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 탈북민이 말하는 ‘가치 있는 삶’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했습니다. 가치는 일반적으로 좋은 것, 값어치, 유용하다는 뜻인데요.

어떻게 살면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또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탈북민들이 있는데요. <여기는 서울>에서 만나봅니다.

[현장음] 이렇게 다 계실 적에 단체 사진 한 번 찍고 가겠습니다. / 네, 좋습니다. 찍겠습니다. 잘 보세요. 하나 둘 셋! / 하트 합시다. 하트. / 네, 감사합니다.

50여 명의 남북 사람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자신에게 차려지는 특별한 이익이 없지만 자발적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인데요. 어떤 봉사를 하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까요?

[인터뷰] '유니시드’의 대표 엄에스더입니다.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올해는 다른 지역으로 확장해서 봉사 활동을 하게 됐거든요. 새로운 시작에 앞서서 오리엔테이션을 하는데 마침 또 이렇게 취재하러 오셨네요. (웃음) 보시는 것처럼 시끌벅적합니다. 저희가 서울에서만 10년 동안 도시락 봉사를 해왔는데 지역에서도 같이 하면 좋겠다 싶어서 회원 중에서 팀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보자 했고, 결국 시작하게 됐어요.

‘유니시드’는 2014년 탈북 청년들이 만든 봉사단체인데요. 첫 시작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도시락 나눔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 음식 도시락으로 시작했지만 도시락을 받는 수혜자들의 관점에서 북한 음식 도시락이 한식 도시락으로 다시 반찬 나눔으로 항목은 조금씩 변화됐는데요. 2023년부터는 과일 도시락을 나눔하고 있습니다.

도시락이나 반찬은 다른 봉사단체에서도 많이 나눠주고 무엇보다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다양한 과일을 스스로 사서 챙겨 먹을 여유가 거의 없기 때문이랍니다.

3개 지역으로 확대된 과일 도시락 나눔 활동

과일 도시락은 서울역 근처 쪽방촌에 살고 있는 독거 어르신들에게 한 달에 한 번, 봉사자들이 직접 갖다 드리는데요. 2025년 3월부터는 인천과 경기도 시흥 지역에서도 과일 도시락 봉사가 가능해졌습니다. 엄에스더 대표의 설명입니다.

[인터뷰] 유니시드에서 주최해서 하는 것으로 저희 안에 인천팀이 있고 시흥팀이 있는 거죠. 서울 지역은 넷째 주마다 하는데요. 시흥팀은 매달 둘째 주에, 인천팀은 셋째 주에 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도시락 나눔 봉사는 거의 매주 하게 되는 것이죠.

과일로 도시락을 싸서 대상자들에게 배달하는 방식은 같은데요.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차이가 있답니다. 어떤 차이일까요? 인천과 시흥 지역에서의 본격적인 봉사 활동에 앞서 사전 만남이 있었는데 그 날, 엄에스더 대표도 그 차이를 처음 알았다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아시다시피 저희 서울 지역팀은 20대부터 40대 청년들이 많아요. 새로운 봉사자들은 저도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 걱정 반, 설렘 반이었는데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이 많이 오셨더라고요. 처음엔 어떡하지 싶고 약간 당황했는데 걱정과 달리 더 잘 참석해 주세요. 걱정 안 해도 되겠다, 각 팀에서 알아서 잘해 주시겠다... 이제 든든합니다.

인천 지역, 시흥 지역 봉사자들은 평균 연령이 50~60대로 서울 지역 봉사자들보다 연령대가 높지만 봉사활동에 대한 열정만큼은 청년들 못지않습니다. 2월에 진행되는 서울 지역 도시락 나눔 봉사 활동에 연습 삼아 참여까지 할 정도로 봉사에 대한 열정도 대단한데요. 인천 지역에서는 봉사하겠다고 나선 사람만 30여 명이 넘는답니다. 인천 지역 대표 이순실 씨의 이야기, 잠시 들어보시죠.

남북 봉사 단체 유니시드 봉사자들이 준비하는 과일 도시락
남북 봉사 단체 유니시드 봉사자들이 준비하는 과일 도시락 남북 봉사 단체 유니시드 봉사자들이 과일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다. (RFA)

[인터뷰] (인천 지역 봉사자들은) 통일교육복지센터 단체 분들이고 협력하겠다, 자원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금 인천에서 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올해 이렇게 하게 돼서 너무 감사하다’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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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한국에 정착한 지 올해로 20년 된 탈북민입니다. 배가 고파서 선택한 한국행이었다는데요. 정착 과정에 많은 남한 봉사자들에게 도움을 받았고 잘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순실 씨는 ‘사회 복지’ 공부를 시작했고 이제 ‘봉사를 받는 사람’에서 ‘봉사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통일교육복지센터라는 단체를 직접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순실 대표는 특히 남북 사람들이 마음을 나누는 일에 사명감을 갖고 그런 차원에서 이번 도시락 나눔 봉사에 거는 기대도 큽니다.

앞으로 인천 지역에서는 매달 셋째 주 토요일, 과일 도시락 나눔 활동을 하게 되고 도시락을 배달할 가정은 총 100가구라고 하는데요. 자세한 이야기 들어봅니다.

[인터뷰] 우리 인천에는 3천여 명의 탈북민들이 있고 또 제가 살고 있는 인천 서구에는 300여 명이 있어요. 그러니까 봉사자 100명이 그렇게 많은 숫자는 아니에요. 영향력이 아직은 크지는 않지만 이번을 계기로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겠는가 기대합니다. 저희는 인천에 사는 우리 북한 이탈 여성들 중 은둔자, 밖에 못 나오고 사람 만나기도 힘들어하는 그런 분들을 찾아갈 겁니다. 그들이 은둔하게 되는 계기는 일단은 심적인 부담감입니다. 북한에 두고 온 부모와 형제와 자식에 대한 괴로움, 늘 죄책감으로 시달리고 이런 것 때문에 스스로 고립이 되는 거죠. ‘행복할 자격이 없어’ 이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분들을 찾아다니면서 드리는 도시락이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하지 않을까... 이 도시락이 그분들에게 조금 희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은둔 탈북 여성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주길

도시락을 받는 100가구는 한국 사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 여성뿐 아니라 인천 지역 내 독거 어르신, 한부모 가정을 포함해 선정했는데요. 앞으로 지속적으로 주변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보살핌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내는 것이 목표하고 합니다.

[인터뷰] 받는 사람에서 이제는 나누는 사람으로… 북한 이탈 주민도 이제는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남한과 북한이 동행하면서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중요한 건 우리 탈북민 사회가 더 밝아지고 남북이 함께 어울려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런 봉사가 탈북민들에게 좋은 영향이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남북 봉사단체 유니시드에서 봉사자들이 과일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남북 봉사단체 유니시드에서 봉사자들이 과일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남북 봉사단체 유니시드에서 봉사자들이 과일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RFA)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탈북민들에게 거의 공통으로 듣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받았던 것을 돌려주고 싶다’. 이 말을 실천하기 위해 참여했다는 탈북 청년도 있습니다.

[인터뷰] 안녕하십니까, 최정원입니다. 예전에 독서 모임을 운영하면서 남북한 친구들이랑 같이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지내다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해서 일을 하다가 지금은 샌드위치 샐러드를 납품하는 자그마한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교 다닐 때는 수많은 분들이 저희를 봉사 활동으로 도와준 덕분에 지금 저도 누군가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부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원래 맛있는 음식은 정성으로 만드는 거잖아요? 정성을 다해서 차분하게 맛있는 도시락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봉사 활동에 대한 대가는 물질이 아닌 마음으로 받는 것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인터뷰] 인천에서 온 안순금입니다. 저는 탈북민이에요.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이고 한국에 온 지 11년 차 됐어요. 여기 ‘오손도손 도시락’이라고 대표님들이 연계돼서 여기로 오게 됐는데요. 일을 하면서도 (봉사는)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오게 됐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와서, 할 수 있는 능력까지 해 보는 거죠. 자원봉사라고 하는 걸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저는 시간적으로 잘 맞지 않았고 이제야 접하게 됐는데 해보니 마음이 너무 좋네요. 우리도 이 사업에 또 한몫한다니까 마음으로 설레고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Closing Music-

과일 도시락으로 만들며 봉사자들은 말합니다. ‘언젠가 이 도시락을 북쪽에도 배달하고 싶다’ 라고요. 진짜 도시락은 보낼 수 없어도, 자원봉사들의 선의와 정성은 방송으로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