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신] 카드에 입금된 월급 쓰기도 힘들어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4.09.16
[북한 통신] 카드에 입금된 월급 쓰기도 힘들어 북한 평양의 한 레스토랑에서 카드로 결제하는 모습
/AP

[북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 강화로 정보의 공유가 차단된 북한에서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내부 취재협조자를 통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현상 등을 신속하고 깊이 있게 전하는 북한 통신’, 일본 아시아프레스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합니다.]  

 

북한 노동자의 월급이 지난해 말 10배 이상 올랐지만, 삶의 질이 개선됐다는 소식은 잘 들려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북한 주민이 월급보다는 시장 활동에 의존하며 살아왔기 때문인데요. 이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면서 현금 수입이 줄어들고, 물가도 오르다 보니 오른 월급만큼 삶이 나아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또 요즘은 노동자들의 월급을 현금이 아닌 카드로 지급하고 있는데요. 북한 당국이 카드 결제가 가능한 국영 상점이나 양곡판매소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면서 국가가 돈의 흐름을 막고, 개인의 경제 활동을 관리하려는 의도가 엿보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또 개인 판매자가 직접 카드 결제를 할 수 없고, 전기 사정의 영향도 많이 받기 때문에 월급을 맘대로 쓰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북 당국 월급 오른 만큼 식량 구매에 써라”  

 

[기자] 이시마루 지로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지난해 11~12월경에 북한 노동자의 임금이 10배 이상 파격적으로 올랐습니다. 구체적으로 요즘 북한 노동자의 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월급이 인상된 이후 북한 주민의 삶이 나아졌는지 궁금합니다.

 

[이시마루 지로] 2023년 11월경에 갑자기 북한의 거의 모든 직장에서 월급, 북한에서는 노임이라고 하는데, 그걸 일 년 전보다 10배 정도 인상했습니다. 국영기업과 인민위원회 등 공무원들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올렸기 때문에 이는 국가적인 정책이 분명하다고 저는 평가했습니다. 기업소마다 자율적으로 결정한 게 아니고, 국가적인 결정에 따라 올렸다는 거죠. 그리고 약 8~9개월 정도 지났는데요. 최근 상황은 어떤지 몇 군데 알아봤습니다. 지금도 월급을 10배 이상 올린 상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이상 올렸거나 내리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예를 들어 양강도 혜산시에 철강 공장이 있습니다. 혜산시의 취재협조자가 이 공장의 노동자를 만나서 물어봤는데요, 한 달 월급이 북한 돈으로 3만 5천 원(미화 약 2달러)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다른 기업소나 인민위원회를 비롯한 공무원들도 거의 비슷하다고 하고요. 지난해 갑자기 인상한 때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월급으로 어떻게 사는가’란 의문이 생기지 않습니까. 그걸 물어보니까 월급이 거의 10배가량 인상됐지만, 생활이 좋아졌다거나 개선됐다는 말은 없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역시 현금 수입, 그러니까 이전에는 고정된 한 달 수입만으로는 먹고살 수 없으니까, 사람들이 장마당에서 장사하거나, 일자리를 통해서 최소한 하루에 평균 (북한 돈) 1만 원(미화 약 0.6달러) 이상은 벌었다고 합니다. 이전에는 월급 체계 자체가 거의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이걸 10배 올렸다 하더라도 수입이 많아졌다는 인식 자체를 못한다는 겁니다.

 

[기자] 그렇다면 10배 이상 오른 월급만큼 무엇을 구매할 수 있는지도 궁금한데요.

 

[이시마루 지로] 인상적인 내용이 있었는데, 지난해 북한 당국이 기업소와 공무원의 월급을 10배 정도 인상했을 때 이런 설명을 했다고 합니다. ‘인상한 돈만큼 식량 구매에 써라. 이를 위한 월급 인상이다’라는 거죠. 그렇다면 식량 구매를 어디서 하는가 하면, 양곡판매소에서 구매하라는 거죠. ‘마음대로 쓰라는 게 아니고, 양곡판매소에서 구매하라. 이걸 위해서 주는 거다’라는 식으로 설명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예를 들어 3만 5천 원이라는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식량이라는 게 옥수수, 그리고 백미(쌀) 값 차이가 2배 정도 되지만, 약 6~10kg 사이입니다. 최소한의 식생활, 그러니까 굶지 않을 만큼은 이걸로 해결하라는 건데, 살면서 부식물도 필요하고, 땔감도 필요하고, 여러 가지 지출이 많지 않습니까. 그런 것에는 (오른 월급이)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거죠. 그리고 다음 문제가 있는데, 현금 지급이 아닌 카드 지급 때문에 그렇다는 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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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도 혜산시의 노동자들이 공장으로 걸어가는 모습 /Reuters

 

장소와 전기 사정 따라 카드 사용 제한적

 

[기자] 오른 월급은 식량을 구매하는 데만 쓰라는 지침이 있었다고 하고, 이뿐만 아니라 북한 당국이 월급을 현금이 아닌 카드로 지급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실제로 북한 주민이 카드를 쓸 수 있는 곳이 많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또 카드를 사용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시마루 지로] 네. 저도 궁금했습니다. 카드라고 하면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데, 반드시 디지털화가 전제돼야 하고, 전기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지금 전력난에 시달리는 북한에서 (카드 사용이) 가능할까’란 의문을 가졌는데요. 2023년 말 카드로 월급을 지불하기 시작했을 때는 기업소마다 차이가 많았다고 합니다. 어떤 곳은 카드가 준비되지 않아 현금으로 지불하고, 어떤 곳은 100% 카드로 지급하는 등 차이가 컸다고 하는데요. 최근에는 도시 같은 경우 카드 보급이 잘 되고, 많이 확보해서 기업소의 임금은 대부분 카드 지급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카드로 월급을 받은 다음 이걸 어디에서 사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인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첫째는 식량을 구매할 수 있는 양곡판매소에서는 당연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가 운영하는 국영상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이제 장마당(시장)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장마당에서 판매자는 개인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카드로 결제할 때는 장마당의 관리소에 결제 기계가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결제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전기 사정이죠. 아시다시피 북한 양강도와 함경북도, 평안북도 등 ‘아시아프레스’의 취재 협조자가 있는 곳은 전기 공급이 하루에 3시간부터 5시간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 시장이나 양곡판매소에서 돈을 지불하기 위해 카드 결제를 하려고 하는데, 정전이 돼서 안 될 때가 많다고 하고요. 지방 도시, 그러니까 시골이나 농촌에서는 아직 (카드) 보급이 잘 안돼서 여전히 현금 거래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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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그러니까 양강도 혜산, 함경북도 청진 등 대도시에서는 월급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거죠?  

 

[이시마루 지로] 네. 많이 일반화됐다고 합니다.

 

[기자] 이것도 궁금한데요. 카드를 쓰려고 하는데, 전기 사정 때문에 카드 결제를 못 하게 되면, 외상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이시마루 지로] 안 된다고 합니다. 카드 결제를 하려고 하는데 정전이 되면, 현금 결제를 할 수밖에 없는데, 그건 국영 상점이나 양곡판매소에서도 인정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금 결제를 하거나 아니면 나중에 다시 가야 하는데요. 국영 상점이나 양곡판매소에서는 외상도 안 되고, 가격을 깎아달라는 등의 흥정도 안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카드 결제가 많이 보급됐다고 해도, 전기 사정 때문에 많은 한계가 있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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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정보센터에서 개발한 전자결제 카드와 출입 카드 /연합뉴스

 

월급 카드로 국가가 돈의 흐름 통제 목적

 

[기자] 또 하나 궁금한 점은, 매달 월급을 받을 때마다 카드에 충전이 되는 형식인가요. 아니면 매달 새로운 월급 카드를 받는 건가요? 카드를 발급하는 주체도 궁금한데, 월급을 주는 기업소에서 발급해 주나요?

[이시마루 지로] 기업소가 카드를 발급하는 건 아니고요. ‘아시아프레스’ 취재협조자의 설명에 따르면 대부분 은행이고, 카드 발매 전문 업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두 곳에서 카드를 발급해 노동자들에게 배포하는 거죠. ‘다음 달 이 카드에 월급이 입금되니까 확인하고 써라’라는 식입니다.


그리고 주민들은 일단 국가가 주는, 아니면 기업소가 주는 월급이 카드로 입금되니까 그걸 쓸 때 현금화하지 말고, 카드 사용이 가능한 상점이나 양곡판매소 등에서 사용하도록 국가가 많이 유도한다는 겁니다. 그 이유가 중요한데요. 첫째는 현금을 주민들에게 주면, 그 돈이 시장에 흘러 나가고 개인 간에도 거래가 되면서 다시 국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거죠. 그런데 국가가 운영하거나 국가가 관리할 수 있는 양곡판매소, 국영 상점 등에서 개인이 카드로 결제하면 그 돈은 다시 국가로 돌아오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란 게 취재협조자의 설명이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주민들이 월급을 받으면, 그 돈을 시장에 가서 쓰기도 하면서 현금이 유통돼야 전반적으로 삶의 질도 나아지고 경제도 활성화하는데, 카드라는 그 제도권 안에 묶여 있기 때문에 결국은, 국가가 모든 돈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체계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군요.

[이시마루 지로] 맞습니다. 또 개인의 수입과 지출을 국가가 파악할 수 있다는 부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국가가 관여하지 않은 돈을 카드에 넣을 경우 ‘이 돈의 출처가 어디냐’, ‘어디서 나온 돈이냐’라고 물어본다고 합니다. 또 돈을 지출할 때도 ‘어디에 사는 누가, 얼마를, 어디서 썼다’라는 것도 국가가 파악할 수 있죠. 그래서 개인의 경제활동을 점점 국가가 관리하는 쪽으로 유도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는 겁니다.

 

[기자] 네, 오늘은 10배 오른 임금이 카드로 지급되는 이유와 의미, 그리고 실제 오른 월급만큼 북한 주민의 삶이 나아졌는지에 관해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짚어봤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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