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체계 열악한 북한에 전염병 확산은 큰 사회적 난관”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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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체계 열악한 북한에 전염병 확산은 큰 사회적 난관” 2022년 5월 27일, 한 구급차가 평양의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AFP

앵커:한반도 톺아보기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기자> 북한 고위 간부들이 ‘급성 장내성 전염병’ 발생 지역에 가정 의약품을 전달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17)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가 전염병 피해지역에 의약품을 보내달라”고 촉구한 사실을 보도하며 이를 크게 추켜세웠는데요. 이처럼 김정은 총비서를 비롯한 고위 간부들의 의약품 기부 소식을 북한 매체들이 몇 주째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김정은 체제에 전염병이 무시할 수 없는 도전 즉, 난관이 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내에서는 전염병이 큰 사회적인 위협 중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기반 시설이 너무 열악하거든요. 상하수도가 완비된 곳은 평양의 일부 지역뿐이고, 지방은 강에서 물을 떠다 쓰는 경우도 여전히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강에서 세탁과 목욕도 하기 때문에 위생 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전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냉장고도 제 기능을 못해 식품 보존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장내성 전염병이나 장티푸스, 아프리카 돼지 콜레라, 말라리아 등이 해마다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 지금 신종 코로나비루스 감염증도 확산하고 있어 일반 병원의 의료 체계가 붕괴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평소에도 북한 의료 시설이 열악한데, (코로나비루스 확산으로) 북한 주민들을 치료할 능력이 더 떨어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북한 지도부가 가정의약품을 방출했다고 할 수 있고요.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총비서, 리설주 여사 부부가 방출할 가정의약품을 고르고 있는 사진도 공개했습니다. 북한 내에서 최고지도자 사생활을 이처럼 공개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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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의주 지역 북중 국경 압록강에서 북한 주민이 빨래하고 있다. 국경지역 북한 주민에게 압록강과 두만강은 세탁과 함께 식수로도 사용하는 생활용수이다. /연합

 

<기자> 말씀하신 대로 김정은 총비서와 고위 간부들의 사생활을 공개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인데요. 북한에서는 언제부터 이들의 사생활 공개가 금기시돼왔던 겁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 김일성 주석 시기 당초에는 최고 지도자의 사생활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예를 들면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남산고등중학교 (현 평양 제1 고등중학교)에 다녀갔던 당시, "내 아버지 (김일성 주석)가 총리"라고 하면서 교사들을 무시하는 행동을 취했다고 합니다. 이후 김일성 주석이 남산고등중학교 교사들을 찾아가서 큰 절도 하고 "자식(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했다고 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버지의 행동을 보고 그 후 교사들에게 무례한 행동을 취하지 않게 됐다고 합니다. 김일성 주석은 이러한 얘기를 측근들한테 전달하고, 측근들은 "우리 최고지도자는 인간미 있는 지도자"라는 이야기를 적극 전파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1997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일사상체계'가 채택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김일성 주석의 신격화를 적극 추진했다고 합니다. 최고 지도자는 신이니까 사생활을 공개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됐고요. 김일성 주석은 예전과 똑같이 주변 사람들에게 사생활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측근들이 김일성 주석의 사생활을 외부에 이야기하는 것은 일체 금지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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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중앙TV는 지난 2005년 기록영화 '조선을 위하여 배우자'에서 김정일의 유치원부터 인민학교(평양 제4인민학교),중학교(평양 제1중,54년9월1일),고등학교( 평양남산고급중,60년7월15일)시절 교복입은 모습을 방영했다. /연합

 

<기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사생활을 철저히 숨겨왔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로부터 궁금증을 자아냈던 것 같습니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생활을 숨겼던 배경은 뭔가요?

 

마키노 요시히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생활은 도저히 공개할만한 내용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게 밤마다 열렸던 술 파티입니다. 허담 전 외무상이나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 김용수 당 부부장이 고정 참석자였다고 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입장에선 술 자리는 측근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다만 파티에서 고급스러운 술도 먹고 여성들의 접대를 강요했기 때문에 절대 외부에 알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한때, 리용호 외무상의 어머니가 술 파티 실태를 김일성 주석에게 고발하는 편지를 쓴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 정보를 국가안전보위부가 입수하면서 큰 문제가 됐습니다. 리용호 외무상의 아버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기에 비서실장이었던 리명제 인데 그는 (술 파티를 고발한) 아내를 사살했다고 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리명제 전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충성심이 높은 사람이라고 평가했지만, 이러한 사건도 있었기 때문에 사생활 공개를 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이 가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생활을 여러 방식으로 전달한 바 있었는데, "수면 시간도 짧고 고상한 식생활을 갖췄다"며 실제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만 전달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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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용수 당 부부장, 허담 전 외무상,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 모습. /연합

 

<기자> 김정은 총비서는 선대와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김 총비서가 선대와 차별을 두는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이유 중 하나는 최고지도자와 최고지도자 주변에 있는 측근들이 세대 교체됐다는 겁니다. 김정은 총비서도 스위스에서 유학한 바 있고 측근들도 해외에서 생활한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사람들은 서양 사회와 문화도 알고 있어, 사생활을 공유하는 것이 북한 주민들로부터 사랑받을 가능성을 높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최고 지도자도, 측근들도 북한 주민들의 실태를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탈북자들 말로는 북한 주민들은 거의 병원에 안 간다고 합니다. 돈도 없고, 병원에 가더라도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는 말입니다. 주민들은 시장에 가서 진통제인 아스피린을 구입하거나 때에 따라서는 얼음 (필로폰을 뜻하는 북한의 은어) 같은 마약도 구입해 대응한다고 합니다. 일반 주민들이 가정의약품을 가진 간부들의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지 간부들은 알 수 없다는 말입니다. 주민들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생활을 하는 간부들에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예측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이는 지난번에 김정은 총비서가 조총련에게 "치마저고리를 입으라거나 김치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지시하는 이상한 편지 보낸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 그렇다면 사생활을 공개하면서까지 가정의약품을 기부하는 행보를 김정은 총비서가 계속하리라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지방에서 발생한 전염병을 막기 위해 최고지도자나 간부들이 가정의약품을 보내도 의약품 양이 절대적으로 모자랄 겁니다. 북한 내에서 이러한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원래 비축한 식량창고를 개방한다거나 아니면 측근들이 개인적으로 저축했던 자금을 제공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왔습니다. 측근들은 담당한 부서마다 충성 자금이라고 불리는, 비상시에 대비한 비용을 계속 저축해왔다고 합니다. 외화벌이 등을 통해 생긴 이익을 부서에 전부 분배하지 않고 남은 금액들을 분류해놨다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이 자금을 써왔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북한에 경제제재, 자연재해, 신종 코로나비루스에 따른 국경봉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 충성 자금도 거의 써버렸다는 지적도 저는 들은 바 있습니다. 그러니까 충성 자금이 있으면 임시로 의약품을 수입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못하니까 지금 가정의약품을 방출했다는 이야기를 저는 듣고 있습니다. 이렇게 북한 내부 사정이 너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 총비서의 앞으로의 행보도 더 어려워지리라 생각합니다.

 

<기자> ,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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