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로 보는 북한] ‘위력한 무기’라는 북한의 경제 정책?

진행자 :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된 국가 바로 청취자 여러분이 살고 계신 북한입니다. 내부 문서를 통해 오늘의 북한을 만나보는 [문서로 보는 북한] 진행에 안창규입니다. 오늘도 김지은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김지은 기자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오늘은 어떤 문서를 다뤄볼까요?

김지은 기자 : 오늘은 조선로동당출판사에서 2025년 4월, 북한의 간부, 당원 및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배포한 강습제강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는 탁월한 사상과 령도로 지방중흥의 거창한 새시대를 열어놓으신 위대한 인민의 어버이이시다” 입니다. 16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최근에 저희가 다룬 강습 제강 중 가장 깁니다.

진행자 : 제목만 봐도 북한이 어떤 것을 말하려는 지 알립니다. 20x10정책의 성과에 대한 과장된 평가를 하고 이를 가능하게 한 김 위원장에 대한 찬양이 이어지지 않겠나 생각되는데요.

김지은 기자 : 정확합니다. 안 기자나 저나, 굉장히 익숙한 말들입니다. 현재 건설된 지방공업공장들이 대부분 가동이 제대로 안 되는 걸 주민들이 다 아는데 이런 자화자찬을 억지로 들어야 했을 북한 주민들이 얼마나 고역이었을지 안타깝습니다.

2024년이 ‘지방발전, 지방중흥의 새 역사가 시작된 원년’이 된 이유

문서는 시작하면서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의 현명한 령도 밑에 지방 중흥 새시대, 전면적국가발전의 눈부신 전성기가 펼쳐지고 있다”고 선언합니다. 또 20x10 정책을 시작한 2024년을 “지방발전, 지방중흥의 새 역사가 시작된 원년”으로 선포하며 지난해부터 당국이 공들이고 있는 지방공업건설 사업에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문서는 크게 두 가지를 얘기하는데 <지방발전 20x10 정책> 등 지방발전정책을 김정은 총비서가 얼마나 세심하게 지도해, 성공을 거두게 됐는지를 자찬하고 지방발전 정책이 의의를 제시하며 모든 당원, 근로자들은 잘사는 내일에 대한 확신을 안고 지방발전 계획에 떨쳐 나서 달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문서는 특히 이 정책을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세웠고, 이끌어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가 정책으로 세워진 공장들이 실제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데도 김 총비서의 노력과 업적을 강조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정책에 대한 당국의 의지는 확고해 보입니다.

김지은 기자 : 20x10 정책은 10년 동안 시행될 예정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런 주장과 문서로 향후 정책을 이끌어 갈 동력을 얻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특히 총비서 동지가 지방 진흥을 위해 직접 설계한 ‘지방발전 20x10 정책’으로 지방발전의 이정표를 마련했다고 주장하며 창당 이래 근 80년간 오직 인민을 위함에 총지향해 온 자기의 투쟁사에 ‘획기적 리정표’를 마련했다고 자평합니다. 그리고 이 발전 계획은 “전면적국가부흥의 위력한 실천적 무기가 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주민들이 공화국이 창건된 이래 가장 어려운 환경과 해결의 기미가 안 보이는 식량난에 처해 있음에도 가장 위대한 시대를 열어 놓았다고 선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2025년 4월 북한 강연제강
2025년 4월 북한 강연제강 2025년 4월, 간부, 당원 및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배포한 16페이지 강습제강에서 북한 당국은 '지방발전 20*10 정책'을 ‘획기적 리정표’와 ‘위력한 무기’로 규정했다. (자료-김지은/사진-Reuter)

진행자 : 지난해 시작한 ‘지방발전 20x10 정책’과 관련한 저희 RFA 보도 횟수를 보면 얼마나 북한 당국이 중시했나 알 수 있습니다. 올해 초까지 1차 건설 지역으로 선정된 전국 20개 시, 군에 각각 3개의 지방공업공장이 세워졌습니다.

식료 공장, 일용품 공장, 옷 공장이 주를 이루는데 겉보기에는 그럴듯하고 시제품이 생산되는 모습을 북한이 요란하게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 공장이 정상 운영되는 데서 가장 중요한 원자재 보장, 전력 보장 대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지방산업공장’과 ‘지방공업공장’의 차이

문서에서 밝히고 있지만 지방 발전을 위해 공장을 짓는 정책이 처음은 아닙니다. 1962년 김일성이 직접 주재한 창성연석회의 이후 ‘지방산업공장’이 생겨났습니다. 전국 곳곳에 이때 건설된 공장이 현재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괜찮게 돌아가던 그 많은 지방공장들은 동유럽 붕괴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일제히 가동을 멈추었습니다. 돈이 아니라 물물교환으로 사회주의 경제시장에서 들여오던 원자재 공급이 중단됐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북한 주민들 속에서 ‘지금 우리나라에 공장이 없어서 물품을 생산하지 못하나? 전력과 원자재가 보장되지 않아서 못하지’라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맞는 말, 아니겠습니까?

북한은 당시 세워진 공장과의 차이를 강조하기 위해 이번에 건설되는 공장을 ‘지방산업공장’이라 하지 않고 ‘지방공업공장’이라고 다르게 부르고 있습니다.

김지은 기자 : ‘지방산업공장’, ‘지방공업공장’... 진짜 정말 말만 바꿔 부르는 거죠. 차이를 강조하기 위해서 일 것 같습니디만 원료 보장과 전기면에서는 1960년대가 더 좋았죠.

진행자 : 그렇습니다. 지금 북한 당국은 원자재와 전력 보장을 해결하기 위해서 공장의 정상운영을 각 지역이 자체로 해결하라고 하는데 사실 이 문제는 북한 당국조차 해결할 수 없었던 과제입니다.

결과적으로 북한 200개 시,군에 지방 공장이 다 완공된다 해도 공장 숫자만 채웠을 뿐 운영은 미지수입니다. 벌써 그런 징조가 보입니다. 공장 준공식 때 생산을 하는 모습이 보도된 후 거의 정상 가동이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김지은 기자 : 한마디로 말하여 보여주기식 정치, 껍데기 정책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북한은 선전은 요란하게 하지만 그 공장의 생산 제품의 종류를 밝히지 못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현재 북한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보면 중국과의 합영으로 끌어들인 기업 외에는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공장은 하나도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다가 양식조차도 중국에서 어구를 비롯한 양식업에 필요한 많은 자재와 도구를 수입하지 않으면 운영이 절대 불가합니다. 양식이 의지만 갖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양식 사업에서 생산되는 밥조개(가리비)와 미역 등에 들어가는 중국산 재료비는 후에 생산품으로 갚기로 하고 중국 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선투자, 북한의 후납 방식인 겁니다.

하지만 그동안 선투자로 대부분 막대한 손해를 보고 빈손에 나앉은 경험이 있는 중국 업체들은 이제 이런 식으로는 못하겠다, 북측을 더 못 믿겠다하여 생산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김정은 총비서가 간과했지만 매우 중요한 부분은, 설사 북한이 자체적으로 생산할 원료가 있고 전기가 있다고 해도 가공, 포장의 재료는 모두 중국산입니다. 또 중국이 없으면 생산을 했다고 해도 판로가 없고 판로가 막히면 연속 생산이 불가능합니다.

생산은 재정적 이윤이 되고 재정적 이윤은 다음 생산을 담보해야 하는데 그 과정을 이어갈 수 없는 게 지금 북한의 생산 구조입니다. 한마디로 성공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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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이 문서 뿐 아니라 이전 문서에도 북한의 지방 발전 계획은 큰 줄기가 보였습니다만 문서로 다시 확인된 부분을 요약해 보면, 지방 발전에서의 지향점은 ‘국산화’와 ‘자급자족’으로 보입니다.

김지은 기자 : 네, ‘지방발전 20x10 정책’의 요점은 각 지방의 특성을 살려 특산품을 생산하여 각 지방별 판매를 촉진하여 지방경제를 살리자는 것입니다.

바다를 낀 지역에서는 수산물(해산물)을 생산하여 농촌 지역에 보내고 산을 낀 지역에서는 산을 이용한 특산품 즉, 누에, 오미자, 구기자, 꿀 등을 생산해 바닷가 지역에 보내 현지에 없는 것은 타지역에서 생산된 것으로 충족하면서 생산과 판매를 정상화하여 지방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것인데, 말로는 그럴듯 하지만 사실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산과 바다, 벌방에서 각종 특산품을 생산할 수 있지만 결정적인 것은 생산에 필요한 가공 설비를 가동할 전력이 없고 상품을 포장하거나 가공할 자재가 북한에는 없다는 겁니다.

신발과 화장품, 심지어 학습장까지 중국에서 원료를 들여가야 생산 가능한 현실에서 자체생산을 목표로 한다는 그 자체가 현실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특히 문서에는 바다가양식업을 강조했는데 김 총비서가 지난 한 해만 세 차례 찾았다는 ‘신포시바다가양식사업소’를 소개하며 신포가 부자가 된다며 <부자시> 신포의 내일을 축복하며, 그 다음으로 지어진다는 ‘락원군바다가양식사업소’ 도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안 기자, 문서에서는 신포시바다가양식사업소 건설에 이어 낙원군바다가양식사업소 건설도 군대가 맡는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왜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진행자 : 사실상 당국이 원하는 시일에 맞춰, 건설이 마무리 되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이 문서에서 보이는 가장 모순적인 부분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질과 속도를 함께 강조하고 있는데, 말하자면 잘 지으면서 빠르게도 지어라 이런 말이겠죠. 문서의 긴 분량만큼 우리가 할 말도 많은 것 같습니다. 벌써 이 시간이 다 됐는데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다음 시간, 나머지 내용 이어가겠습니다. 김지은 기자 수고했습니다.

김지은 기자 : 감사합니다.

진행자 : [문서로 보는 북한] 지금까지 진행에 안창규였습니다.

에디터 :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