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진행자: 북한에서 최고의 직업으로 꼽힌다는 택시 운전사, 요즘은 경쟁도 치열한 모양입니다. 면허가 없는 운전사들까지 나서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손혜민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봅니다. 안녕하세요?
손혜민 기자: 안녕하세요?
진행자: 최근 북한에서 택시를 소유한 여성 돈주들이 무면허 택시 운전사를 고용하면서 이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다고 합니다. 손 기자, 이 문제가 불거지게 된 게 면허가 있는 운전사들이 불만을 품고 신고를 했기 때문이라고요?
북한 택시 운전사들이 뿔났다
손혜민 기자: 그렇습니다. 누가 무면허 운전사인지 북한 당국도 몰랐고, 택시를 타는 손님들도 몰랐다고 하는데요. 매일 아침 역전 공터에서 택시업주들이 운전사를 채용하는데, 채용 경쟁에서 밀려난 운전사들이 불편한 심기를 사법기관에 고소하면서 이에 대한 단속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면허 있는 사람들이 택시 운전사로 채용되지 않고 면허 없는 사람들이 우선 채용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생긴 겁니다. 그만큼 택시 운전사로 일하고 싶어하는 남성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따라서 이달 초부터 시 인민위원회 택시사업소 명의로 개인 택시를 운행하는 업자들, 즉 여성 돈주들이 긴장하는 것입니다. 사법당국의 집중 단속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도로에서 무작위로 택시를 세우고 운전면허증을 검열하고, 면허증이 없을 경우 조사대상이 되는 겁니다. 무면허로 택시를 운행한 기간이 1개월이면 운전사에게는 노동단련대 1개월, 택시업주 여성 돈주에게는 노동단련대 6개월로 처벌 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대 이상의 택시를 보유하고 무면허 운전사를 채용했다면, 택시를 무상몰수하는 강제조치까지 취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설명입니다.
진행자: 처벌이 꽤 강력하네요. 그런데 돈주들이 무면허 운전사를 고용하면 얻는 이득이 임금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만은 아니어서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 거겠죠?

무면허 단속, 주민 안전보다 당국 수익금이 먼저?
손혜민 기자: 우선 개인 택시를 운행하는 업자들이 무면허 운전사를 불법 채용하는 것은 면허 자격이 있는 운전사에게 지불하는 일당의 절반만 주어도 열심히 일하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택시업주가 가져가는 수익이 많아지는 건데, 그러면 지방정부에 바쳐야 하는 수익금도 그만큼 늘어나야 하는게 아니냐, 정부를 속이고 수익금을 적게 바쳤다는 게 단속의 이유인데요. 누가 봐도 이 단속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무면허 운전사가 택시를 운전하면 교통사고의 위험성이 내재되어 이것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에 단속의 초점이 맞춰 줘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당국은 교통사고로 일어날 수 있는 인민의 생명보다 정부에 바쳐야 할 수익금을 우선 중시하고 단속의 초점을 맞추다 보니 주민들 속에서는 어이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입니다.
진행자: 이번 사건으로 궁금한 게 또 하나 있는데요. 한국에선 면허 없이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데, 북한에서는 면허 없이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입니까?
북한에 무면허 운전사가 많은 이유
손혜민 기자: 생각보다 많습니다. 북한처럼 불법이 성행하는 나라가 또 없지 않겠습니까? 이미 알려진 것처럼 북한에서는 운전면허 기회가 여성들에게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남성들도 국가에서 선택 받아야 운전양성소에서 교육을 받고 면허를 받게 되는데요. 그러니 북한에는 운전 면허를 갖고 있는 남성들도 많지 않은 겁니다. 그런데 2000년대부터 지역과 지역 간 물류를 운송해 차익을 남기는 차판 장사가 부각되었거든요. 당시는 국영기업소 화물차나 군부대 화물차를 임대하는 방식이 많았는데, 이 경우 그 화물차 운전사가 자연스럽게 채용되었습니다.
한편 당시 북한에는 북중 간 광물 수출이 동시에 급증했는데요. 광물은 국영기업이 생산하지만, 수출은 대부분 무역회사가 합니다. 무역회사는 중국에 광물을 수출하는 대가로 화물트럭을 수백 대씩 차관으로 들여왔습니다. 갑자기 증가한 화물트럭 숫자에 비해 북한에는 운전면허를 갖고 있는 남성들이 많지 않았던 게 모순이었죠. 따라서 광물을 수출하는 화물 트럭에 국영기업에서 일하는 운전사들이 채용되기도 했는데, 화물트럭마다 조수가 동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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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는 차가 고장 나면 부품을 조달하는 등의 운전사를 돕는 보조 역할자인데요. 이 과정에서 이들은 이론이 아니라 실전으로 차 작동 원리와 운전기술을 직접 몸으로 익힌 겁니다. 짬 시간마다 차를 직접 운전하며 운전기술을 연습하는 남성들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차판 장사 돈벌이가 괜찮다는 인식으로 운전사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영향이 작용한 것도 있지만, 무역회사의 화물트럭 운전사가 부족한 것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거든요. 코로나 사태로 북중 간 광물 수출은 중단되면서 이들이 무면허 운전사로 채용되는 것입니다.
당국이 처벌 강화해도 무면허 운전은 계속
진행자: 지금의 무면허 운전사들이 그렇게 생기게 된 거군요. 그렇다면 이번 단속을 계기로 무면허 운전사들이 앞으로는 없어질 수 있을까요? 손 기자, 어떻게 보십니까?
손혜민 기자: 개인적으로 평가해 본다면, 무면허 운전사는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운전기술마저 당에 대한 충성심에 토대하여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나라가 어디 있겠습니까. 택시운전사로 채용되려는 남성들은 무자본이어서 채용 경쟁이 벌어지겠지만, 화물차를 통한 짐쏘기 물류는 다릅니다. 자금력이 있는 남성들이 화물차를 장만하고 지역과 지역 간 물품을 운송하는데, 여기에 조수로 동승하는 교대 운전사들은 대부분 무면허입니다. 북한 당국이 운전면허마저 국가의 독점물로 소유하지 말고 여성이건 남성이든 운전면허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사회안전과 지방정부 수익에도 합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행자: 여성들에게 운전면허를 허락하지 않는 나라가 북한 말고 또 있을까 싶네요. 북한 여성들도 운전면허를 딸 수 있게 제도를 바꾸면 무면허 운전사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손혜민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