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규범 맹비난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이예진입니다.

이예진: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이예진: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2월 23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신식민주의로는 제국주의의 쇠퇴몰락을 돌려세울 수 없다’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많은 나라들에서 사회주의혁명이 승리하고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에서 민족해방투쟁이 앙양되어 제국주의 식민지체계는 전면적 붕괴과정에 들어서게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신식민주의는 새로 독립한 나라들, 발전도상 나라들의 자주권을 명목상 인정해주면서 원조를 제공하는 방법 등으로 이 나라들을 정치경제적으로 예속시키고 착취와 약탈을 감행하고 있다”고 날조 선전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신식민지수법도 많은 나라들이 각성하여 자주적 발전을 지향해 나가게 됨으로써 더 이상 통할 수 없게 되자, 제국주의자들은 반테러, 민주주의 보장, 보호의 책임과 같은 새로운 간판들을 들고 나오면서 신식민주의를 실현해보려고 발악적으로 책동하고 있다”며 생트집을 잡았습니다. 그러면서 “제국주의자들의 신식민주의정책은 국제관계에서 불안정을 초래하는 주요 요인들 중의 하나로 전인류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헐뜯었습니다.

이예진: 이번 기사를 보면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으로 정착된 반테러, 민주주의 보장, 보호의 책임을 미국과 서방세력들이 다른 나라들을 지배하기 위해 고안해낸 신식민주의의 변종개념”이라고 매도까지 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기사는 먼저 ①”제국주의자들은 자원국들이나 저들의 지배에 엇서는 나라들 또는 단체들에 테러국가, 테러지원국, 테러단체 등의 모자를 씌워 무력간섭을 감행하고 무고한 인민들의 유혈과 수난을 빚어내며 그 대가로 치부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②”민주주의 보장은 자주적인 나라들을 서방식 가치관과 통치방식에 어긋난다는 구실로 고립 와해시키거나 전복시키기 위한 제국주의자들의 또 하나의 악랄한 신식민주의적 지배개념”이라고 왜곡했습니다. 또 ③”보호의 책임은 임의의 정부가 자기 국민들을 보호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경우 국제사회가 그 나라 국민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론거로 제국주의자들이 저들의 무력간섭과 침략행위를 합리화하는 궤변”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나 반테러와 민주주의 보장, 보호의 책임 개념은 독재권력과 테러집단의 대량학살, 인종청소, 전쟁, 테러리즘과 같은 반인도적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국제사회로부터 그 정당성을 승인받은 인류의 보편적 규범입니다. 이들 개념을 부정하는 것은 전체주의 독재자들 밖에 없습니다.

이예진: 이번 기사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제국주의자들은 신식민지 지배 야망이 함축된 보호의 책임론을 유엔무대까지 상정시키고, 보호를 운운하며, 여러 나라를 식민지수탈대상으로 전락시켰다”고 비난한 대목인데요. 위원님, 북한의 ‘보호의 책임론’ 비난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유엔은 일찍이 대규모 인권유린 사태(1994년 르완다 제노사이드, 1995년 보스니아 인종청소 등) 발생시 피해자 보호를 위해 국제사회가 해당국가의 동의 없이 군사개입을 하는 인도적 개입이 강대국들의 타국 내정간섭에 면죄부를 준다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주권과 인권보호를 병행할 수 있는 통합논리 개발’에 나섰습니다. 2001년에 나온 ‘보호책임 보고서’에 따르면, 보호책임은 “국가가 자국민 보호책임을 다하지 못할 경우에 한해 국제사회의 책임이 발동된다”는 것입니다. 이때 국제사회의 보호책임에는 군사개입이 포함될 수 있지만 엄격한 조건 하에서만 고려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보호책임’은 2005년 9월 유엔 세계정상회의에서 채택한 결과문서를 통해 국제규범으로 결정됐고, 대량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도적 범죄 등 4가지 범죄에 대해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됐습니다. 이처럼 보호책임은 인류가 목전에서 벌어지는 극악무도한 인도적 참상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를 왜곡, 비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예진: 더불어 “서방의 신식민주의정책 후과로 해당 나라들에 차례진 것은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불안정, 경제적 예속과 빈궁의 멍에”라고 선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처럼 서방세계의 인도적 정책을 왜곡, 선전하는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기사 역시 철 지난 제국주의 식민지론의 늪에 빠져, 몰지각하게도 서방 선진국가들을 ‘제국주의자’로, 이들 국가의 대외정책을 ‘식민지정책’으로, 보편적인 국제규범을 ‘새로운 신식민지 침략 수단 및 방법’으로, 각각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며 비판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제사회의 “반테러, 민주주의 보호, 보호 책임을 신식민지 침략수단”이라고 거칠게 단정하며 맹렬하게 비난했습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서방세계의 인도적 정책에 대한 왜곡선전은 지난해 12월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상황이 공개재판과 공개처형 실시, 사상과 양심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제한으로 더욱 악화됐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을 포함한 모든 관행과 법률을 폐지·개혁할 것을 요구한 데 이어 한, 미, 일 이 인권 피해 회복 기제를 구축해 달라는 권고 등을 의식, 인권 악화 책임을 서방세계에 전가하여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려보려는 술책으로 해석됩니다.

이예진: 또 이번 기사에서 내세운 걸 보면 “제국주의가 시대착오의 지배야망에 사로잡혀 강도적 본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책동하고 있지만 파멸의 운명을 결코 면할 수 없다”고 선전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선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제국주의가 사라진 지 반백 년이 지났고, 사회주의가 몰락(1990년 전후)한 지 수십 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110여 년 전 레닌이 사회주의혁명을 목적으로 저술한 ‘제국주의론(1916년)’에 입각하여 현재의 국제 정치, 경제를 재단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북한의 최우선적인 과제는 제국주의와 신식민지에 대한 왜곡 선전과 날조, 반박과 비난이 아니라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기에 걸맞은 생산력과 생산관계를 갖추고 인민대중의 풍족한 삶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주민들은 지난 80여 년 동안 지겹게 들어온 제국주의 침략과 필망론 선전에 귀와 눈을 닫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예진: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