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 노동신문이 간부들에게 ‘청렴결백’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북한군 총정치국 일부 간부들이 부패 혐의로 공개적으로 처벌된 이후 반복되고 있는 내용인데요. 그런데도 간부들의 부패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를 정영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북한이 최근 간부들의 청렴결백을 강조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북한 노동신문7월 22일자는 ‘원칙성과 청렴결백성은 일군의 생명이다’ 글에서 간부들에게 강한 원칙성과 청렴결백성을 갖출것을 강조했습니다. 청렴결백이란 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신문은 “원칙성과 청렴결백성은 개별적사람의 품성과 작풍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당의 권위, 혁명의 전도와 직결된다”고 못박고, “원칙성과 청렴결백성을 지니지 못한다면 그가 누구든 혁명대오에 있을 자리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얼마 전 김정은 총비서가 당·정·군 연합회의를 열고 박희철 전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과 측근들의 부정부패 행위를 공개하고 처벌한 뒤 나온 강도높은 발언입니다.
노동신문이 밝힌 박 전 부국장 비리는 “총정치국 내 조직권과 간부권을 악용해 뇌물을 수수하고, 극대량의 국가자금과 물자, 살림집들을 략취하고 그것을 부화방탕한 생활에 탕진하면서 당의 령군방침관철을 사사건건 태공하였다”는 겁니다.
중국의 한 대북 무역업자도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현재 북한에서 가장 힘이 있고 달러를 많이 쓰는 집단은 북한군 간부들”이라면서 “최근 화성거리 등 평양시 건설 붐을 타고 아파트를 여러 개 가지고 있던 군 장령들이 적발됐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북한은 과거에도 간부들의 청렴결백을 강조해 왔는데, 계속 부패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4월에도 청렴결백을 새시대 간부들이 지녀야 할 12가지 핵심 덕목 중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신문은 “간부들이 자신을 특권층처럼 여기지 말고, 특별한 대우를 요구해서도 안 되며, 검소하고 소박한 생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탐욕이 국가와 인민의 이익을 침해하는 범죄로 이어진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처럼 경고하는데도 간부들 속에서 부패가 없어지지 않는 큰 이유는 북한 간부들도 공식 월급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2023년 10월 내각 결정으로 노동자 사무원의 생활비(임금)를 10배 이상 대폭 인상시켰는데, 그 결과 간부들의 생활비는 15만원 가량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돈으로 쌀을 사자고 해도 3~5킬로그램밖에 구매하지 못합니다. 간부들은 아래 사람들에게 편의를 봐주는 대신 직위를 이용해 뇌물을 받아 생활하게 되는 겁니다.
장사꾼들은 장사를 해서 먹고 살지만, 간부들은 장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북한에서는 ‘인사차림’이라는 말 자체가 뇌물을 뜻할 정도입니다. 간부들에게 청렴결백을 요구하는 것은 생계수단을 포기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하지만, 권력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는 간부들도 적지 않습니다. 위로 올라갈 수록 뇌물의 액수도 커지고, 권력을 이용한 각종 이권 거래 규모도 커지기 때문에 일부 고위 간부들은 첩까지 두고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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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간부들 속에 만연해진 부정부패는 구조적이라는 지적이군요.
기자: 북한 내부에서는 “특혜를 받지 않는 간부를 찾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실제로 이번에 박희철 처벌을 위해 모인 당과 국가, 군대, 행정기관, 사법기관 간부들도 모두 머리를 숙이고 뭔가 열심히 적고 있는데, 그들도 뇌물 관계에서 깨끗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더욱 모순된 점은 최고 지도자에게 바치는 ‘충성자금’입니다. 각 기관과 간부들이 상부에 바치는 이 자금은 사실상 제도화된 뇌물 상납 구조라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간부들에게만 청렴결백을 강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앵커: 북한 간부들이 실제로 청렴결백해질 가능성이 있을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부패를 없애려면 단순한 숙청이 아니라 제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공무원에게 합당한 급여를 지급하고 정상적인 조세제도를 운영하며 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북한은 권력이 최고 지도자에게 집중돼 있고 이를 견제할 장치도 없어 대규모 숙청이 반복되더라도 권력형 부패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 간부들의 청렴결백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정영 기자와 함께 살펴봤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