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북∙중 국경봉쇄 1년 반 ③ 봉쇄해제 소문∙추측만 무성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7.20
[긴급진단] 북∙중 국경봉쇄 1년 반  ③ 봉쇄해제 소문∙추측만 무성 압록강에서 운항 중인 북한 선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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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봉쇄 완화에 관한 여러 소문과 추측 속에도 북∙중 국경은 지난 1년 6개월 넘게 굳게 닫혀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국경을 열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상황과 북한 주민의 백신 접종 여부가 주요 변수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또 김정은 정권이 시장과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해 국경 봉쇄를 이용한다면,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도 엿보이는데요.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에 대한 중국 무역업자들과 북한 주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습니다.

[RFA 긴급진단] 북∙중 국경봉쇄 장기화. 오늘은 마지막 시간으로 국경 봉쇄 완화에 관한 전망을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경 열린다”... 소문과 추측만 무성

이달 초. 중국 단둥에서는 북∙중 국경에 관한 소문 하나가 돌았습니다.

7월 15일부터 국경 봉쇄가 일부 해제되고, 각 세관에는 업무 준비에 관한 명령이 하달됐으며 7월 5일부터 물자 운송에 대한 접수를 시작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7월 11일) 접촉한 중국 단둥의 대북 무역업자는 이 소문과 관련한 움직임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는데, 실제 지난 15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단둥 무역업자] 조금 전에 통화했는데, 15일에 화물차가 나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요. 15일부터 화물차가 나간다면 여기 적재된 물자가 많기 때문에 어느 회사라도 (뒷돈을 줘가며) 먼저 실으려고 할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없어요.

이 무역업자는 지난 4월에도 ‘북한의 화물 열차가 운행을 개시하기로 했다’, ‘약 1천500개 컨테이너 분량의 중국 원조 물자가 나갈 것이다’란 소문 등으로 단둥시가 들썩였던 사례를 언급하며 “잊을 만하면 나왔다가 헛소문으로 끝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이제는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지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 중국 단둥과 훈춘 세관을 통해 북한에 거주하던 수백 명의 화교와 중국인들이 중국으로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단둥에는 약 150명, 훈춘에는 80여 명이 북한을 나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 중에는 어린 학생들도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이를 북∙중 국경 봉쇄의 완화 조치로 보기엔 무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중국 현지 소식통은 일 년 반 넘게 이어진 북∙중 국경 봉쇄로 북한에 살던 화교들과 중국인들도 생활고에 직면했을 것이라며, 가족 방문과 경제적 이유 등으로 북한을 떠났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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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4일, 단둥 세관을 통해 북한에서 중국으로 건너온 화교들 / RFA photo



심지어 중국에 발이 묶여 오가지도 못하는 북한 주재원들조차 북∙중 국경이 조만간 열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국경 봉쇄는 더 견고해질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북∙중 국경 상황을 계속 주시해온 강동완 한국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도 (7월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코로나19 상황과 북한 내부 상황을 고려하면 북한 당국이 쉽게 국경 봉쇄를 완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강동완 교수] 결국,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라는 것이 북한 내부 상황과 연계해 지켜봐야 할 중요한 지표가 될 것 같은데요. 굉장한 딜레마일 것 같습니다. 북한 주민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북∙중 국경을 개방해 중국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고, 그렇다고 계속해서 자력갱생을 강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까요. 돌파구가 필요한데, 당분간은 지금처럼 내부적으로는 자력갱생과 북한 주민의 사상을 통제하고, 더욱 공포정치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질 거라 예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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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봉쇄 장기화에 중국 상인들 불만도 커져

북∙중 국경 봉쇄 기간이 길어지면서 그동안 북한과 교역으로 먹고살았던 중국 상인들도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면서 김정은 정권을 향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년 6개월이 넘도록 기다림에 지친 나머지 ‘국경 봉쇄를 풀던지 말던지, 맘대로 하라’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국경 봉쇄 완화 조치를 기다리던 대북 무역업자들 사이에서 무역 재개에 대한 기대를 접고, 다른 사업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많아졌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이 중국 백신에 대한 불신이 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 역시 백신 지원 의사를 보였음에도 북한이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불쾌해하고 있다고 단둥의 한 무역업자는 지적했습니다.

[단둥 무역업자] 엊그제 (북한) 식당에 갔는데, 접대원에게 백신 맞았냐고 물어봤죠. 그런데 안 맞았대요. 맞으라고 하면 맞고, 맞지 말라고 하면 안 맞는다고. 중국 쪽에서는 이제 강경하게 나온대요. 이제 백신 주려고도 안 하고. 국경 여는 것도 마음대로 해라. 너희가 열겠으면 열고.

북한 내부에서 커지는 불만도 김정은 정권이 우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민생 경제를 주도했던 무역과 밀수, 시장 활동이 중단되고 식량과 물자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계속 북∙중 국경만 봉쇄하면 주민들의 불만이 어떻게든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도 김정은 정권이 이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특히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위력이 강하고, 백신을 맞은 나라에서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걱정하고 있잖아요. 당분간 최고 수준의 방역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거죠. 주민들도 너무 오랫동안 피곤하고, 앞도 안 보이고, 실망하는 분위기도 있고, 정부에 대한 불만도 생겨서 이는 김정은 정권도 크게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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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 바이러스, 백신 접종 여부가 주요 변수

미국의 민간 연구소인 스팀슨센터의 벤자민 카제프 실버스타인 객원연구원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두려움이 북∙중 국경 봉쇄와 장기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이 국경 봉쇄의 완화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중국 내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센터장은 최근 (7월 1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고, 북한에 백신 보급이 맞물린다면 예상보다 일찍, 올 가을쯤에는 북∙중 국경의 문이 열릴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안경수 센터장] 북한이 북∙중 국경을 여는 (중요한) 요소는 중국의 상황이거든요. 중국은 지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지 오래됐습니다. 중국에서 크게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했다는 소식도 못 들었는데, 이런 상태로 가면서 그사이에 북한도 코벡스로부터 백신을 공급받는 것이 맞물린다면, 오는 10월쯤에는 조금 정상화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올해는 넘기지 않을 것 같아요.

또 북한이 내년 2월에 있을 북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서라도 그 전에 북∙중 국경을 다시 열 필요가 있다고 안 센터장은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의 백신 접종이 쉽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이어집니다.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최근 (7월 1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의 열악한 의료, 운송 체계를 고려하면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코로나19 백신을 과연 주민들에게 효과적으로 보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로버트 킹 전 특사] 코로나19 백신이 매우 낮은 온도에서 보관돼야 하는데, 이를 운반할 수 있는 특별 운송 수단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북한의 의료, 교통 기반시설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건데요. 이 점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또 현재 북한이 외부의 지원을 허용할 것이란 징후도 없는데, 이에 대해 융통성을 더 보이지 않으면 국제사회도 도움을 주기가 매우 어려울 겁니다.

미 한미경제연구소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도 최근 (7월 16일) 북∙중 국경의 재개방을 위해서는 북한 전체 인구의 상당수가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데, 백신 확보와 접종 기간 등을 고려하면 내년 중∙후반까지도 국경 문은 닫힐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동시에 북한이 시장 통제 강화를 위해 국경을 봉쇄하는 분명한 신호들이 있다며 만약, 북한이 정책적으로 이를 계속 이용하려 한다면 백신 접종 이후에도 국경 봉쇄는 당분간 유지될 수 있다고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전망했습니다.

북∙중 국경 봉쇄 1년 6개월.

코로나19 상황과 북한 내부 분위기를 고려할 때 경제적으로 한계에 직면한 북한 당국이 중국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만, 이전처럼 북∙중 사이에 물자와 인력이 오가며 무역이 재개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국경 재개방에 대한 온갖 소문과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기대와 실망, 한숨과 절망, 불안과 좌절 등이 교차하는 북∙중 국경도시의 답답한 상황은 현재진행형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기사 작성: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 기자, 에디터 박정우, 웹팀 최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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