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화물열차 운행 지연”… 대북 무역업자들도 손 놔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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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화물열차 운행 지연”… 대북 무역업자들도 손 놔 북한과 접경한 중국 도시 단둥에서 북한으로 물품을 운송하는 중국 트럭 운전사와 운송 트럭.
/AP

앵커: 한 달 전만 해도 북중 화물열차 운행 재개 소식에 북한에 보낼 물자를 준비하던 대북 무역업자들이 계속되는 지연으로 지금은 손을 놓고 있습니다.

언제쯤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될지 알 수 없는 가운데 급할 것 없는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3 연임’을 앞두고 대내외적 안정을 위해 이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북∙중 화물열차 운행 지연의 속사정과 전망을 박수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단둥 무역업자 “‘중국 쪽이 재개 원치 않는다는 소문 파다해

 

지난 8월 초 북중 화물열차 운행 재개에 큰 기대를 걸었던 중국 단둥의 한 무역업자는

한 달이 넘도록 재개 움직임이 보이지 않자, 결국 다른 지방으로 갔습니다. 언제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 무역업자는 (9 13) RFA"지난 8월 초, 북·중 화물열차와 트럭 운행 재개 소식에 무역업자들이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지만, 지금은 최소한 중국의 당 대회가 끝날 때까지 재개되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며 단둥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또 그는 단둥시의 다른 무역업자들도 북한에 보낼 물자와 트럭 등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지금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무역업자들 사이에서 이번에는 확실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도 역시나였다는 겁니다.

 

일본의 대북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도 (92) RFA에 북화물열차 운행이 이른 시일 내에 재개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화물열차 운행 재개를) 계속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그런 게 전혀 없는 것 같고, 협조자들 말로는 ‘중국 쪽에서 무역 재개를 하려 하지 않는다’, ‘중국 쪽의 판단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실제 중국이 당 차원에서 화물열차 운행 재개를 막고 있다는 관측이 많은 가운데, 이시마루 대표는 물자 확보와 유통이 시급한 북한과 달리 중국은 당 대회를 앞두고 코로나 확산에 따른 국내 여론 악화를 우려하기 때문에 미루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 대련이 코로나 재확산으로 봉쇄 조치에 나섰고, 선양(심양)도 부분적 봉쇄에 들어갔다 완화했으며, 단둥과 심양 간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되는 등 단둥시를 포함한 중국 측 분위기도 뒤숭숭한 상황입니다.  

 

또 탈북민 손혜영 씨에 따르면 외화벌이를 위해 단둥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식량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손혜영] 단둥에 와서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코로나 전에 들어왔다가 못 나간 사람들 거의 몇백만 명이 지금 들어왔는데 (그 사람들을 못 움직이게) 지금 다 막아놓아서 배고프다고 그러는 사람들 많아요. 단둥에서 와서 일하는 사람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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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위에 북한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신의주의 입구. 간판에는 “조중친선다리"라고 쓰여있다. /AP

 

시진핑, 코로나 확산으로 ‘3 연임’ 꿈 무산될까 우려해

 

이렇게 북·중 화물열차 운행 재개가 미뤄지는 이유는 오는 10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 연임’이 결정되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전당대회)를 앞두고 중국이 대내외적 안정을 위해 무역 재개에 신중함을 보이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의 이상숙 연구교수는 (15) RFA에 화물열차 운행 재개 시점은 중국의 코로나 상황 안정과 연계돼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상숙] 올해 초에 단둥 신의주 화물 열자 시범 운행이 진행된 적이 있었죠. 베이징 동계올림픽 직전이었죠. 이 시기부터 북한 측에서는 지속해서 국가 개방을 원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중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로 개방을 지연시킨 걸로 확인이 되고요. 이후에 북한에 코로나 발생이 있었고요. 이러한 이유로 또 무역이 지연된 걸로 알려져 있고 이후에도 중국이 제로 코로나 (고강도 방역)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전면적인 국경 개방에 대해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도 중국이 북한 당국의 코로나 관리 능력을 의심하고 있다며, 무역 재개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북한 내부에서 코로나를 강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것은 (중국도) 알고 있겠죠. 그런데 그런 식으로 해서 물건이나 사람의 왕래가 이루어질 때에도 북한 당국에서 잘 관리할까에 대해서 의심을 가진 것 같아요.

 

결국, 화물열차 운행 재개 시점은 중국의 결정에 달렸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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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중국 거리에 걸려있는 텔레비전 화면에 나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을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다./AFP

 

식량확보 급한 북한또 한 번 고비 올까?

 

화물열차 운행 재개가 늦어질수록 북한으로서는 식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특히 국가 보유쌀이 바닥나는 9월은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탈북민 손혜영 씨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식량이 떨어지는 여름 동안 주민들이 국가로부터 쌀을 빌려 생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9월이면 국가 보유쌀이 바닥을 보입니다.

 

[손혜영] 북한 주민들에게 6, 7, 8월이 제일 쌀이 없을 때예요. 왜냐하면 햇곡식은 아직 안 나왔잖아요. (한국에서는) 돈이 있으면 어디 가서 쌀을 사 먹을 수 있지만, 북한에서는 돈이 있어도 사 먹을 수도 없고 심지어 보통 그렇게 쌀을 사 먹을만한 재력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북한은 쌀을 빌려 먹거든요. 이때 (6, 7, 8) 빌린 쌀을 1.5에서 2배로 되갚아야 해요.

 

이시마루 대표도 국가보유쌀이 고갈되는 9월이 가장 힘든 때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그런데 국가 보유 쌀이라는 거는 결국은 지금 1년 중에서 제일 바닥이 나는 계절이기 때문에 중국에서 지원받거나 아니면 외국에서 도입하지 않으면 국가 보유쌀이 늘어날 일이 없으니까 지금 말하면 지금 제일 힘든 시기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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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무역업자들이 거래하는 상점 사이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Reuters

 

화물열차 운행 재개 지연에 일반 주민 고통 가중

 

화물열차 운행 재개를 비롯한 북·중 국경 개방이 지연되면서 북한 무역업자를 비롯한 일반 주민들이 피해는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상숙 교수는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2020 2월 이후 약 4개월을 제외한 2년 반 동안 북·중 무역이 중단된 상태인데, 이는 북한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일반 주민들의 피해는 더 크다는 겁니다.   

 

[이상숙] 전반적인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 되면 북한의 식량 가격이 올라가고 피해를 보는 것도 이제 엘리트 계층이 아니라 일반 주민들인 거죠.

 

이 교수는 특히 중국에서 들여오는 물건을 팔아 생업을 꾸렸던 북한 주민들의 고통스러운 시간이 연장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상숙] 장마당에서 장사로 생계를 꾸려왔던 일반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보는 거죠. 장마당에서 상업할 수 있는 어떤 물품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과의 거래를 통해서 대규모 이익을 얻었던 기업주나 돈주들도 영향이 있겠지만 이들의 피해가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 같고요. 결국은 일반 주민들, 평범한 주민들의 피해가 가장 크다고 보는 게 맞죠.

 

이시마루 지로 대표도 외부 식량 지원이 있어도 북한 고위 간부와 평양의 엘리트층을 중심으로 우선 분배되기 때문에 지방에 있는 북한 주민들의 삶이 더 궁핍해지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평양 우선, 군대 우선, 군수 공장이라든지 그런 데다가 우선적으로 보내고 있죠. 그래서 지방 주민은 맨 마지막에 공급이 될 것이니까 당분간 지방 사람들의 어려운 생활은 계속될 겁니다.

 

또다시 화물열차 운행 재개가 지연된 가운데 이런 상황이 계속될수록 북∙국경을 무대로 생계를 이어가던 무역업자들과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는 한계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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