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서방세계 다원주의 비난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3월 13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다원주의의 기만성과 반동성은 가리울 수 없다”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다원주의는 여러 정당과 사회단체들이 각기 자기 몫을 가지고 정권구성에 민주주의적으로 참여한다고 표방하고 있고 각이한 정당들의 연합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방식이나 다당제 등이 그 대표적인 실례”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다원주의는 반인민적인 독재통치, 독점의 강도적 정체를 미화할 목적으로 자본주의 정치무대에 등장했으며 시대의 변천과 더불어 그 죄악적 면모와 함께 반동성, 취약성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을 뿐 아니라 부르죠아 독재통치의 본질을 왜곡하고 합리화하기 위한 위장물”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또한 “다원주의는 극단한 개인이기주의와 이윤의 무제한한 획득을 추구하는 자본가들의 이익실현에 복무하는 반동적인 정치방식으로서 정치생활에서 무정부성과 혼란을 낳게 하며 사회적 불안정을 조성한다”고 헐뜯었습니다. 그리고 “역사와 현실은 다원주의야말로 근로대중의 자주적 요구를 짓밟고 사회를 파국에로 몰아가는 반동적이며 매우 위험한 독해물임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다”고 왜곡 선전했습니다. 끝으로 “자주성을 지향하는 나라들은 다원주의를 집요하게 강요하는 제국주의자들의 범죄적 흉심을 똑바로 꿰뚫어 보고 그것을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고 선동했습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자기의 고유한 정치방식을 버리고 다원주의를 받아들인 나라들에서는 극도의 사회적 무질서와 정치경제적 파국상태가 빚어지고 있다”며 다원주의 진실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기사는 다원주의에 대해 진실을 왜곡하거나 오도하고 있습니다. 그 사례를 찾아 보면 ①”지난 시기 일부 나라들에서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자주적 발전을 지향하던 나라들에서 정권이 붕괴된 중요한 원인은 다원주의를 받아들인 데 있다”는 주장입니다. 또 ②”서방식 민주주의에 현혹되어 다원주의를 끌어들인 나라들에서는 사람들이 적대되는 계급과 계층들로 갈라지고 사회에 약육강식의 생존법칙이 난무하는 비참한 현실이 펼쳐졌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다원주의로 인해 ③”세계 도처에서 적지 않은 나라들이 무정부상태의 내전과 정치적 불안정, 폭력적인 충돌에 시달리고 있다”는 선전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례들을 거론하고 있다는 것은 다원주의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표이며 시대지체상황에 빠져 있다는 것을 드러낼 뿐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례들이 나타난 나라들은 다원주의를 수용하고 실시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와는 반대로 전체주의 독재정치를 추구했기 때문입니다. 다원주의는 개인과 집단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정치적 의견과 이념이 공존하며 존중 받는 입장을 말합니다. 다원주의는 현대 민주주의의 근간입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광범위한 근로대중들이 사회에 극도의 무질서를 조성하고 불행과 고통만을 가증시키는 다원주의에 침을 뱉고 있다”며 다원주의에 대한 혐오와 거부감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런 다원주의 현실 왜곡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다원주의는 국가로부터 간섭과 제재를 받지 않는 ‘소극적 자유’를 전제로 합니다. ‘소극적 자유’는 사상, 양심, 표현, 집회, 결사,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말합니다. 인간이라면 어느 누구나 누려야 하는 기본적 인권입니다. 천부적인 인권의 보장과 존중을 부르짖는 다원주의가 불행과 고통만을 가증시킨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또 근로대중이 다원주의에 침을 뱉고 있다는 주장 역시 낭설이며 북한 인민들이 다원주의 본질과 인권에 대한 깨우침 및 인지적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혹세무민의 사술입니다. 다원주의 사회가 전체주의 사회보다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훨씬 더 잘 보장하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다원주의에 기초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국가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들의 자유 확대에 있습니다. 국가로부터의 자유뿐만 아니라 국가에 의한 자유도 복지 정책과 제도를 통해 나날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다원주의의 진실을 호도하는 궤변은 멈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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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원: 이번 기사는 “다원주의의 집단에 의한 정치는 근로대중을 배제한 자본가계급의 정치이며 부르주아 독재통치의 반동성은폐를 위한 기만적인 간판에 불과하다”고 비난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런 비난에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다원주의는 다양한 가치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복잡성을 존중하며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입니다. 사회 각 분야 이익집단의 자발적 형성과 수평적 확장, 경쟁적 상호작용과 균형, 정부 정책에 대한 영향력 행사, 상호 개방성을 중시하고 국가에 대해서는 수동적 역할을 기대합니다. 이와 같은 다원주의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은 다원주의와는 가장 거리가 먼 대척점에 놓여 있는, 전 근대적인 일원적 전체주의 체제입니다. 개인의 자유와 각계 각층의 집단활동 부정, 대외 개방과 교류 금지, 주체사상 일색화와 수령 유일통치, 단일정당제도와 공산전체주의체제 공고화에 진력하고 있는 봉건세습독재국가입니다. 이번 기사의 다원주의 비난은 김정은 정권의 공산주의 선전강화, 수령권력 절대화, 사회주의 전면발전을 앞세운 인민노동착취 극대화, 미래청년세대에 대한 극단적인 사상통제 등 반인민적인 억압통치를 정당화하고 반자본주의 대적의식을 고취시켜보려는 선전책동으로 해석됩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제국주의자들은 다원주의를 민주주의로 분칠하면서 다른 나라들에 무작정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비난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현대 민주주의는 가치관과 세계관, 진리에 대한 신념이 각기 달라, 가치간의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공동체의 질서와 유지발전에 필요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를 ‘중첩적 합의’라고 부르고 가치충돌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제시합니다. 이러한 해결방안은 서방선진 자유민주주의국가들에서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이 인류지성의 인도주의적 진리탐구와 성과를 제국주의자들의 침략도구로 매도하는 것은 비이성의 극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주민들은 시대착오적인 비난기사를 접하면서 북한체제의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양성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