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실향민들 “통일 더 멀어지나”

미국에 사는 실향민들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수십 년간 간직해온 통일의 꿈이 허망하게 깨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분단 조국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실향민의 목소리를 모아봤습니다.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0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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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이진서 기잡니다.

답답하고 한심한 건 말할 수도 없죠. 뭐라고 얘길 해야 하나…

북한에서 2차 핵실험이 있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와 가까운 곳이 고향인 실향민의 말입니다. 이곳 워싱턴에 사는 실향민 대부분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와 갑작스런 핵실험이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돌발 행동이라는 반응입니다.

워싱턴의 함경도 도민회 손경준 회장은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라면 자국민을 먹여 살리는 문제보다 어떻게 미사일과 핵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혈안이 돼 있을 수 있느냐며 답답해 했습니다.

손경준: 후유증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생활하면서 잘못되고 작은 교통사고라도 나면 누가 잘못했다 안됐다 하고 하지만 북한은 주민들을 담보로 하는 사람들인데요 뭐. 핵실험을 하면 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벌써 이주시켰을 겁니다.

평안북도 영변이 고향인 손지언 씨는 북한의 도발적인 행위로 이산 가족의 아픔은 더욱 커졌다면서 반세기 넘게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살아온 실향민의 슬픔과 북한 정권에 대한 노여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고 합니다.

손지언: 저희 고향은 완전히 없어졌다고 생각하죠. 영변에 핵 공장 세우면서 없어졌을 거 아닙니까? 미국도 북한과는 대화가 안 될 겁니다. 그 사람들 머리에는 도덕이나 인류애는 전혀 없습니다. 자기내 사상만 고집하는 사람들이니까 도저히 대화가 안 될 겁니다.

잊혀질만하면 한 번씩 미사일을 발사해 세계의 시선을 끌고 국제 사회의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이제 핵실험까지 한 북한의 행동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실향민들은 걱정합니다. 왜냐하면 아직 북한에는 가족이 생존해 있는 실향민이 많아 그들의 안전도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황해도민회 민명기 씨 역시 반세기 넘게 북한을 고향으로 둔 실향민의 꿈은 통일이었는데 그날이 이번과 같은 북한의 행동으로 더욱 멀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민명기: 실향민이기 때문에 이산 가족이 만나는 행사가 자주 있기를 바라고 남북한이 자유로이 내왕할 수 있기를 바라는데 북한과 냉각 상태가 되면 실향민은 타격이 많죠. 이런 상황이 끝나고 화해 무드가 되길 바랍니다.

평안남도 덕천이 고향으로 북한 어린이에게 수년간 영양제 보내기 운동을 하는 이복실 씨는 북한의 순간적인 오판에 대해 감정적인 대응을 하지 않도록 더욱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복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건강도 좋지 않고, 경제는 완전히 파탄났으니까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상황에서 중동 문제 때문에 국제적 관심이 작아지니까 나좀 봐 달라고 미사일도 쏘고 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즉흥적인 반응은 피해야 합니다. 우리 민족이 피 흘리는 일이 없도록 시간을 끌면서 대화를 해야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제3, 제4의 대화 통로를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북한을 일곱 차례나 다녀온 이 씨는 올해도 북한을 방문할 계획입니다.

평안남도가 고향인 올해 77세의 김창재 씨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해서 그나마 북한에 걸었던 기대감마저 완전히 져버렸다면서 더 큰 비극을 막기 위해선 지금과는 다른 대북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정치인들에게 주문합니다.

김창재: 지금까지 계속 끌려 간 정책을 썼다고 봅니다. 온전한 정권으로 보고 상대해서 외교를 폈는데 저는 처음부터 믿을 수 없는 정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끌려 가거나 퍼주기 식은 안 된다고 봤습니다. 결국 북한이 핵 실험을 하도록 키워준 겁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언젠가는 더 비참한 결과가 오기 때문에 우리가 이제 단호하게 협상을 하고 대비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워싱턴에 있는 민간연구소인 국제전략화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에 사는 한인 100명 중 8명이 북한에 가족을 두고 있으며 그 수는 10만 4천여 명에 이릅니다. 그리고 워싱턴 인근 지역에는 약 7천 명의 실향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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