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북 인민반장,매가구 숫가락 개수도 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북한이 18년만에 ‘전국 인민반장 열성자대회’를 열고 인민반장들에게 관할 주민들의 생활을 깊이 요해하고 따듯하게 보살펴주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이 그럴까요?

북한은 감시로 날이 시작되고, 통제로 해가 지는 곳입니다. 수십가구의 주민 가정집을 감시하는 일을 하는 인민반장은 가정의 숫가락이 몇개인지, 신발이 몇개인지까지 속속들이 꿰뚫고 있다고 합니다. 자유국가에서는 북한 인민반장처럼 행동했다가는 인권침해가 된다는 사실, 여러분은 잘 모르시죠?

탈북기자가 본 인권 시간에 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얼마전 평양에서는 18년만에 인민반장 열성자 대회가 열렸습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제3차 전국인민반장 열성자회의가 16일과 17일 평양에서 진행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명훈 내각 부총리는 “인민반은 주민들과 인민정권기관을 이어주는 사회생활의 기층조직이고 주민생활의 거점“이라며 ”사회주의도덕기풍을 철저히 세우고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을 대중적인 투쟁으로 박력있게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1997년, 2007년에 전국 인민반장열성자 대회를 열였는데, 18년만에 전국의 인민반장들을 다시 평양으로 불러놓고, 주민통제와 비사회주의 극복을 주문한 겁니다. 그러면 북한이 왜 인민반장 회의를 열었을까요?

한국 통일부는 북한에서 열린 인민반장 회의 개최와 관련해 “주민 동원과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2023년 1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제정한 ‘인민반 조직운영법’을 통해 인민반을 재정비하고, 주민통제와 감시, 노동력 동원을 강화하려는 두 가지 목적으로 이번 대회가 개최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행활 없는 “감시”

북한 인민반은 ‘인민반 조직운영법’에 따라 운영되고 있습니다. 16개 조항으로 구성된 ‘인민반 조직운영법’ 규정에서는 인민반장들이 주민들의 생활형편과 감시를 강화하도록 했습니다. 물론 북한은 인민반장들이 주민들의 생활을 알아보고 대책을 취한다고 주장하지만, 탈북민들은 심각한 인권침해, 사생활 침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먼저 인민반 조직운영법에서 몇가지만 보고 넘어 가겠습니다. 북한은 이 법의 10조에서 인민반장들이 인민반 구성 세대들의 건강과 생활 형편 등을 잘 파악하고 필요한 대책을 제때 세우라고 정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경제적 실권이 없는 인민반장들이 어떤 방법으로 주민 생활 대책을 세우는지에 대해서는 정확치 않습니다.

함흥시에서 인민반장을 하다 남한에 입국한 탈북여성은 “북한에 있을 때는 뭘 모르고 사람들을 신고했다”고 털어 놓았습니다.

인민반장 출신 탈북여성: 그냥 날짜까지 다 써내는 거예요. 몇월 며칠 몇시, 나는 지금도 셍각하기에는 여전할겁니다. 막을 수 없을거예요. 왜냐면 그 사회는 대책이 없으니까, 지금도 그런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민반장들은 각 가정을 다니면서 누가 살며, 누가 일하고 또 누가 무직인지를 속속들이 파악하여 분주소나 보위부원들에게 알려줍니다. 인민반장들도 그렇게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이것이 사생활 침해인지 몰랐다는 겁니다.

인민반 조직운영법14조에서는 인민반장이 인민반 내 년로보장자, 사회보장자들의 생활에 깊은 관심을 두고 제기되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은퇴자들에 대한 사회보장 혜택은 국가가 책임지고 해야 할 일입니다. 미국의 경우, 사회보장 연금 같은 것이 있는데, 이는 주민들이 세금을 내고, 개인이 기여한만큼 국가가 은퇴후에 재정적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국가에서 대책이 없이 인민반장 더러 주민들의 생활을 책임지고 보살피라는 것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민반장에게 주민들의 일반 생활 구석구석을 감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한 탈북여성은 “인민반장들은 매 가정의 숫가락 개수까지 알아내는 것이 임무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다른 나라 사람들도 남의 가정을 방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주인의 초청을 받아야 가능합니다. 남의 가정의 사정을 일일이 조사하고 보고하는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 즉 사생활 침해에 해당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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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반장, 신발 개수부터 확인

다음으로 인민반장이 저지르는 인권침해 행위는 숙박검열입니다. 북한은 인민반 조직운영법 19조에서 “인민반장은 인민반 안에 ‘군중신고체계와 자위경비체계, 숙박등록질서를 정연하게 세워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친구나 친척이 오면 재워줄 수도 있지만, 북한에서는 인민반장에게 등록을 해야 합니다. 북한 예술영화 ‘대한추위’에서 보여주듯이 북한의 숙박검열은 다른 나라에는 있을 수 없는 사생활 침해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수색 영장이 없이 남의 집을 수색하는 불법 행위입니다. 수색영장에 관한 조건도 까다롭습니다. 남한의 경우, 수색영장은 관할 법원이 수사기관에 발부하는 데, 범죄 의혹이 있어야 합니다. 경찰은 반드시 남의 주택을 수색하기 위해서는 수색영장을 휴대하여야 하고, 수색영장을 반드시 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해가 뜨기전, 해가 진 다음에는 야간집행을 할 수 있는 기재가 없으면 수색 영장집행을 거부당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아무리 경찰이라고 해도 수색영장 없이는 남의 집을 볼 수 없습니다. 이를 어겼을 경우에는 검사나 경찰 등은 처벌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안전원이 인민반장을 대동하고 관할 지역 어떤 가정을 영장 없이 수색할 수 있습니다.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탈북한 60대 여성은 자신이 경험한 숙박검열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60대 탈북여성: 숙박검열은 반장까지 3명이 다니는데, 보안원 2명 인민반장 이렇게요. 외부 인원이 증명서 없이 잠 자든가, 아니면 불량녹화물 보는가 인민반장이 같이 다니거든요. 그리고 돈 받고 대기 숙박하는 집들이 걸리지요.

유엔헌장이 규정한 자유권 규약에 의하면 인민반장이 한밤 중에 안전원을 대동하고 남의 집을 무단 침입하는 것은 사생활 권리를 침해이자 인권 유린입니다. 북한당국도 유엔가입국으로서 국제법적 규범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세금 대신 세외부담

인민반 조직운영법에서 또하나의 모순은 “세외부담 행위 금지” 조항입니다. 북한 인민반조직운영법 24조에서는 인민반장이 각종 명목으로 반원들에게 돈과 물자를 거둬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즉 세외부담을 금지한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에는 세금은 없고, 대신 ‘세외부담’이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국가가 세금 수입으로 국가 예산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세금으로 걷는 돈이 많아야 나라가 쓸 돈도 많은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세금이 없기 때문에 모든 부담을 직장과 근로단체별로 할당됩니다. 그리고 직장에 나가지 않는 가두 여성들에게 하달되는 것이 바로 인민반 세외부담입니다. 북한은 ‘세외부담 방지법’이라는 것을 내놓고, 조항들을 어겼을 경우는 38조 ‘무보수로동, 로동교양처벌’ 조항에 따라 책임 있는 사람 즉 인민반장을 ‘3개월 이하의 무보수로동, 로동교양처벌을 준다’고 정했습니다.

북한당국이 인민반장 회의를 열고 주민통제와 감시, 노동력 동원을 강화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인민반장을 지냈던 탈북 여성은 “자신은 북한에서 매 가정을 찾아 다니며, 숫가락을 세어보고, 숙박검열을 가서도 신발개수부터 세어보던 것이 습관화되었다”면서 “그것이 사생활 침해라는 사실을 탈북해서야 알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은 북한이 18년만에 개최한 인민반장 열성자대회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에디터 이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