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슨 “북, 미군 유해 협상 카드로 이용”
2018.08.10
빌 리처드슨 전 주지사 인터뷰
앵커: 미북 협상과 미군 유해 송환 등에 관여했던 빌 리처드슨 전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는 북한이 미군 유해의 송환을 협상 카드로 이용하고 있다며, 특히 유해 발굴의 대가로 비용과 군사 접촉 등을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해 방북을 희망한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비핵화에 관한 미북 협상이 문제에 봉착했지만, 양국이 대화 국면을 이어가되, 섣불리 대북제재의 해제와 종전 선언은 허용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리처드슨 전 주지사를 만났습니다.
- 미북 협상 관여했던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
- 처음 약속한 미군 유해 200구 중 55구만 송환, 충분치 않아
- 미군 유해 송환 대가로 북한이 바라는 것 ‘돈과 군사 접촉’
- 개인 자격으로 방북해 미군 유해 송환 노력할 것
빌 리처드슨(Bill Richardson) 전 뉴멕시코 주지사는 10일, RFA,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회견에서 북한이 처음에 송환을 약속했던 미군 유해 200구 가운데 불과 55구만 돌아온 것은 충분치 않다며 북한이 이를 협상 카드로 이용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북한을 8번이나 방문했고, 2007년에는 북한에서 미군 유해 7구를 가져오는 등 북한과 오랜 협상 경력을 가진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북한이 미군 유해의 발굴과 송환을 대가로 돈과 미북 간 군사적 접촉을 원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빌 리처드슨] 북한은 미군 유해를 협상 카드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유해 200구를 송환하겠다고 했지만, 불과 55구만 돌아왔습니다. 이는 충분하지 않아요. 북한은 미군 유해의 송환을 대가로 미군 유해 발굴 작업의 재개와 모든 군사적 접촉을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군 유해는 정치적 사안과 별개인 인도주의적 사안이며, 5천 명에 가까운 미군 유해를 모두 되돌려보내야 합니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미군 유해발굴이 북한에 중요한 이유를 두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유해 송환이 외화벌이의 수단이 된다는 겁니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90년대 이후 약 630구의 유해 송환을 대가로 2천200만 달러를 북한에 지급했으며 이번에 돌려받은 55구에 대해서도 비용을 지불했다고 말했습니다. 기본적으로 가난한 북한에서는 미군 유해가 북한군의 외화벌이 수단이 된다는 겁니다.
둘째, 북한은 유해 발굴을 통해 미군과 접촉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과거 7구의 유해를 가지고 올 때 북한이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군사 관계의 회복을 원했다며 만약 유해 발굴 작업이 재개되면 미군과 장비 등이 북한에 들어갈 텐데, 북한군은 이를 통해 미군과 모든 분야에서 접촉을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미군 유해 발굴 작업이 재개되기 전에 북한이 처음에 약속했던 200구의 유해를 모두 송환해야 한다며 미국 국무부가 사안의 시급성을 잃지 않고 이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 미북 협상 시작은 좋았지만, 문제 봉착
- 북한이 비현실적인 요구하고 있어
- 비핵화 진전 이전에 대북제재 완화, 종전선언 허용해선 안 돼
- 핵∙미사일 시설 더 폐기하고 핵사찰 받아야
한편, 비핵화에 대한 미북 협상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북한이 종전선언, 대북제재의 해제 등 비현실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며 북한이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취하고 핵사찰을 받기 전까지 종전선언과 대북제재의 해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빌 리처드슨] 미북 협상의 시작은 좋았지만, 지금은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북한이 현실적이지 않은 요구를 하고 있고, 완전한 비핵화를 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중요한 진전을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북제재 해제와 종전 선언은 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장과 핵무기를 더 폐기하고, 비핵화 일정에 따라 사찰단을 허용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 전까지 미국이 대북제재의 해제나 종전선언 등을 들어줄 수 없습니다.
미국 워싱턴 인근 알링턴에서 열린 ‘한국전 참전 실종자 가족 초청 행사’에 참석한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이날 참석자들에게 북한과 협상은 쉬운 일이 아니라며 앞으로 순조로운 미북 협상과 유해 송환에 의회와 행정부의 관심을 촉구하는 데 동참해 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또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북한이 미군 유해를 이용해 대북제재의 해제와 종전 선언을 통한 체제 안정 등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한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트럼프 행정부 관리와 꾸준히 접촉해 미군 유해의 송환을 계속 추진해나갈 뜻을 밝혔습니다.
특히 앞으로 계획을 묻는 말에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개인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미군 유해를 송환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 인터뷰 전문
- 비핵화에 관한 미북 협상이 지지부진한 모습입니다. 미북 협상의 돌파구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리처드슨 전 주지사] 미북 협상의 시작은 좋았지만, 지금은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북한이 현실적이지 않은 요구를 하고 있고, 완전한 비핵화를 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중요한 진전을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북한이 미군 유해 송환이나 미사일 시험장의 폐쇄, 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 등 일부 조치를 취했지만, 미사일 제조나 핵무기 개발 중단 약속은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미북 협상은 잘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북 양쪽이 계속 협상을 이어가야 합니다.
- 북한이 비핵화 진전에 앞서 대북제재 해제와 종전선언 등을 먼저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리처드슨 전 주지사] 대북제재 해제와 종전 선언은 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장과 핵무기를 더 폐기하는 조치를 취하고, 비핵화 일정에 따라 사찰단을 허용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전까지 미국이 대북제재의 해제나 종전선언 등은 들어줄 수 없습니다.
- 아까도 언급하셨지만, 북한이 미군 유해의 송환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보십니까?
[리처드슨 전 주지사] 북한은 미군 유해를 협상 카드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200구를 송환하겠다고 했지만, 불과 55구만 돌아왔습니다. 충분하지 않아요. 북한은 미군 유해의 송환을 대가로 미군 유해 발굴 작업의 재개와 모든 군사적 접촉을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군 유해는 정치적 사안과 별개인 인도주의적 사안이며, 5천 명에 가까운 미군 유해를 모두 되돌려보내야 합니다.
- 북한에서 미군 유해 발굴이 재개되기 전에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리처드슨 전 주지사] 우선 북한은 55구 외에 처음에 약속했던 200구의 미군 유해를 송환해야 합니다. 또 국무부가 이에 대한 논의를 주도해야 합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미군 유해 송환은 정치적 사안과 분리돼 사안의 시급성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 앞으로 미군 유해 송환에 대한 계획이 있으십니까?
[리처드슨 전 주지사] 우리 재단에서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계속 일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북한을 방문해 미군 유해를 송환하고 싶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군 유해를 잊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데려와야 할 유해가 5천구가 더 있습니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와 관계 개선을 이루는 데 부드러운 힘을 가진 인도주의적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