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북한의 적화통일 야욕은 현재 진행형

최근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생포된 북한군 포로가 남한 특정 지역의 지형지물을 본떠 만든 시가전 훈련장이 황해북도 곡산군에 조성되었다고 증언했습니다. 황해북도 곡산군은 전술탄도미사일 작전 기지와 북한의 최남단 공군기지가 있고 북한식 자주포(自走砲) 진지가 구축되어 있어 군사 요충지로 지목되는 곳입니다. 이번 북한 포로의 증언으로 남한에 침투할 특수부대의 시가전 훈련장까지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지난 2월 말경 포로로 잡힌 북한 군인은 “곡산에 있는 무력부 훈련장에는 서울 종로구나 부산, 대구, 전주 등 남한 도시의 지형을 본 떠 만든 훈련장이 있다”고 한국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밝혔습니다.

지난 2024년 11월 북한은 김정은이 인민군 제2군단 지휘부를 현지지도하는 사진을 공개했는데 부대 회의실 책상에 펼쳐진 대형 지도에 ‘서울’이라는 두 글자가 뚜렷이 보였습니다. 유사시 2군단의 서울 공격계획 등이 포함된 작전 지도로 추정되었으며 뒤쪽 벽면에는 한국의 주요 지점을 붉은색으로 표시한 지도가 흐릿하게 보였습니다. 이 사진을 본 군사 전문가들은 특수전부대를 앞세워 남한을 기습 침공해 남한 전체를 빠르게 점령한다는 김정은의 소위 ‘3일 단기속결전’을 과시하기 위해 군부대 현지지도를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군사전문가들 속에서 북한 특수부대의 훈련장이 집결되어 있는 곡산군의 전략적 의미를 주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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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강건종합군관학교 시찰
김정은, 강건종합군관학교 시찰 김정은 총비서가 초급 지휘관을 양성하는 강건명칭종합군관학교의 전술 연구실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

최근 김정은이 남한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핵 무력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남한 영토를 평정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서울도 ‘핵 과녁’에 포함된다며 연일 대남 핵 협박의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지난 2024년 4월 23일 노동신문은 ‘핵반격가상종합전술훈련’을 김정은이 직접 지도했다고 보도함으로써 핵을 동원한 남한 적화통일의 야욕을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공격 훈련이 한국과 미국이 매년 실시하는 연합공중침투훈련과 연합종합훈련(KFT)에 대한 대응 훈련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해마다 정례적으로 실시해온 한미연합방어훈련에 대해 시비를 걸고 도발을 감행하는 것은 한미동맹 파기를 통해 적화통일을 이루려는 속셈이 감춰져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후 남한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다가 2018년 2월 한국에서 열린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면서 남한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바꾸는 듯 했습니다. 이후 같은 해 6월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이 성사되었고 이듬해인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이 개최될 때까지 북한은 마치 남한을 무력으로 공격할 의도가 없는 듯 선전매체를 동원해 남북평화공존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되자마자 북한은 미국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한미연합훈련에 대응해 남한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다며 위협했습니다. 남북관계가 좋을 때 남북평화공존을 강조하던 김정은의 태도가 돌변한 것에 대해 당시 한국 국민들은 북한과 김정은의 무력 적화통일 전략이 변하지 않았음을 실감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2021년 1월 개최된 8차 당대회에서 노동당 규약을 개정함으로써 적화통일이 아닌 남북평화공존 노선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한국사회의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노동당 규약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문구를 삭제하고 민족의 공동번영이라는 문구를 추가함으로써 남한 사람들을 헛갈리게 만든 것입니다. 김정은은 앞서 2016년 5월 열린 7차 당대회에서 “남과 북은 상대방의 사상과 제도를 인정하는 기초 위에서 연방국가를 창립하는 길로 나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이런 행태들이 한국사회에 혼란을 불러오기 위한 전략적 발언으로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북한 노동당 규약에는 여전히 무력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최종 목표로 하는 표현들이 남아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의 증언에서 밝혀졌듯이 북한은 남북분단이후 한 번도 적화통일 야욕을 포기한 적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그런 북한이 지금까지 남한에 대한 기습공격을 감행하지 못한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튼튼한 한미동맹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보다 더 강력한 한미연합확장억제력을 갖추고 미국과 한국, 일본의 안보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사회 일각에서 북한의 적화통일 포기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각종 선전 매체와 인터넷 매체를 통한 북한의 위장 평화 선전이 날로 치밀해지고 교묘해지는 상황에서 사실과 다른 잘못된 주장은 북한이 바라는 대로 한국의 내부 분열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