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입니다. 안창규 기자 나와 있습니다.
다 읽은 ‘노동신문‘, 주요 소식 실린 ‘원지’ 모두 반납하라
진행자 : 요즘 북한 소식을 보고 있으면 과거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많은데요. 이 소식도 비슷합니다. 최근 집으로 배달된 노동신문에 대한 반납 통제가 다시 강화됐다고요. 신문에 나온 지도자 사진에 대한 훼손을 막기 위해서 관리한다는 것인데, 한동안 느슨했던 통제가 왜 다시 시행되는 겁니까?
안창규 기자 : 최근 북한에서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교육과 선전이 심화되는 것과 동시에 어린 딸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것으로 보여지는 4대 세습 시도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수령과 관련한 모든 것이 절대시 되는 북한에서 수령 일가의 초상화나 사진은 신성불가침으로 여겨진 지 오랩니다.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일이 독재체제 강화를 위해 만든 ‘당의유일사상체계 10대 원칙‘이 나온 1974년부터였습니다.
10대 원칙에는 지도자를 존중하고 충성할 데 대한 내용이 조목조목 구체적으로 나열되어 있는데 지도자의 초상화, 동상, 석고상, 초상 휘장, 사진이 실린 모든 출판선전물 등을 목숨처럼 정중히 다루고 철저히 보호하라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북한에서 신문에 게재된 지도자의 사진을 정중히 관리하지 않는 것은 가장 큰 불충성 행위의 하나로 낙인됩니다. 지도자의 사진이 실린 신문과 출판물을 찢거나 구기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하지만 경제난 이후 이런 엄격한 상황이 서서히 퇴색되는 상황입니다. 그렇게 높은 존엄을 가지는 지도자가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을 위해 해준 게 뭐냐는 인식입니다.
과거에도 지도자의 동정이 모든 언론에 최우선 보도되어 왔지만 김정은 등장 이후 노동신문을 비롯한 관영 언론에 관련 보도가 실리는 횟수가 대폭 늘었습니다. 사진도 함께 말입니다. 김정은의 지방 시찰, 주요 회의 참석 등의 소식은 6면인 노동신문 지면이 모자랄 정도로 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 북한에는 신문, 도서 종이 등을 휴지로 사용하는 주민이 많습니다. 북한에도 휴지가 있지만 이를 구매해서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특히 노동신문은 낡은 폐지를 재생해 생산한 종이를 사용하는 다른 신문과 달리 펄프를 주원료로 하는 만큼 종이 질이 상대적으로 좋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휴지로 노동신문을 많이 사용하고 잎담배를 말아 피우는 담배종이로도 적극 활용합니다.
담배종이의 경우 다른 종이에 담배를 말아 피우면 이상한 맛이 느껴지는데 노동신문 종이는 그렇지 않다고 북한 남성들이 말합니다.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는 북한 당국도 낡은 노동신문 소비를 일부 허용해 왔습니다. 매달 그 이전 달에 배달받은 신문을 바치는데 일부는 걷지 않는 거죠.
노동신문은 보통 6면으로 발간되는데 김정은 활동 보도 등 주요 소식이 실린 1~4면까지는 원지 1장, 국제 기사와 지역 소식 등이 실리는 5~6면은 속지 혹은 간지 1장으로 구성됩니다.
일요일까지 모두 발행되니 한달 치를 모으면 원지는 30장, 속지도 30장인데 이 중에서 원지 10장, 속지 20장 정도를 걷어가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 국가가 다시 걷어가는 건 원지는 20장, 속지는 10장 정도였네요.
안창규 기자 : 네, 그런데 이번에 당국이 원지 30장을 다 바치며 김정은의 사진이 있다면 속지도 바치라고 했습니다. 신문에 김정은을 비롯한 김씨 일가의 사진이 실리지 않는 날이 거의 없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의 젊은 세대를 비롯한 북한 주민들의 충성도가 경제난 이전과 다르다는 점입니다. 예전처럼 김씨 일가의 사진이 실린 신문을 정중히 관리하지 않는데, 그 결과 길거리에 김정은 사진이 있는 신문이 찢어지는 경우도 많고 꼬깃꼬깃 구겨진 채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김정은의 권위를 제1 생명이라 강조하는 북한 당국이 이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을 겁니다. 바로 이런 상황이 최근 북한 당국이 신문 반납을 비롯한 신문 관리를 잘하라고 강조한 이유였다고 봅니다.
노동신문이 남한의 신문과 가장 다른 점?
진행자 : 사실 RFA 기사는 방송뿐 아니라 저희 웹사이트에도 올라가잖아요? 이 기사를 읽은 한국 사람 중 대부분이 이해를 못 할 겁니다. 우선 왜 다 읽은 신문을 반납시키는지 또 아무나 노동신문을 구독할 수 없다는 것도 남한에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 같은 건 남한이나 북한이나 신문이 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인다는 거 하나인 것 같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다 본 신문을 반납하는 게 당연하게 생각합니까?
안창규 기자 : 그렇죠. 북한에서는 간부든, 일반 주민이든 다 본 신문을 반납하는 걸 당연하게 여깁니다.
북한에도 신문이 적지 않습니다. 정부 기관지인 민주조선을 비롯해 중앙급 신문도 몇 개 되는데 당보인 노동신문만큼 발행 부수가 많지 않습니다. 각 지방 신문, 각 사회단체 기관지 등도 마찬가지고요.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식량, 생필품 등과 마찬가지로 북한은 종이 역시 풍족하지 않습니다. 종이의 주요 원료가 목재인데 나라의 많은 산이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 된지 오랜 상황에서 종이를 많이 생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많은 인력을 러시아에 파견해 씨비리(시베리아) 연해주 지역에서 러시아인들이 회피하는 힘든 벌목 노동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들이 채취한 목재의 일부를 가져옵니다. 컬러 사진용 종이 같은 주요하게 사용될 질 좋은 종이는 외국에서 사 옵니다.
이런 이유로 다 본 신문과 같은 폐지를 수집해 재생 종이를 만들어 사용하는데 각 도 일간지 같은 신문은 재생 종이로 발간됩니다. 그렇다고 노동신문을 글씨와 사진이 제대로 알리지(보이지) 않는 재생 종이로 할 순 없지요. 이런 상황을 이해하면 왜 북한이 노동신문을 많이 찍어내지 못하는지, 왜 다 본 신문을 반납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신문 반납에는 지도자의 사진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 본 신문을 회수하면 김정은의 사진이 있는 신문이 길거리에 흘려 있거나, 혹은 화장실 휴지로 사용되는 걸 대폭 줄일 수 있겠지요.
그러고 보면 북한이 취하는 하나하나의 조치가 모두 정말 치밀하게 계획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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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예전에는 초상화에 대한 통제가 훨씬 엄격하지 않았습니까? 지폐에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가 있어서 화폐의 역할을 할 수 없었고 초상화를 닦는 천을 넣는 함을 특별히 만들어 보관하고 불난 집에서도 초상화를 먼저 갖고 나오고요. 사실 외부에서 보자면 상당히 과도한 우상화로 느껴집니다. 지금의 북한 사람들은 이런 초상화를 어떻게 대합니까? 젊은 세대는 과거와 다르다고 하셨는데요.
안창규 기자 : 네. 1974년 이후 현재까지 지도자의 초상화나 사진을 정중히 다루고 철저히 보호하라는 원칙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경제난 이후 이런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극심한 생활고로 하루하루의 생존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면서 사진에 게재된 지도자의 얼굴이 훼손되지 않게 하고, 얼굴이 인쇄된 돈을 정히 관리하는 것이 완전히 무시되거나 한참 뒤 순위로 밀린 상황입니다.
지갑을 잘 사용하지 않는 북한에서 주민들이 보통 돈을 대충 접어서 주머니에 넣어 보관합니다. 주머니에 돈을 보관하면 지도자의 얼굴이 구겨지는 걸 막을 수 없지요.
경제난 이전과 달리 찢어지거나 훼손된 지폐를 중앙은행에 가져가도 새 지폐로 바꾸어 주지 않습니다. 낡은 지폐의 교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북한 지폐는 이게 과연 돈이 맞는가 할 정도로 쓰레기보다 더 한심해진 지 오랩니다.
지폐에 새긴 지도자의 얼굴이 볼품 없이 되는 것이 속상했던 지 북한은 2013년 이후 5,000원권 지폐에 남아있던 지도자의 사진을 제거했습니다.
이렇게 지폐에 있던 지도자의 얼굴이 훼손되는 건 막았지만 신문을 그럴 수 없습니다.
지금도 휴지로 쓸만한 종이가 없어 각종 출판물 종이가 대신 사용되는데 노동신문의 경우 사진만 가위로 오려 보관하고 나머지는 휴지로 쓰는 게 보통이었다고 합니다. 김정은 노작 같은 우상화 도서도 출판돼 시간이 좀 지난 것이라면 화장실 휴지로 사용되는 상황입니다.
경제난 이전에는 이런 건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흔한 일이라는 건데 결국 사진이 실린 신문 관리를 잘하라는 것과 비슷한 내용이 담긴 당국의 지시나 조치가 증가한 것이고 이는 향후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 지시가 잘 집행되는지 여부를 떠나 당국이 그런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곳이 바로 북한입니다.
현재 북한에서 과거처럼 ‘정성도구‘라는 초상화 닦는 걸레를 몇 개씩 빨간 함에 넣어 보관하고 매일 아침 일어나 제일 먼저 초상화의 먼지를 닦는 집도 거의 없습니다. 또 집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재산이 아니라 초상화부터 구했다는 보도도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고 과거와 달리 초상화가 없는 가정이 생겨난 것도 아니고, 이전보다 화재가 적게 발생하는 것도 아니지요. 최근 김정은에 대한 충성 교육, 4대 세습을 대비한 우상화 교육은 배가되고 있음에도 주민들의 충성도는 계속 하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코로나 직전 북한을 탈출한 한 청년은 자기가 북한에 있을 때 친구들이 군 생활을 하루도 하지 않은 김정은이 어떻게 장군이냐는 말을 했다고 해서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인민반장 열성대회, 소년단지도원대강습, 노동신문 반납 강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진행자 : 그런 변화된 주민 인식으로 당국의 조치는 상당히 공허하게 보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세습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당국의 조치는 지속되겠죠? 최근‘인민반장 열성자 대회‘도 열렸습니다. 19년 만에 이례적으로 열린 대회에 대해, 당국이 주민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합니다. 태양절도 지난해처럼 티 나게 축소하려는 움직임은 없지만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찬양하는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노동신문 반납의 강화도 비슷한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안창규 기자 : 김정은 등장 이후 이걸 하지 말아라, 저걸 하지 말아라 등의 주민 통제가 더 심해졌습니다. 이는 북한 주민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언급하신 것처럼 지난 3월 중순 북한에서 ‘제3차 인민반장 열성자 회의‘,’소년단지도원 대강습‘이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대회 참가 대상을 보면 비슷한 특성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인민반장은 당국이 주민 통제에서 굉장히 주요하게 보는 말단 책임자이고, 소년단지도원 역시 북한에서 누구나 태어나 처음으로 가입하는 정치조직인 소년단에 속한 어린 학생들을 통제하는 역할을 맡은 말단 책임자입니다.
결국 두 대회에서 북한이 강조한 내용도 본질은 같습니다. 당국은 사회 기층 조직을 맡은 인민반장들이 당에 대한 충성과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투쟁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고, 소년단지도원들에게도 7세~만 13세까지의 어린 학생들을 ‘소년혁명가, 소년애국자‘로 키우는 데서 역할을 높일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북한에서 김정은과 당국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도와 신뢰도가 이전 같지 않다고 반대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결국 신문에 게재된 김정은의 사진 관리를 잘하라는 당국의 조치가 인민반장 열성자 회의나 소년단지도원 대강습에서 강조된 것과 마찬가지로 김정은 우상화와 주민 통제 강화를 위한 조치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노동당 본부의 선전선동 부문 간부들이 김정은에 대한 충성 과시, 체제 유지 차원에서 그런 조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진행자 : 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집니다. 안창규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