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 도시락에 담긴 선한 영향력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한국에선 매년 3월, 북한보다 빨리 새 학기가 시작됩니다. 대부분 유치원과 초, 중, 고등학교는 4일 새 학기, 첫 날을 맞이했는데요. 새로운 출발과 함께 새로운 환경 속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날이었죠. 아이들에겐 걱정과 두려움도 있지만 기대와 설렘도 함께 합니다. 새 학년에 대한 부푼 희망이 있으니까요.

3월엔 각 단체들에서도 새롭게 활동을 시작합니다. 어떤 이익도 없지만 자발적으로 사람들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는 단체들도 마찬가지인데요. 선한 마음과 희망을 전하는 일에 참여하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꾸준히 지원사업이 커진 단체가 있습니다. 2014년, 탈북 청년 4명이 만든 봉사단체 ‘유니시드’인데요. 자신들이 받은 장학금으로 한 달에 한 번 서울역 노숙인들에게 도시락 나눠주는 일을 10년 넘게 해오면서 올해부터는 인천과 경기도 시흥지역까지 도시락 나눔 활동을 확대하게 되었습니다. 선한 사람들의 선한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거죠.

3월부터 시작되는 인천과 시흥 지역에서의 도시락 나눔을 앞두고 지난 2월 22일, 사전 만남과 교육이 진행됐는데요. 지난 시간에 이어 그 현장, <여기는 서울>에 담아봅니다.

[현장음] 고향이 남한이신 분도 계시고, 북한이신 분도 계시고, 또 고향이 외국인 분도 계십니다. 그래서 남북한 출신 외국인 분들이 같이 하고 계신데요. 서로 자라온 환경, 태어난 환경 이런 것들이 다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현재의 삶을 같이 공유하고 있죠. 그리고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어디에서 태어났든 무엇을 경험했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인간에게 중요한 건 인간 그 가치 자체로서의 존중이겠죠. 그래서 존중은 인간에 대한 존중, 그 다음에 인간에 대한 이해, 인간에 대한 관용이 우리 자원봉사자에게 매우 필요하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남북 봉사 단체 유니시드의 과일 도시락
남북 봉사 단체 유니시드의 과일 도시락 남북 봉사 단체 유니시드 봉사자들이 과일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다. (RFA)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건물에 남북 출신 50여 명이 모였습니다. 올해 새 사업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도 금방 친해질 수 있는 간단한 오락 활동과 봉사 전문가가 전해주는 ‘봉사활동’의 의미와 마음가짐, 태도 등에 대한 강연으로 이어집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는 활동을 하는 건데 알아야 할 것도, 주의해야 할 것도 많습니다. 봉사활동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은데요. 여기 모인 사람들은 그런 걱정이 전혀 들지 않나 봅니다. 인천 지역 대표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봉사활동 교육 인원이 초과된 이유

[인터뷰] 인천 서구의 통일교육복지센터라는 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북향민 이순실 센터장이에요. 유니시드 단체에서 하는 과일 도시락 배달하는 사업에 우리 인천에서도 동참하게 됐어요. 인천의 우리 지역사회의 북향민 위주로 구성이 돼서 지역 사회에 어려우신 분들을 찾아다니면서 과일을 도시락을 나누기 위해서 워크샵으로 왔어요. 과일 도시락 너무 좋은 거다, 올해 이렇게 하게 돼서 너무 감사하다 이러면서 15명만 오라고 그러는데 21명이 왔어요.

과일 도시락 나눔 활동에 참여하겠다는 인천 지역 봉사자들이 너무 많아서 인원 제한을 했는데도 30여 명이 금방 모였답니다. 오늘 교육받는 자리에는 15명만 와도 된다고 했는데도 참석 희망자가 너무 많아서 스무 명이 넘게 함께 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이런 열기는 시흥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랍니다. 시흥 지역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인터뷰] 안녕하십니까. 저는 탈북민 김수아라고 합니다. 저희는 시흥시에 거주 중인 독거 어르신들 100분을 선정해서 매달 한 번씩 과일 도시락을 가져다 드리려고 하거든요. 현재는 15명 규모로 만들어졌어요. 제가 처음에 SNS와 인맥을 통해서 ‘나 봉사할 거다, 좀 도와줘라’ 하고 모집을 했는데요. 한국 분들 한 13명 정도가 들어왔어요. 그리고 북한 친구, 제가 아는 친구 한 명 해서 15명으로 구성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시흥의 한 탈북민 단체장님한테 전화가 온 거예요. ‘탈북민 사업인데 우리가 해야 되지 않냐. 우리가 하겠다.’ 그런데 다 받아서 할 수는 없는 거고 그래서 한국 분들에게 양해를 구했어요. 우리 탈북민들이 기본 주인이 돼서 하고 싶다고 하니 그들에게 기회를 주셔라 라고 해서 현재는 탈북민 10명, 그리고 한국분 5명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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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출신이 함께 하지만 봉사활동의 주체는 탈북민입니다. 유니시드의 시작이 탈북 청년들이었던 것처럼 말이죠.

인천 지역, 시흥 지역 봉사자들의 열의가 벌써부터 뜨거운데요. 이날 봉사자 교육이 끝났는데도 돌아가지 않고 현장에 남습니다. 서울 지역의 도시락 나눔 활동이 있는 날이라 연습 삼아 직접 참여해 보겠다는 겁니다.

남북 봉사 단체 유니시드의 과일 도시락
남북 봉사 단체 유니시드의 과일 도시락 남북 봉사단체 유니시드의 봉사자가 과일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RFA)

[현장음] 지금부터 과일 나눔을 할 건데요. 저희가 오늘 과일 나눔을 할 과일은 사과, 단감, 샤인머스켓, 바나나, 천혜향입니다. 이렇게 다섯 가지 과일을 도시락으로 만들어서 할 건데요. 에티켓에 대해서 잠깐 말씀드릴게요. 여기는 쪽방촌이라 해서 어르신들이 정말 한 평 정도 되는 방에 혼자서 지내시는 분들이에요. 그리고 굉장히 밀집해서 모여서 계세요. 그래서 나눔을 할 적에 노크를 하고 대답이 있구나 하는 분들한테 드리는 것으로 하고요. ‘저희 과일 도시락 나눔하러 왔습니다’ 라고 말씀드리면 돼요.

도시락에 담긴 선한 영향력

김명희 나눔 팀장의 설명과 안내에 따라 본격적으로 도시락 나눔 봉사가 시작되는데요. 7-8명씩 한 팀이 돼서 다섯 가지 과일을 전담합니다. 깨끗이 세척부터 하고 바로 먹을 수 있도록 과일 별로 자르고 깎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입니다. 5칸으로 된 도시락 통에 과일이 채워지면 뚜껑을 덮고 포장하는 작업까지! 오늘 처음 해보는 사람들이 맞나 싶을 만큼 분업이 잘 돼서 착착 진행되는데요. 직접 참여 중인 봉사자를 만나봤습니다. 인천지역 봉사자, 남한 출신 박금현 씨입니다.

[인터뷰] 북향민 돕는 일을 하는 다른 분을 돕다 보니까 참석하게 됐습니다. (오늘) 교육이 힘들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재미있게 지나가서 즐거운 시간이었고요. 지금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고 나니까 진짜 참석하는 것 같고 좀 뿌듯한 느낌입니다. 지금이 가장 봉사하는 느낌이에요.

금현 씨가 맡은 과일은 단감인데요. 깎고, 4등분으로 자르는 일까지 손이 가장 많이 가는 작업을 하는데도 지금이 제일 기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중에도 감을 손에서 놓지 않는데요. 금현 씨 앞에 감 껍질이 금세 수북이 쌓이는 모습에 속도가 빠르다고 놀라워하니 주부 연륜으로 속도감이 나는 것뿐이라는 짧은 대답을 한 후 다시 작업에 몰두합니다.

다른 과일을 준비하는 팀은 어떤가 둘러봤는데요. 서툰 칼 솜씨로 속도는 좀 더디지만 열심히 작업 중인 학생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평균 연령 4-50대 사이에 10대 청소년 세 명이 함께 하고 있었는데요. 외국인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랍니다.

남북 봉사 단체 유니시드의 과일 도시락
남북 봉사 단체 유니시드의 과일 도시락 남북 봉사단체 유니시드 봉사자들이 과일 도시락을 위해 감을 자르고 있다. (RFA)

[인터뷰] 안녕하세요. 저는 유니시드 봉사에 이번에 참여하게 된 고등학생 최시연이라고 합니다. 도시락 나눔은 저번 달에 처음으로 참여를 하게 됐어요. 오자마자 북한 음식도 먹어보고 별로 접점이 없었던 쪽방촌도 같이 가보고 서로 대화도 해보면서 배우는 것도 되게 많았고요. 많은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처음 탈북민 분들을 뵌 거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세상에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 오신 분들만 만났다면 유니시드에서는 말 안 하면 누가 탈북민인지 모를 정도로 모두가 너무 자연스럽고 모두가 너무 행복해 보이셔서 새로웠던 것 같아요. 지난번엔 바나나 깎고 있었는데 저번에 이미 한 번 해봤으니까 이번에는 더 잘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시언 학생의 소개로 함께 한 친구도 있는데요. 올해 19살 고등학교 3학년이랍니다. 한국에서 고3은 대입 시험을 앞둔 상황이라 자는 시간, 먹는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에 할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시간을 쪼개서 봉사활동에 참여한 겁니다. 기특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데요. 잠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인터뷰] 서울 외국인 학교 재학 중인 김동현이라고 합니다. 19살이에요. 시언 양이 해보자고 해서 하게 됐는데 막상 해 보니까 평소 못 해 본 일들을 해 볼 기회가 많더라고요. 해서 나쁠 건 없겠다 싶기도 했고, 또 제가 재일교포인데요. 저랑 비슷한 분들 관련해서 보다가 (탈북민에 대해) 들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아예 무지한 상태는 아니었는데 이런 봉사활동은 처음이라서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싶기도 해요. 그래도 하면 된다 생각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Closing Music-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한 마음이 모여 따뜻한 온기가 만들어집니다. 이들이 있기에 각박한 것 같은 세상도 살 만한 곳이다 싶은 마음이 드는 것 아닐까요.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