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알아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이승재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RFA 기자 이승재입니다.
진행자: 김정은 총비서의 최측근으로 평가되던 조용원 노동당 조직비서가 최근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한국 정부가 신변 이상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이승재 기자: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5일, 김정은 총비서가 화성지구 3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16일 보도했습니다. 신문에는 태양절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각종 행사 소식도 실렸습니다. 관련 보도 사진에는 박태성 내각총리와 김덕훈 당 경제비서 겸 경제부장,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등은 자리를 지켰으나 조용원 당 조직비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국가 명절인 태양절을 기념해 진행된 각종 행사에서 조용원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꼽힙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 당국자는 22일, 조용원이 자숙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으며, 국가정보원도 “조용원이 최근까지 공개활동에 나타나지 않고 있어, 신상 변동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용원 잠적, 자숙이냐 숙청이냐
진행자: 조용원 노동당 조직비서가 마지막으로 북한 매체에 등장한 게 지난달 1일 지방공업공장 착공식이었다고 하는데요. 두 달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건 확실히 신변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인 것 같습니다. 숙청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은데요. 근거가 있는 겁니까?
이승재 기자: 네. 한국 정부는 현재 조용원의 동향에 대해서 신중하게 분석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대체로 당 규율 위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징계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 이유로 전문가들은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1월 소집한 노동당 비서국 확대회의를 주목했는데요. 이 회의에서, 음주 접대를 받은 남포시 온천군 당 간부 40여 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 김정은 총비서는 해당 기관을 해산시키는 강경한 조치까지 취했죠. 그래서 당 조직 규율을 총괄하는 조용원이 이와 관련해 책임을 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고요. 또 이 비위가 발생한 지역이 지난해 김정은 총비서의 역점 사업인 ‘지방발전 20×10정책‘에 따라 공장을 건설한 20개 군 중에 하나거든요. 공교롭게도 이 지방발전 사업을 책임질 비상설 중앙추진위원회의 위원장도 바로 조용원입니다.

진행자: 지방발전 사업은 김정은 총비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로 실적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죠. 이 책임까지 조용원이 지게 되는 겁니까?
이승재 기자: 추정하는 상황으로는 그렇습니다. 북한 당국이 지방발전 20×10 정책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것과는 달리 실제 사업 성과가 미미한 데다 간부들의 비위까지 발생하자 김정은 총비서가 충격 요법을 내놨을 거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일종의 본보기식 징계라는 건데요.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룡해가 실세로 떠올랐던 2015년에도 군부 실세인 황병서나 보위부 김원홍 같은 경쟁자들이 있었다”며, “이런 내부 견제와 함께 간부들의 비위까지 불거지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조용원에 대한 본보기식 징계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또 “내년 9차 당대회를 앞두고 선대 지도자와 차별화된 성과를 이루기에 급한 김정은의 입장에선 극약 처방도 필요한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한편 한국의 정보당국은 이번 신상 변동의 원인으로 개인 비리도 의심하고 있습니다. 조용원 비서와 함께 공식석상에서 사라진 리일환 당 선전비서도 대외선전용 출판 사업 과정에서 중국과의 직거래를 통해 외화를 유입하고 이를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 등을 받고 있거든요. 이런 분위기 속에 조용원 비서가 간부 인사 과정에서 부적절한 개입을 했다는 정황과 함께 그의 여동생이 외제차 등 뇌물을 받았고 아들은 마약 행위가 적발됐으며 조용원 본인도 뇌물과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을 가능성이 제기된 상탭니다.
북 권력 서열 2위 조용원은 누구?
진행자: 북한 고위 간부들의 비리야 정도의 차이만 있을 텐데, 이번에 단단히 걸린 모양입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실세처럼 묘사되며 권력 서열 2위로 꼽혔던 게 문제일까요? 조용원은 어떤 인물인지도 한번 짚어보죠.
이승재 기자: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13년간 북한 내 주요 엘리트들의 권력 서열은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는데요. 권력 견제를 위한 피의 숙청기를 지나서 현재 김정은의 노동당으로 세대 교체가 이뤄진 뒤에도, 문책성 경질이나 보직 순환 등으로 권력 이동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흔들림없이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조용원 당 비서였습니다.
조용원은 지난 2021년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서열이 급부상한 가운데 국무위 부위원장까지 꿰찼습니다. 한 고위급 탈북민은 “조용원이 국무위 부위원장에 임명되면서 당, 정, 군을 대표하는 모든 직책에 이름을 올렸다”며 “최룡해가 서열은 높지만 김정은 총비서 바로 밑의 조직비서를 맡은 조용원이 권력 2인자”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조용원은 ‘김정은의 그림자 실세‘, ‘김정은의 분신’ 이렇게 불리기도 합니다.
조용원 당 비서는 김일성대 물리학부 출신이고요. 당 사업뿐만 아니라 과학, 군사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발휘해서 김정은 총비서의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용원은 김정은 총비서의 최측근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했는데요. 특히 2023년 8월, 김정은 총비서는 태풍 피해를 입은 논들의 복구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안변군의 농장을 시찰했는데요. 이때 조용원이 신발 없이 양말만 신은 채로 논에 들어가 김 총비서를 수행했다는 점은 그의 충성도를 엿볼 수 있죠. 그 외 각종 회의에서 조용원이 김 총비서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지시를 듣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김정은 최측근 조용원 두 달째 잠적…한국 “신변 이상 가능성”
조용원이 다시 공식석상에 나타날 가능성
진행자: 그랬던 그가 공개 석상에서 사라진 건 그만큼 중대한 사안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단 얘기겠죠. 자숙일까, 숙청일까,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조용원이 다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이승재 기자: 익명을 요구한 평양 출신 북한 전문가는 최근 북한 내부의 권력 구도를 보면 김 총비서 집권 초기에는 간부들의 숙청이라는 피바람이 불었지만 최근엔 숙청의 빈도가 줄어들었고 잠시 근신시킨 후에 다시 등장시키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습니다. 따라서 조심스럽게 조용원 비서도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밝혔고요. 다른 북한 전문가들도 김정은의 눈 밖에 날 만큼 큰 비리를 저지른 게 아니라면 자숙한 뒤에 복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진행자: 다음 소식입니다. 지난달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지역에서 표류했던 북한 주민들에 대해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한국 정부가 이들의 송환을 추진 중이지만 두 달이 다 되어가도록 북한이 응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표류 북한 주민들, 집에 가고 싶어도 못 가
이승재 기자: 지난달 초 서해 북방한계선, NLL 이남 지역에서 목선을 탄 북한 주민 2명이 한국 군에 발견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조사 결과 이들은 배에 문제가 생겨 실수로 NLL을 넘어온 것으로, 북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습니다. 이후 한국 정부는 이들의 송환을 추진해왔지만 한달 반이 넘도록 북한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2023년 4월부터 판문점 채널과 군 통신선 등 남북 간 대화 채널을 모두 끊으면서 소통 창구가 막혔기 때문입니다. 유엔군사령부의 북한 소통 채널인 ‘핑크폰‘까지 동원됐지만, 북한은 여기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북한 주민이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과거 남북의 소통 창구가 막혔을 때도 유엔군사령부 채널을 통해 소통을 할 수는 있었는데, 이제는 그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인가요? 다른 방법은 없는 겁니까?
이승재 기자: 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남은 마지막 방법은 ‘대면 통지’ 방식입니다. 판문점 내에서 휴대용 확성기로 북측에 송환 일정을 통보하는 거죠. 남북과 유엔사는 과거 합의를 통해 통보하면 상대방으로부터 응답이 없더라도 효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해 왔습니다. 실제 사례도 있습니다. 남북간 공식 채널이 단절됐던 2017년 6월, 한국 정부는 역시 조난된 6명을 송환하기 위해서 확성기 통보를 하고, 선원들을 타고 온 선박에 태워서 해상으로 돌려보낸 사례가 있었습니다. 다만 현재 한국 정부는 한국 측이 통보한 일정에 북측 인사가 나오지 않아서 송환이 무산되는 상황을 우려해 확성기 통보도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북측과 접촉할 방법이 없어서 현재 답답한 상황”이라며 “한국 측의 언론 보도를 보고 북한에서 응답하는 등, 여러 가능성을 놓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