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현장 이모저모


2005-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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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돌아가신 것도 모르고 살아온 북측 자식들이 남측 가족들이 호텔 방에 마련한 제사상을 놓고 회한의 눈물을 흘린 소식이 가장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북측에서 온 김완식(72) 씨는 남측에서 온 여동생 다섯명을 55년 만에 만났습니다. 근데 어머니는 3년전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완식씨는 자신이 장만한 북어포와 사과를 동생들이 마련한 제사상에 올리고 큰 절 올리고 울었다는 것이죠. 완식씨는 장남이자 외아들로서 4대 독자였다고 합니다.

완식씨가 이날 상봉에서 6.25 전쟁 때 군에 나갔다가 부상당해 줄을 뻔 했다는 얘기를 하자, 여동생들은 울었다고 합니다. 예순 여섯 살 난 완식씨의 여동생 순례씨는 상봉을 끝내고 돌아가면 부모님 산소를 찾아가 오빠가 가지고 온 제사상을 그대로 다시 차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김완식씨도 북한에서 애들을 낳았는데 아들 하나에 딸이 다섯이라고 합니다.

북측에서 온 유성열(71) 씨의 경우, 이 분은 상봉날이 바로 남쪽에 있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제삿날이었다는데 그걸 모르고 상봉장에 나왔다는 겁니다. 성열씨는 이 집, 둘째 아들이었다는데요 6.25때 의용군으로 끌려가 남쪽 가족들과 헤어지게 됐다고 합니다.

성열씨의 형, 첫째 아들도 6.25때 북측으로 잡혀갔는데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성열씨가 맏상주가 된 셈인데 북측에 있으니 제사를 드릴수가 없었던 것이죠. 남쪽에 남아있던 막내아들 순열씨가 그동안 어머니의 제사를 지내왔지만 북에 있는 형님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었다고 합니다.

제사상에는 남쪽 가족들이 준비해온 사과 배 대추 떡 약과, 그리고 호텔측에서 제공한 밥과 탕국을 올렸다고 합니다. 성열씨 어머니는 성열씨의 생일만 돌아오면 언제나 밥을 떠 놓고 북쪽에 있는 아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고 합니다. 남쪽 가족들에게 그 말을 들은 성열씨는 ‘천하의 불효자식, 이제 어머니의 제사상에 술 한잔 따르게 됐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울움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남쪽의 아들 고주천(52) 씨는 이날 개별 상봉에서 북쪽의 아버지 고희영씨를 만났습니다. 고희영씨는 여든살입니다. 50여년전 헤어질때에는 아들이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들이 없는 것으로 알았다는 것이죠.

처음 보는 아들이지만 아들의 모습을 자세히 훑어보고는 자신을 닮았다는 것을 알고 웃음을 지었다고 합니다. 아버지 희영씨는 북측의 인삼주와 담배와 금강산 액자를 아들에게 선물했고 아들은 아버지에게 금반지 시계 옷가지를 드렸다고 합니다.

올해 일흔 다섯 살인 남측 가족 정만교씨는 일요일 새벽에 혈압이 갑자가 올라가 상봉 일정 절반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대한적십자사 의료요원의 응급처리를 받고 아침에 개별상봉은 끝냈지만 오후 점심과 그밖의 행사때에는 숙소에 머물러야 했다고 합니다.

또 북측의 림한철씨의 형수 안한순씨, 일흔 여섯 살인데요, 이분이 아침식사중에 뇌동맥 경화를 일으켜 구급차에 실려 강릉 현대아산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고 합니다.

또 일흔 여섯 살난 심재정 할머니도 북쪽의 남동생 재규씨를 만나기 전날 차멀미에 탈진현상으로 쓰러져 쉬어야 할 처지인데도, 본인이 극구 우겨, 의료진한테 포도당 주사를 맞은 후 6일 아침에 남동생과 개별상봉을 했다고 합니다.

이산가족 당사자 대부분이 70넘긴 고령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들의 건강문제가 상봉 자체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전수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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