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진행자: 북한에서 담배꽁초는 쓰임새가 많죠. 그런데 최근 길거리 한복판에서 담배꽁초를 줍는 병사들이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주민들의 눈총까지 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봅니다. <지금 북한은> 손혜민, 문성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손혜민,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진행자: 최근 북한 군 당국이 담배꽁초를 줍는 병사들에게 혁명화 처벌을 강력히 경고했다고 하는데요. 문 기자, 병사들이 담배꽁초를 줍는 게 왜 문제가 되는 거죠?
문성휘 기자: 한마디로 군대의 품위를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최근 군인들의 정신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인민군 총정치국이 군인의 풍모를 유별나게 떠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북한군의 기강이 해이하다는 건데요. 숱한 사람들이 오가는 길거리에서 병사들이 버젓이 담배꽁초를 줍고 있다고 하니 할말이 없는 거죠. 병사들이 길거리에서 거리낌 없이 담배꽁초를 줍는다는 건 이젠 가릴 게 없다는 의미입니다. 갈 데까지 다 간 거죠. 군인들의 생활 형편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민들의 가슴을 긁어 내린다는 건데요.
군 당국이 혁명화 처벌을 경고할 만큼 담배꽁초 문제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난해까지 북한에는 담배꽁초를 줍는 병사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다만 담배꽁초를 줍는 병사들은 주변의 눈치를 매우 살피며 조심스러웠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사람들이 보든 말든 아무 상관도 안 한다는 겁니다. 더 한심한 건 담배꽁초를 둘러싼 군인들과 민간인들의 영역 다툼입니다.
군인 VS 힘없는 민간인의 담배꽁초 경쟁
진행자: 군인과 민간인들이 담배꽁초를 서로 줍겠다는 분위기라는 건가요?
문성휘 기자: 네. 가끔은 그런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거죠. 북한에는 담배꽁초의 수요가 많습니다. 흔히 막바지 인생이라고 하죠. 정말 힘이 없고, 더 이상 돈을 벌 수단이 없는 사람들이 담배꽁초를 줍고 있다는 건데요. 돌볼 자식이 없는 늙은이들, 거리를 배회하는 꽃제비들, 과거엔 이렇게 힘없는 민간인들이 담배꽁초의 주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군복을 입은 젊은이들이 나타났습니다. 북한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담배꽁초를 줍는 건 힘없는 늙은이들이었습니다. 꽃제비들조차 담배꽁초를 주울 땐 주변의 눈치를 보았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요즘 군인들은 위풍당당하게 담배꽁초를 줍고 있다는 거죠. 병사들이 이렇게 당당한 이유는 담배꽁초가 생계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거기다 혼자서 꽁초를 줍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당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이게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또 있습니다. 북한의 젊은이들은 누구나 군사복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식을 가진 부모는 모두 군인 가족이거나 앞으로 군인 가족이 되어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담배꽁초를 줍는 병사들을 보는 주민들은 먼저 자식들부터 떠올리게 된다는 거죠. 그런 병사들을 보는 주민들에게 당과 수령을 위해 헌신할 의욕이 생길 수 있을까요?
그래서 북한 군 당국이 담배꽁초를 줍는 병사들에게 혁명화 처벌을 협박하고 있는 겁니다. 담배꽁초를 줍는 병사들로 하여 사회 분위기가 급속하게 저하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라고 보여집니다.
담배꽁초가 군인 생계에 얼마나 도움이 되나
진행자: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꽁초를 줍던 병사들이 이젠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아주 당당하게 꽁초를 줍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렇게 주운 담배꽁초가 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거죠?
문성휘 기자: 네, 병사들이 이렇게 당당하게 담배꽁초를 줍는 덴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첫 번째는 담배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할 만큼 북한군의 후방물자 보급이 어렵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북한 당국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고요. 두 번째로 더 중요한 점은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군사복무는 고향에 있는 부모가 하고, 군대에 나간 자식은 군사놀이를 하고 있다” 아마도 북한의 이런 유머, 많이 들어 보았을 겁니다.
사실상 북한 당국은 병사들의 후방공급을 포기했다고 봐야 할 정도인데요. 부모들은 군대에 나간 자식의 먹을 것부터 입을 것, 지어 잠자리까지 모두 책임을 져야 합니다. 병사들은 부모님이 한 푼, 두 푼 모아 보낸 돈으로 먹을 것, 입을 것을 보태고, 지어 담요 같은 것도 따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원래 북한에서 병사들의 담배 공급량은 한 달에 15곽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10곽으로 줄었는데 그마저도 지휘관들이 떼어먹고 나면 병사들에게 차례지는 몫은 한 달에 7곽입니다. 이것도 북한군에서 후방공급이 가장 잘 되고 있다는 국경경비대 병사들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일반 보병들의 경우 한 달에 5곽, 아예 1곽도 안 차려질 때가 많다는 거죠. 담배는 마약만큼 중독성이 강합니다.
그러니까 꽁초를 주워서라도 담배를 피워야 한다는 거죠. 병사들은 담배를 피우며 배고픔을 달래고, 담배를 피우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랩니다. 여성 병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에서 월급이 오르기 전까지 나일론 솜 1kg의 가격은 9천원(1달러)였습니다. 그런데 월급이 오르면서 물가도 따라 오르다 보니 지금 나일론 솜 1kg의 가격은 3만원(1.36달러)이 되었다는 거죠.
담배 한 가치의 무게는 대략 1g이고, 그중 여과 솜의 무게는 대략 0.25g이라고 합니다. 담배꽁초 4가치면 1g의 여과 솜을 얻을 수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담배꽁초 4천개를 주우면 1kg의 여과 솜, 즉 1kg의 질 좋은 나일론 솜을 얻을 수 있다는 거죠. 대신 담배꽁초 260개를 주우면 장마당에서 두부 한 모를 사 먹을 수 있습니다. 북한 장마당에서 두부 한 모가 2천원이거든요.
혁명화 처벌이 무섭지 않은 북한 병사들
진행자: 그렇군요. 병사들이 담배꽁초를 안 주우면 안 될 것 같은 상황이라는 건데요. 이번 인민군 총정치국 화상회의에서 병사들이 담배꽁초를 줍는 문제 말고도 부대 이탈 행위, 도둑질과 강도질도 지적되었다고 하는데요. 북한군에서 이런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는데, 처벌 수위를 높이면 병사들의 일탈 행위도 근절될 것 같습니까?
문성휘 기자: 글쎄요. 처벌 수위를 높인다고 해도 눈에 띄게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북한은 탈영병들에게 혁명화 처벌을 내리고 감옥에도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군에서 탈영병 문제는 여전히 첫째가는 골칫거리입니다. 배고픈 병사들을 달랠 방법은 먹을 것을 주는 것입니다.
담배가 없어 꽁초를 주우면 담배를 공급하면 되는 것이고, 배가 고파 담배꽁초를 주우면 먹을 것을 주면 됩니다. 무작정 때리고 협박한다고 해서 나아질 문제가 아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담배꽁초를 줍는 병사들에게 혁명화 처벌을 경고한 북한 군 당국의 조치는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저는 판단을 합니다.
관련 기사
진행자: 다음 소식입니다. 지난 14일, 북한에선 식수절을 맞아 북한 전역에서 나무 심기 행사가 열렸는데,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나무심기 전투는 보름이나 진행된다고 하는데요. 손 기자, 나무를 구하는 것도, 심는 것도 북한 주민들 자력갱생으로 하는 일이었을 텐데, 보름이나 대체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겁니까?
나무심기 전투가 15일이나 되는 이유
손혜민 기자: 해마다 반복되는 식수절 노동은 북한 주민들에게 강제 노동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올해는 그 기간이 보름이나 길어져 불만도 그만큼 깊어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인력에 의존해 나무심기 전투가 진행되므로 할당된 산지에 묘목을 심으려면 보름도 모자라지 않을까 싶습니다. 묘목을 심는 것도 삽으로 파고 바로 심는 게 아니고요. 해당 지형 조건과 산의 경사도 등을 기술적으로 따져보면서 봄철 나무심기를 진행하라는 게 당국의 요구입니다.
따라서 올해는 나무심기 규정이 강화되었는데요. 우선 나무심기 공정에 임지 정리를 선행해야 합니다. 나무를 심어야 할 산지에 올라가 주변의 잡풀과 돌들을 인력으로 제거하는 작업이 임지 정리인데요. 하루 종일 임지를 정리하고 나면 다음 날 노동자들은 구덩이 파기에 동원됩니다. 구덩이 안에 묘목을 심으려면 반드시 질 좋은 거름을 깔아야 한다는 게 당국의 요구입니다. 그러니 노동자들은 등짐으로 거름을 나르는 노동에 시달리는 거죠. 또 물도 줘야 하므로 지게로 물도 날라야 합니다.
묘목은 양묘장에서 가져오는데요. 원래 묘목은 며칠 전에 가져다 놓았다가 나무 심는 날 산으로 옮겨 심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북한 당국이 양묘장에서 미리 묘목을 가져다 놓으면 묘목이 살아 남지 못한다면서 당일에 반드시 양묘장에서 묘목을 날라다 심도록 조치해 공장노동자들이 더 힘들었다고 합니다. 함경북도 길주군 사례를 본다면, 식수절 기간에 주로 기름밤나무를 심는다고 하는데요.
기름밤나무를 심는 부지는 원료림 조성이 목적이라고 합니다. 원료림은 지방발전 20*10정책 일환으로 지난 2월 착공된 지방공업에 기름원료를 공급하는 기지인데요. 원료림 조성이 그렇게 중요하면 노동자들에게 점심식사라도 보장해야 되지 않나요. 하지만 당국은 노동자들의 배고픔 보다 나무가 잘 살아날 수 있게 관심을 돌리라면서 나무 모에 반드시 영양제를 주도록 강조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반미 의식까지 주입하고 있으니 공장 노동자들이 황당한 겁니다.
반미교양사업, 트럼프를 향한 정치적 밀당
진행자: 손 기자, 2023년부터 식수절이 3월 14일로 변경되면서 반미의식을 더욱 고취시켜 왔고, 올해가 더 심하다고 하셨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거듭 지칭하며 김정은 총비서와의 대화 의지를 강하게 비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북한 당국이 반미교양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손혜민 기자: 북한 당국의 반미 교양은 수십 년째 진행되는 선동인데요. 하지만 올해처럼 식수절을 맞으며 반미 교양을 부각시키는 건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이 식수절을 바꾼 것도 무시할 수 없죠. 원래 북한의 식수절은 1947년 김일성이 평양 문수봉에 나무를 심었다는 4월 6일을 기념해 제정됐거든요.
하지만 1999년 김정일이 집권하자 북한의 식수절은 1946년 평양 모란봉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이 산림 조성을 구상했다는 3월 2일로 바뀌었습니다. 2022년 김정은은 또 다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식수절을 3월 14일로 바꾸었는데요. 1952년 3월 14일 김일성이 미제의 폭격으로 파괴된 산림을 복구하라고 지시한 날로 바꾼 것이어서 재작년부터 북한에서 식수절 의미는 반미 계급적 성격을 띠게 된 것이죠.
이러한 흐름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이라는 발언을 띄우며 김정은과 협상을 시사하는 시기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는데요. 이러한 현상을 뒤집어 해석하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날 생각이 없는 것처럼 침묵하고 있지만 자국민에 대한 반미 교양을 부각시키면서 자신의 몸값을 올리려는 정치적 밀당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행자: 타당한 해석이네요. 나무심기 얘기로 다시 돌아와서 지난 2022년 조선중앙TV에서 식수절 하루에만 전국적으로 280여 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보도했는데요. 올해 규모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에 못지 않겠죠. 북한 당국이 이렇게 전 인민을 동원해 해마다 나무심기 전투를 벌이며 산림조성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왜 해마다 홍수나 산사태 규모가 줄지 않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손 기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손혜민 기자: 나무심기가 해마다 진행되면 뭐합니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나무심기 전투는 효과가 없습니다. 우선 주민들이 밥 해 먹을 연료가 없으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묘목까지 꺾어다 취사 연료로 사용하고 있으니 백날 나무를 심어야 무슨 소용 있겠나요. 또 묘목을 심으면 관리해야 되는데, 산림경영사업소 노동자들도 식량을 공급 받아야 묘목 관리에 나설 거 아닙니까.
민생 대책은 세우지 않고 벌거숭이 산을 황금산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해마다 정책으로 강구하고 있으니 여전히 북한에는 산림 조성이 안 되는 것입니다. 식수사업은 북한에서 살고 있는 공민이라면 자기의 땀과 노력을 쏟아 부어 사명감으로 해야 하는 애국심이라고 선전만 하지 말고, 인민들에 대한 정부의 책임부터 모색해야 하는 것이 우선인 것 같습니다.
진행자: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손혜민, 문성휘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