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재미와 돈맛] 립스틱 효과?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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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재미와 돈맛] 립스틱 효과?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촬영한 북한 여성들의 옷차림 (7월 촬영).
/은하별TV 제공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앞세웠던 북한에서도 시장경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이제 북한에서도 ‘돈’은 사상이나 이념을 넘어 삶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가치가 됐는데요. 특히 돈을 버는 경제활동의 주체로 여성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탈북 여성 경제인의 시각으로 북한 실물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 경공업 분야 무역일꾼 출신 탈북자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오늘도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혜영 씨 안녕하세요. 지난 7월, 북한 양강도 혜산시 거리를 촬영한 영상을 보면 여전히 북한의 젊은 여성들의 세련된 옷차림을 볼 수 있는데요. 우선 이 영상을 본 혜영 씨의 소감이 궁금합니다. 

[김혜영 씨]네. 양강도 혜산시 골목길을 촬영한 영상(세련된 혜산시 여성들)을 저도 보았는데요. 양강도 혜산시가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다고 들었는데, 그 말이 맞나 싶은 정도로 일부 여성들의 옷차림이 매우 세련돼 보였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입어도 전혀 뒤처지지 않을 만큼 멋진 옷도 있었고, 그런 옷을 입은 여성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는데요. 북∙중 국경지역인 혜산시는 중국과 접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정보력이 다른 지역보다 빠르고, 문화나 생활 수준도 높은데요. 과거에도 그랬지만,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요즘도 젊은 여성들의 패션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 저렇게 세련된 옷을 입고 다니는 여성들은 주로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인가요?

[김혜영 씨] 솔직히 먹고사는 것이 힘들면 저렇게 잘 입고 다닐 수 없겠죠. 어느 정도 돈이 있어야 하는데요. 만약 학생이라면, 무역이나 장사를 하는 재력 있는 집안일 테고, 일반 여성들이라면 교육일꾼이나 예술인들, 무역이나 장사를 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일 겁니다.

- 코로나 19 대유행 이후 북․중 국경이 봉쇄된 지 1년 6개월이 넘으면서 북한 경제와 시장 활동이 매우 위축된 상황인데요. 여성들의 옷차림을 보면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거든요. 북한 여성들의 패션은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볼 수 있을까요?

[김혜영 씨] 북한 여성들은 덜 먹더라도 자신을 가꾸는 일에는 신경을 많이 씁니다. 또 북한에는 행사가 많기 때문에 행사 옷은 늘 깔끔하고 예쁘게 입어야 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요즘 북한이 경기침체라고 하지만, 여성들 사이에서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노력은 계속되는 것 같은데요. 또 다른 동영상을 보니 지난 7월 27일 전승절을 맞아 군중무용을 하러 가는 젊은 여성들의 한복이 참 화려하더군요. 제가 북한에 있을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지금은 한복을 어디서 구하는지 스타일이나 머리 단장도 크게 달라져서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북∙중 국경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매우 굳건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전수전을 다 겪었고, 돈도 많이 벌어 본 사람들이기에 웬만해서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동영상 속 여성들의 옷차림을 보니 '돈을 벌었던 돈주들이 다 무너진 것은 아니구나'라고도 느꼈습니다.

- 경제 용어 중에 ‘립스틱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경기침체 때 싼 가격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립스틱, 즉 입술연지 구매가 늘어나는 현상인데요. 지금 북한이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때에 여성들의 구매력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김혜영 씨] 이전에 옷도 잘 입고, 화려한 패션을 자랑하던 여성들은 경기침체라 해도 자신이 초라하게 보이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계속 소비하고 싶어 하죠. 현금 수입이 줄어 살 돈이 없으면, 자신이 갖고 있던 옷이나 액세서리(치레거리) 등을 되팔고 사는 돌림 장사가 활성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남한에서 말하는 중고시장이라고 할 수 있겠죠.

또 북한 여성들은 돈이 없어도 예쁜 핀이나 리본 등의 재료를 구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꾸미기도 하고요. 옷도 천만 있으면 세련된 옷을 만들어주는 재봉사가 많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옷도 지어 입을 겁니다. 요즘처럼 돈이 부족한 때에는 직접 물건을 구매하기보다 제품을 모방해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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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촬영한 북한 여성들의 옷차림 (7월 촬영). / 은하별TV 제공

- 경기 침체 시기에도 상인들이 주 소비층인 여성들을 겨냥한 상품을 내놓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는데요. 요즘 같은 때에 여성들에게 잘 팔리는 상품은 무엇일까요?

[김혜영 씨] 저는 아무래도 요즘 같은 때에 마스크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는데요. 마스크 하나로도 분위기를 바꿀 수 있으니까요. 중국에서 많이 들여오는 듯합니다. 또 여성에게 옷은 빼놓을 수 없으니까 옷에 대한 소비도 여전할 것 같고요. 계절에 맞춰 신발이나 화장품, 양산 등도 꾸준히 팔릴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북한에서 그렇게 비싼 물건은 많이 없고, 잘 팔리지도 않을 겁니다. 아마도 비싼 물건이 있다면 본인이 사용하기보다 도로 팔아서 돈을 만들겠죠. 그런 식으로 경기가 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 지금은 중국산 물건도 들어오지 못하고, 한국산 물건 등은 더더욱 접하기 어려울 때인데요. 그렇다면 국산품으로 눈을 돌려야 하나요? 

[김혜영 씨] 아마 그래야 할 겁니다. 지금 평양에서는 한국산을 모방해 만들고 북한 상표를 넣어 판매한다고 합니다. 평양에 있는 상점에서는 라면이나 튀김, 안주거리 등도 한국산을 모방해 판매한다고 들었습니다. 다시 말해 일부 국산품도 질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는 겁니다. 반면, 원래 북한 사람들은 중국산을 '가짜'라고 생각해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가짜나 불량품도 북한에서는 생산을 못 하니까 중국산을 쓴 거죠. 요즘처럼 북∙중 국경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평양에서 생산한 물품들이 혜산을 비롯한 지방으로 유통되면서 국산품을 애용하는 분위기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 공식 무역은 막혔지만, 생필품을 중심으로 소규모 수준의 중국산 물품은 밀수를 통해 북한으로 유입된다고 들었는데요. 북한 당국이 아무리 엄격하게 통제와 단속을 해도 북∙중 간에 작은 통로는 있기 마련이고, 이를 통해 장사도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하지만 경기침체가 지속하고, 북한의 경제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면 이같은 ‘립스틱 효과’에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김혜영 씨] 북∙중 국경이 봉쇄된 지 1년 반이 넘었습니다. 경기침체 기간도 그렇게 오래되면서 북한 주민, 특히 여성들의 구매력이 이전보다 많이 떨어졌죠. 북∙중 국경이 다시 열리고, 시장 활동이 보장되기 전까지는 구매력이 다시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립스틱 효과'도 한계가 있겠죠.

하지만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이미 생존방식이 생겼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서도 생존을 위한 자신들만의 비결이 다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밀수나 보따리 장사 등을 통해서 어떻게든 살아가는 방식과 대책이 있을 겁니다. 그 중심에는 북한 여성들이 있고요. 여성들의 구매력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 구매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 네. 오늘은 경기침체 상황에서 북한 여성들의 구매력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돈 버는 재미와 돈맛,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전직 북한 무역일꾼 출신인 김혜영 씨와 함께했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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