접할 기회 자체를 완전 봉쇄했습니다. 오늘날 여러분 당의 3대 혁명 추진도 지난 50여 년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더구나 현재는 더욱 봉쇄, 금기, 통제가 강화되었습니다.

과연 지방발전 20x10정책이 추진된다고 해서 여러분 당이 선진과학기술을 터득할 수 있도록 해외의 정보와 자유롭게 접하도록 허용할 것인가? 도농간의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고 모든 인민이 자유롭게 선진문화 문명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동의 자유, 거주의 자유, 해외여행의 자유, 통신의 자유, 새로운 지식과 접촉의 자유를 허용할 것인가? 당 간부 여러분은 무엇보다 먼저 당 정책에 대한 비판의 자유를 허용하는 대담한 노선 전환, 한마디로 체제 개혁과 개방을 갈구하는 청년지식인들의 절실한 요구에 답해야 합니다. 이런 대담한 변화가 있을 때 북한 농촌, 농민, 농업의 변화가 가속될 것임을 강조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