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돕다 수감 조선족 망명 자격”

중국에서 탈북자를 돕다 박해를 당한 조선족을 비롯해 같은 경우의 중국인이 미국에 망명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미국의 연방 항소법원은 최근 중국에서 탈북자를 돕다 정부의 탄압을 받은 조선족에 대해 미국에 망명을 신청할 자격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09.03.27
exile us 303 미국의 연방 항소법원은 최근 중국에서 탈북자를 돕다 정부의 탄압을 받은 조선족에 대해 미국에 망명을 신청할 자격이 있다고 판결했다. 사진은 지난 2006년 5월 미국에 망명한 탈북자(모자 쓴 여성)가 같은 해 7월 19일 의회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북한의 인권실태와 탈북자 문제에 관한 견해를 밝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장명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제9순회 연방 항소법원은 지난 23일 캘리포니아 주의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재판에서 미국 이민법원이 지난 2003년에 내린 결정을 번복하고, 중국 조선족 리 쉰 (Xun Li)씨가 미국에 망명을 신청할 자격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항소법원의 논리는 상당히 우세합니다. 추가 재판을 하더라도, 법무부 측에서 중국 내 상황이 많이 나아져서 망명 신청자가 중국에 돌아가서 안전하게 산다는 걸 증명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항소법원의 판례를 결국 따르게 될 겁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올해 38살의 리 씨는 중국 지린성에 도망 나온 탈북자들을 도와주었다는 이유로 지난 2002년 중국 공안에게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하고, 노동수용소 (labor camp)에 강제로 수감됐다가, 가족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중국을 탈출해 남한과 캐나다를 거쳐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에 도착했습니다.

얼마 뒤 캘리포니아 주의 로스앤젤레스로 옮긴 리 씨는 지난 2003년 5월 ‘중국으로 되돌아가면 박해를 받을 게 두렵다’라면서 미국에 망명을 신청했습니다. 미국 이민법원은 중국 당국이 리 씨를 체포하고 고문한 이유에 대해 리 씨의 주장처럼 '정치적 이유'에 근거한 박해 (persecution)라기보다는 밀입국자에게 거처를 제공하고 자금을 제공한 형사법 위반에 따른 처벌 (prosecution)이라면서, 망명 신청을 즉각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킴 매클레인 워드로 (Kim McLane Wardlaw) 판사를 포함한 세 명의 항소법원 판사는 리 씨가 ‘정치적 이유’로 박해를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했기 때문에, 망명 신청을 할 자격이 있다고 만장일치로 판결했습니다.

항소법원은 판결문에서 미국 국무부의 자료를 인용해, 5만 명에 달하는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과 억압을 피해 중국으로 도망쳐 나왔다면서, 특히 지난 2004년에 제정된 북한인권법이 탈북자 지원을 장려하는 정책을 수립한 사실을 주목했습니다.

따라서 리 씨가 미국의 정책과 일관된 방식으로 행동했고, 막상 이 때문에 박해를 당했는데도, 미국에 망명을 신청할 자격이 없다고 선고한다면 이는 ‘이상한 형태의 정의 (an odd form of justice)'에 해당한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대해, 미국 뉴욕의 ‘브레츠 앤드 코벤 법률사무소’의 데이비드 김 변호사는 27일 자유아시아방송 (RFA)과 한 전화 통화에서 앞으로 중국인들이 탈북자와 관련해 ‘정치적 이유’로 탄압을 받았다는 신빙성 있는 진술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빙자료가 있는 경우, 망명 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김: 제대로 된 판결입니다. 아시다시피, 판례는 공표된 결정 (published decision)으로 적어도 제9순회 연방항소법원의 관할권에 있는 모든 법원은 이번 판결을 따라야합니다.

한편, 연방 항소법원 측은 이번 사건을 해당 이민법원에 되돌려 보냈지만, 이민법원의 상급기관인 법무부 소속 변호사들이 추가 재판에서 중국 내 상황이 바뀌었다면서 반대 의견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난민과 망명을 전문으로 하는 버지니아의 법률회사 ‘공정법 인터내셔널’의 패트리샤 라이먼 변호사는 2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항소법원이 판결의 결정적 이유로 꼽은 두 가지 사항, 즉 중국에는 탈북자를 돕는 행위가 위법이라고 명시한 법 규정이 없고, 미국법이 탈북자를 난민으로 규정해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항소법원의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Patricia Lyman: It looks to me the 9th Circuit Court reasoning was pretty good... 항소법원의 논리는 상당히 우세합니다. 추가 재판을 하더라도, 법무부 측에서 중국 내 상황이 많이 나아져서 망명 신청자가 중국에 돌아가서 안전하게 산다는 걸 증명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항소법원의 판례를 결국 따르게 될 겁니다.

이에 대해, 자유아시아방송은 미국 법무부에 전화와 전자우편으로 문의했지만, 27일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도 얻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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