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알아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이승재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RFA 기자 이승재입니다.
진행자: 북한과 러시아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갑자기 북한군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사실을 인정하고 나섰습니다. 그 파장은 어디까지 갈까요?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이승재 기자: 지난 26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이 “북한 군인과 장교들은 우크라이나 습격을 격퇴하는 동안 러시아군과 어깨를 나란히 해 전투 임무를 수행했다”며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인정한 데 이어 북한도 군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입장문을 통해 “러시아 연방에 대한 우크라이나 당국의 모험적인 무력 침공을 격퇴하기 위한 쿠르스크 지역 해방작전이 승리적으로 종결됐다”며 북한 군부대가 “국가수반의 명령에 따라” 쿠르스크 지역에 참전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습니다. 앞서 북한군은 지난해 10월쯤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파병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과 러시아는 그동안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북·러 파병 사실 인정...힘의 우위 과시?
진행자: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도 아니고, 전 세계가 다 알고 있던 사실을 그렇게도 부인하더니 갑작스럽게 러시아와 북한이 잇따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인정한 데에는 명백한 의도가 있겠죠. 전문가들은 어떻게 분석하고 있습니까?
이승재 기자: 두 나라가 거의 비슷하게 파병을 인정한 것에 대해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은 RFA와의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가 북한의 파병을 인정한 이유는 바로 대미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푸틴이 북한이라는 강력한 지상전력을 가져왔기 때문에 얼마든지 싸울 수 있는 의지를 드러낼 수 있다는 거죠. 강 장관은 또“휴전을 앞뒀다면 힘의 우위를 과시할 필요가 있었고, 이는 젤렌스키나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북한 측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은 러시아라는 강력한 우군을 확보했다는 선언을 통해 향후 핵무력과 관련해 대미 협상력 제고도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목적은 선전 선동의 강화입니다. 특히 러시아에 유리하게 전쟁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으니 지금 파병을 인정하는 것은 북한과 러시아 양국 내 선전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인데요.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동맹을 부각하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노동신문은 30일 러시아 대통령 공보관이 “북러간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이 효과적으로 가동되고 있으며, 쿠르스크 해방에 기여한 조선구분대의 행동은 이 조약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가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처럼 북한은 전쟁 승리로 이끈 파병의 정당성을 주민들에게 선전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파병의 이유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침공한 것처럼 거짓으로 묘사함으로써 북한 내부에서 불만이 나오는 것을 차단하려는 거죠. 이후 관영매체에 연일 북러관계에 대한 보도를 이어가는 것도, 수천 명의 북한군 사상자 발생에 대한 내부 반발을 다스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마지막으로 곧 다가올 러시아 전승절과 관련해서 외교적인 효과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30일 노동신문은 인민군 대표단의 방러 사실을 보도했는데요. 아마 다음달 9일 예정된 러시아 전승절 행사 관련한 논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러시아 역시 북한군의 파병을 공식화한 이후, 북한군과 같이 쿠르스크 탈환에 나선 작전 영상을 처음 공개하는 등 북한과의 관계를 더욱 선전하고 있습니다. 대규모의 전승절 행사를 앞두고 러시아가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며 일종의 분위기를 띄우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러 밀월관계 과연 언제까지?
진행자: 얼마 전까지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바와 다른 게 있다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북한이 더 이상 필요 없어진 러시아가 지금처럼 북한과 밀착된 관계를 계속 유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는데요. 러시아에 유리한 종전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뭔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모양새죠?
이승재 기자: 네. 그렇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발표한 성명문에서 “김정은 총비서와 북한 인민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러시아 국민은 인민군의 영웅적 행위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과의 동맹을 계속 이어나갈 것을 시사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양국 정상회담이 가시화 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는데요. 아직까진 그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아직 북한 측에서 경호 등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요. 또 모스크바까지 이동할 수단도 마땅치 않은 상황입니다.
또 중국 상황도 변수입니다. 중국은 북한이나 러시아와의 양자 관계를 중시했지만 북중러 3각 연대에는 지금까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혹여라도 중국과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에서 김 총비서는 다자 외교무대에 참석한 점이 없다는 점도 부담 요소로 꼽힙니다.
하지만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 것만은 사실입니다. 30일 한국의 국정원은 국회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이번 파병을 계기로 금속, 항공, 에너지, 관광 등 14개 부분에서 산업 현대화를 논의 중에 있으며 이와 관련해 북한 노동자 15000명 정도가 러시아에 송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의 대가라는 거죠.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도 “전후 복구사업에서 북한의 노동력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라며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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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관계가 바꾼 세계 정치지형
진행자: 현재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관계가 그 정도를 더해가면서 향후 미북대화가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고요. 가장 위험한 건 러시아의 핵 관련 기술 이전이겠죠. 북한과 러시아가 지금과 같은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면 그 파장은 어디까지 갈까요?
이승재 기자: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군의 첨단 기술을 이미 이전받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5000톤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를 물에 띄운 지 나흘 만에 실사격 훈련에 나선 것도 러시아의 기술 이전 결과로 보고 있고요. 유용원 국민의힘 위원은 30일 머니투데이 더300에 “북한 신형 구축함의 위상배열 레이더 탑재방식과 복합 방공무기는 러시아 기술과 유사하다”며 “함정에 탑재된 북한판 ‘판치르’ 복합방공무기는 러시아제를 복제한 수준으로 그 형상이 일치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국정원은 국회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영변 재처리 시설에서 무기급 플루토늄 생산을 계속하면서 김정은이 결심할 경우 언제라도 가능하도록 풍계리 갱도를 관리 중에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렇게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면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비핵화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시드니 사일러 선임고문은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북러간 상호작용은 북한을 비핵화로 되돌리려는 모든 전략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고요. “오랜 핵개발 기간 상대적으로 약화된 북한의 재래식 무기능력이 러시아의 지원에 현대화 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최근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러시아 하원 국방위원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군이 현 임무를 완수하고 새로운 임무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수의 북한 전문가들은 이미 파견된 북한군이 다른 곳으로 재배치될 가능성도 남아 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이후에는 복구 활동 등에 활용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견하고 있어 종전 전까지 북한군 사상자 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북한과 러시아의 혈맹 관계는 종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파병 공식화가 북한 내부에 미치는 영향
진행자: 내부 상황도 좀 살펴 보죠. 그동안 그렇게도 쉬쉬하며 파병 사실을 소문 낸 사람들을 단속했던 북한 당국이 이제서야 주민들에게도 파병 사실을 공식화했습니다. 알만한 주민들은 다 알고 있다고 하지만 이번에 공식 보도되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설마 하던 전사자 유가족들의 심정이 어떨지 가늠도 안 됩니다. 파병 공식화가 북한 내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이승재 기자: 앞서 북한에서 파병을 인정한 이유 중 하나로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를 들었는데요. 당국이 파병 사실을 인정하면서 RFA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왜 우크라이나가 신나치가 되었고 적이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주민들도 있고요. 대체적으로는 ‘왜 남의 나라 전쟁에 우리 젊은이들이 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은 우크라이나를 향해 ‘신나치’라는 단어를 쓰면서 사실과는 반대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침공했고, 북한-러시아 양국간의 친선조약을 통해서 정당하게 파병한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28일 노동신문은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보낸 서면 입장문을 공개했는데요. 여기엔 “자랑스러운 아들들의 영용성을 칭송하여 우리 수도에는 곧 전투위훈비가 건립될 것”이라며 “희생된 군인들의 묘비 앞에는 조국과 인민이 안겨주는 영생기원의 꽃송이들이 놓일 것”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탈북민은 “아마도 이번 일로 전사자 가족들에게는 약간의 보상이 지불될 것이다. 북한 정권은 그렇게 불만을 잠재우려는 시도를 이어가면서 결국은 보상의 대가로 김정은 정권의 핵무기 개발을 이어갈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진행자: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