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류현우의 블랙북스,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현재 관광 사업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러시아 관광업체들은 북한 관광 상품을 내놓았고 북한은 심혈을 기울인 관광단지, 원산갈마관광지구를 개장할 예정입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은 지난 2014년 시작돼 드디어 마무리가 되는 건데요. 류현우의 블랙북스, 이번 방송에서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 얽힌 이야기를 오늘부터 두차례에 걸쳐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도 류현우 전 대사대리와 함께 하겠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최근 관광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원산갈마 관광지구의 경우 드디어 올해 처음으로 문을 열게 되는데요. 관광지구 개장이 왜 이렇게 지연됐을까요?
[류현우] 북한에서 처음으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개발 계획을 발표한 시기는 2014년 6월입니다. 이 계획이 발표되고 백두산건축연구원과 평양시도시설계사업소에서 관광지구에 들어설 건물, 인프라 등에 대한 설계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7월부터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을 위한 투자유치상무조(TF)가 발족됐습니다. 상무조 책임자는 외무성 경제협조국의 신모 부국장이었습니다. 상무조의 기본 임무는 관광지구 건설에 필요한 해외 투자유치였습니다. 여기에는 외무성, 대외경제성, 국토환경보호성, 도시경영성, 대외건설지도국, 국가관광총국을 비롯한 부처들이 망라됐습니다. 외무성도 각 지역담당국들이 이들의 사업을 최우선적으로 보장해주도록 했습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이 처음으로 시작된 것은 2016년 7월이었습니다. 원래 2016년 관광 지구 착공식 때에는 2018년 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으며 완공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었으나 2016~2017년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로 인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로 자금 조달과 자재 보장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연됐습니다. 제 기억에는 2018년에 이미 골조 공사는 완공되었습니다. 그러나 인테리어 등 내부, 인프라 공사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로 인해 완공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2020년 2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셀프 국경봉쇄’로 공사가 완전히 중지됐습니다. 그러니 2014년에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개발 계획을 발표한 후 10년동안 개장이 지연됐던 것입니다.
북 대형 건설사업 진행 방식, ‘나누기’
[진행자] 지난해 12월 북한 매체가 완공된 원산갈마관광지구를 공개했는데요. 대북제재를 겪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이를 위한 자재, 비용 등의 확보가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이를 어떻게 충당했다고 봐야 할까요?
[류현우] 우선 북한에서는 총 공사비에서 인건비 몫은 없다고 봐야 하는 것이 옳습니다. 일반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평균 월급이 2,000~3,500원 정도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평균 월급을 달러로 환산하면 0.3 달러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렸듯이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국제적인 금융제재가 들어와 2017년 3월부터 북한의 주요 은행들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모두 퇴출당했습니다. 한마디로 국제 송금이 되지 않기 때문에 현재 북한에는 수출과 수입이 멈춰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북한의 현재 재정 형편으로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을 수행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은 어떻게 완결할 수 있었는가 하는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북한 당국이 잘 하는 게 바로 ‘나누기’입니다. 북한 기관, 기업소에서는 국가적인 과제가 하달되면 과제 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타산해서 직원 숫자에 맞게 각출합니다. 실례로 김정은이 2024년 7월 신의주를 비롯한 큰물 피해 지역을 돌아보면서 “주민들에게 새집을 지어주어 추위가 들이닥치기 전에 입사하도록 대책을 취하라”고 지시를 주었습니다. 그러면 국가적인 투자로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주택 물량을 각 부처, 기관, 기업소에 ‘과제’의 형태로 다 나눕니다. 내각에 돈과 자재가 없으니 각 기관에 주택 물량을 나눌 수밖에 없습니다.
[진행자] 나눈다는 의미가, 국가적 과제가 주어지면 국가의 전 기관, 기업소 등이 이에 필요한 자금을 나눠서 낸다는 말씀이신가요?
[류현우] 집 한 채를 짓는데 시멘트, 모래, 자갈, 철근, 인테리어 등 필요한 자재비가 총 1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가정합시다. 외무성의 경우 총 10채의 집을 맡았다고 하면 필요한 자금은 10만 달러입니다. 그러면 외무성은 해외의 각 대사관에 건설에 필요한 자금인 10만 달러를 나눠서 바치라고 통보합니다. 그래서 각 대사관에 나가 있는 각 외교관들은 월급에서 100 유로 정도를 떼서 조국의 융성 발전을 위한 지원금으로 바칩니다. 해외 파견 외교관들의 월급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500 달러라고 가정한다면 월급의 1/4은 매달 조국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빠져나갑니다. 고난의 행군시기 이후 현재까지 북한 당국은 이런 식으로 ‘나누기’를 해서 국가적인 과제를 완성하곤 했습니다. 해마다 조총련에 주는 교육원조비도 모든 부처들이 이와 같은 식으로 나누어서 매해 2월 모금을 완료합니다. 그리고 4월에 김정은 동지께서 재일 동포 자녀들의 민족교육을 위해 사랑의 교육 원조비를 보내셨다는 식으로 선전합니다. 재일동포 자녀들에게 보내는 교육 원조비가 김정은의 쌈지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각 부처에 나누기를 해서 모은 돈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에 필요한 자금과 자재설비들은 모두 북한의 전통적인 방식인 ‘나누기’ 방식으로 해결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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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원산갈마해안 관광지구 조성에 상당한 규모의 북한 주민들도 동원됐을 것 같은 데요. 이들은 어떤 대우를 받으며 건설 사업에 투입됐는지 아시는 바가 있으실까요?
[류현우] 이 관광지구 건설에 동원된 건설자들의 대부분은 군인들이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에 군인 12만여 명, 일반 건설자 2만여 명이 동원되었습니다. 대부분은 공병 군단 소속 군인들이었고 일반 건설자는 돌격대원들이었습니다. 인민군 공병군단은 북한의 중요 대상 건설에 동원되는 건설 부대입니다. 돌격대는 국가적인 건설 대상이 있을 때 동원되는 노동자들이 소속된 민간 건설 부대를 의미합니다. 북한에서는 인건비를 계산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이들이 아무런 보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공사가 진행되던 시기가 유엔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겹치던 때였습니다. 그러니 이들에 대한 대우는 최악이었습니다. 제가 에피소드를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로 2018~2019년 쿠웨이트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에서 상주하고 있던 노동자들의 거주기간이 만료되는 차제로 단계별로 귀국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2019년 초 북한으로 출장을 다녀온 쿠웨이트 주재 건설회사 사장들과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장들은 해마다 1월 초에 10일 간 평양에서 진행되는 사장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출장을 가곤 했습니다. 그들이 하는 말이 귀국한 노동자들이 소속된 직장에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지원금을 바치지 않으면 원산으로 보내 노동을 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원금을 왜 바치느냐고 물어보니 그 돈으로 자기네 직장에서 동원된 돌격대원들의 식량과 부식물을 보장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회의에 참석한 모든 건설회사 사장들에게 누구를 불문하고 관광지구 건설에 1만 달러를 의무적으로 지원하라고 강요했다고 합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전력 공급 가능한가?
[진행자] 이 같은 대규모 리조트 시설을 가동시키는 데에는 상당한 전력 공급이 보장돼야 할 듯한데요. 만성적인 전력 부족을 겪고 있는 북한이 이를 감당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류현우] 제가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리조트를 완성해도 전력 부족을 어떻게 해결하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일단 북한 당국은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다면 우선적으로 전기를 보장해줄 수 있지요. 원산에 김정은의 별장이 있지 않습니까? 그쪽으로 보장되는 전기 공급체계를 활용해 공급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리조트에 디젤발전기를 비롯한 대형발전기를 수입해 전기를 보장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리조트가 활성화되어 관광객들로부터 외화를 빨아낼 수 있다면 전력 문제는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돈이 안 나온다면 여기에 전기를 보장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진행자] 결국 원산갈마관광지구는 전 인민들의 각출로 완성된 결과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면 북한 주민들이 원산갈마지구에서 여가를 지낼 수도 있을까요?
[류현우] 북한 주민들이 원산까지 가려면 우선 휴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모내기철, 추수철 등 바쁜 영농기에는 휴가를 많이 받을 수 없습니다. 설사 휴가를 받았다고 합시다. 그런데 원산까지 가려면 자동차가 있어야 합니다. 북한에서는 자동차가 개인 소유가 아닙니다. 간부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도 다 국가소유이기 때문에 관용차이거든요. 그리고 자동차를 타고 원산까지 가려면 운전기사에게 돈을 주든지 혹은 휘발유표를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원산에서 여가를 즐긴다고 해도 들어가는 경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리조트에서 숙박을 하려면 못해도 하루 밤에 50 달러 이상은 주어야 하고 또 며칠 먹는 것도 돈이 듭니다. 한 300~500 달러 정도 비용이 들어간다고 가정할 때, 북한 주민들의 생활비를 가지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금액입니다. 그래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북한 주민들을 위한 용도가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꾸린 리조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대사님 오늘 말씀 잘들었습니다. 류현우의 블랙북스, 다음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대사님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