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요 도시 대기질 ‘건강에 매우 해로워’
2023.12.29
앵커: 미국의 기상정보매체에 따르면 북한의 주요 대도시의 대기 오염 상태를 나타내는 지수가 건강에 매우 해롭거나 위험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올해 중 대기질이 좋은 날보다 나쁜 날이 2배 이상 많았는데요. 이에 따른 북한 주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북한 평양, 신의주 등 대기오염 지수 ‘건강에 매우 해로워’
지난 12월 28일 북한의 평양의 아침.
전 세계의 대기오염 수준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분석한 정보를 제공하는 ‘플럼랩스’(Plum Labs)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경 평양의 대기오염 지수(AQI)는 152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건강에 매우 해로운'(very unhealthy) 수준에 달하는 수치로 “환자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즉시 느낄 수 있으므로 야외 활동을 피해야 하며, 건강한 사람은 호흡 곤란과 목 자극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정도”입니다.
같은날(28일) 남포시의 공기질도 나빴습니다.
이날 ‘플럼랩스’가 관측한 대기오염 지수는 143으로 '건강에 해로운(Unhealthy)' 수준이었으며, 북중 국경 지역은 평안북도 신의주도 같은 날 오전 대기오염 지수가 한때 151에 달해 평양과 마찬가지로 ‘건강에 매우 해로운’ 수준이었습니다.
이 밖에 강원도 원산, 양강도 혜산, 황해남도 해주, 황해북도 사리원, 함경남도 함흥 등 북한의 주요 도시에서도 최근 들어 대기실 수치가 ‘건강에 해로운 수준’을 자주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기상정보매체인 ‘아큐웨더’(Accuweather) 측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대기오염 관련 자료를 얻기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면서도 “최근 위성 관측을 통한 연구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이산화질소와 이산화황, 일산화탄소 등 북한의 1차 에너지 공급 단위당 오염 물질의 농도가 한국보다 훨신 높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중국 북동부 산업 지역의 하류에 위치해 있어 중국의 대기 중 오염 물질이 북한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이 아큐웨더 측의 설명입니다.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장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특히 겨울철 한반도의 공기 오염은 거의 중국의 영향으로 봐도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겨울철이 되면 대기정체, 즉 바람이 약해 공기가 잘 확산하지 않는 현상이 늘어나기 때문에 대기오염이 해소되는 과정도 다른 계절에 비해 느릴 수 있다는 겁니다.
[안경수 센터장] 특히 겨울철 한반도의 공기질은 99%가 중국의 영향입니다. 한국도 이젠 선진화가 돼서 공기 오염이 과거처럼 자체적으로 많이 발생하지 않아요. 중국이 산업화되면서 세계 공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한반도로 부는 바람이 편서풍이나 중국의 오염물질이 모두 여기로 오게 됩니다. 특히 추운 겨울철인 10월부터 2일까지 공기 오염이 매우 심해지는데, 그 이유는 중국 대륙이 더 추워서 난방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유력 언론매체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2일 핀란드 소재 연구기관인 '에너지·청정대기 연구센터'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중국의 공기질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악화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의 초미세먼지(PM 2.5) 평균 농도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대도시 평균 대기 오염 지수, 일년 내내 ‘나쁨’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북한 주요 도시의 대기질이 늘 나쁘다는 겁니다.
‘플럼랩스'에 따르면 평양의 평균 대기오염 수치는 89로 ‘나쁜’(poor) 수준을 기록했으며, 최악의 경우에는 309로 ‘위험한’(dangerous) 수준까지 다다랐습니다.
또 지난 28일을 기준으로 평양에서 일년 중 36일은 ‘위험한’ 수준 이상으로, 44일은 ‘건강에 매우 해로운’(very unhealthy), 113일은 ‘건강에 해로운’, 117일은 ‘나쁜’의 수치를 나타냈는데, 대기질이 좋은 날은 51여 일에 불과했습니다.
신의주도 일 년 중 22일은 ‘위험한’ 수준 이상이었고, 40일은 ‘건강에 매우 해로운’, 113일은 ‘건강에 나쁜’, 135일은 ‘나쁜’이었으며, 대기 질이 좋은 날은 55여 일에 그쳤고, 남포시는 연간 평균 대기오염 지수가 73으로 역시 ‘나쁜’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에서 일년 중 대기질이 나쁜 날이 많다 보니 주민의 건강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 발간한 ‘2019 세계보건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 대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07.2명으로 나타나, 10만 명당 20.5명을 기록한 한국의 10배 이상이었습니다.
탈북민 출신 한의사 한봉희 씨는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 중 폐렴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도 북한의 생활 환경에 따른 대기 오염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봉희] 북한에서는 난방을 주로 땔감이나 석탄, 무연탄을 사용하게 되고, 탄광이나 광산도 많아서 그런 곳에서 일했거나 그 주변에서 살았다면 환경 오염에 따른 폐기능 저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감기 바이러스(비루스)에 노출되더라도 폐렴으로 전환되기 쉬운 것 같습니다. 북한의 아침과 저녁 풍경은 집마다 때는 연료때문에 굴뚝마다 검은 연기, 하얀 연기 등 매일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늘 먼지속에서 살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안경수 센터장은 대기오염이 점점 악화하는 북한에서 주민들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뿐’이라며 대응책이 제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안경수 센터장] 북한 당국도 공기질에 민감합니다. (북한에서) 공기가 탁하고, 아침에 딱 나가면 연무 같은 것이 끼면서 공기를 마시면 그 맛이 있거든요. 북한 주민들이 각자 도생으로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데, 효과가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한 과학적인 대책은 사실 북한에 지금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노동신문도 지난 9월 19일 “오늘날 대기오염은 인류가 직면한 난제들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매체는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1천300만 명 이상이 환경오염의 후과로 사망하고 있는데 그 중 700만 명이 대기오염으로 각종 질병에 걸려 묵숨을 잃고 있다고 한다”면서, “전 세계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