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저품질∙사회 양극화 북 주민들 ‘삼중고’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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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저품질∙사회 양극화 북 주민들 ‘삼중고’ 평양 보통강백화점에서 계산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
/AP

앵커: 코로나비루스의 대유행에 따른 전 세계적 물가상승과 북중 국경봉쇄의 장기화 등으로 북한 시장의 물가도 치솟고 있습니다. 중국산 제품은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몇 배나 뛰었는데요. 김정은 정권이 자체생산을 독려하며 물가안정 대책에 나서고 있지만, 낮은 품질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여기다 북한 주민들의 현금 수입이 급감하면서 고물가 속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한 것이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긴급진단] 북한 덮친 고물가,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북한 시장의 물가 상황과 문제점을 박수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오미크론 확산 속 세계 물가 고공행진북한 물가도 급등

 

[한국 SBS] 지난해 물가 상승 폭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새해 들어서도 여러 소비재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무섭게 뛰는 만큼 국내 물가 잡기도 1년 내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ABC] We turn now to food manufacturers across the country announcing a new round of price increases coming to consumers in 2022.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방송들이 새 해 들어서도 물가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하면서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코로나 변이 비루스의 재확산과 생산 노동력 감소 탓에 소비자 물가가 눈에 띄게 치솟았고, 이런 기류가 당분간 이어질 거란 전망입니다.

 

고물가는 자력갱생을 외치는 북한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달 초 RFA가 접촉한 황해북도와 함경북도의 주민 소식통은 식료품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두부와 술 등은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올랐고, 배추를 포함한 채소 가격도 많이 올라 김치도 맘껏 먹지 못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을 포함한 해외 수입에 크게 의존해온 식용유와 설탕도 3년째 이어지는 국경봉쇄로 가격이 크게 오른데다 물량도 없어 가게 매대가 텅텅 빈 상태라고 주민들은 호소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북한 당국이 설탕 대체품 확보를 독려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생산량이 적어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 (천연 단맛감) 8월 풀의 단맛 성분은 주로 잎에 들어 있는데 마른 잎 1톤이면 단맛감을 50kg 얻을 수 있는데 이것은 사탕 15톤과 맞먹는 것이라고 합니다.

 

식량 가격도 마찬가지입니다. 정기적으로 북한 물가를 조사해온 일본의 북한 전문 매체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1 8일 기준) 1kg당 가격은 4 750, 옥수수 1kg당 가격은 2 500원 수준으로 전 월 대비 각각 8%, 22%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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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열린 제13회 국제무역박람회 중국 점포에서 업자가 와플 제조 제품을 진열하고 있다. /AFP

중산층 이상 여전히 수입품 애용빈부격차 심해져

 

흥미로운 점은 생필품 품귀 현상과 가파른 가격상승의 영향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차별적으로 나타난다는 겁니다. 현금 수입이 있고, 비교적 잘 사는 집은 물가 변동에 대응할 능력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주민들은 생활고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북·중 국경 지역에 살다가 2020년에 탈북한 정미영 (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 요청) 씨는 (1 6) RFA에 설을 맞아 가족과 연락해보니 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물가 때문에 그렇게 힘들다는 말도 없다고 정 씨는 덧붙였습니다.

 

[정미영 씨(가명)] 원래 자본()이 좀 있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가족들) 식사하는 사진도 봤거든요. 우리 형제들 식사하는 거. 그런데 이전보다 식사의 질이 떨어진다거나 이러지는 않더라고요.

 

북한 경제전문가인 임을출 한국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중 국경봉쇄로 설탕과 조미료 등의 가격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중산층 이상에겐 감당할만한 수준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임을출 교수] 일반 서민들에게는 이전보다 올라간 가격 자체가 굉장히 부담스럽지만, 중산층 이상 주민들에게는 아주 고가의 물건들이 아니기 때문에 (물가 상승이) 북한 주민들에게 주는 영향력은 좀 차별화돼 있다고 봐야겠죠.

 

중국 단둥의 한 대북 무역업자도 (110) RFA북한으로 들어가는 최고급품은 평범한 기관이 아닌 북한당국이 지정한 기관을 통해 거래되기 때문에 장마당에 풀리는 물건이 아님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무역업자는 값비싼 생필품만 선별적으로 수입돼 중산층 이상에게만 은밀하게 공급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일반 서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북한에 어머니가 살고 있는 탈북민 김혜영 씨(신변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 지난해 어렵게 어머니에게 송금한 지 몇 달 만에 또 돈이 떨어졌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어머니가 장사를 못 해 현금 수입이 없는 데다 높은 물가로 보내준 생활비가 금세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물가가 얼마 올랐다는 것이 전혀 상관없는 계층도 있는 반면 굶어 죽는 걱정을 해야 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2020년 여름경부터 시작됐는데, 일반 사람들이 현금 수입이 없어졌기 때문에 생활 개선이 잘 안 됩니다. 현금 수입이 있거나 저축이 있는 사람들은 그대로 살 수 있지만, 일반 서민 입장에서 보면 격차가 더 벌어졌고, 없는 사람들은 정말 굶어 죽는 걱정을 많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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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그래픽

 

북 당국, 자체생산으로 물가 안정 안간힘

 

북한 당국도 치솟는 물가에 따른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계속 확산한 것을 우려해
군량미 긴급 방출 등 시장개입을 통해 물가 고삐죄기에 나선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6월 쌀은 7천 원대, 옥수수는 5천 원대로 치솟았던 곡물 가격이 최근 들어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인다는 평가입니다.

 

또 북한 남포항을 통해 수입된 중국 물품 가운데 일부가 지방 도시에도 유통되면서

제한적이나마 쌀을 비롯한 일부 품목에 대한 시장 물가 하락에 영향을 주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김정은 총비서가 자력갱생을 독려하면서 국산품 생산도 늘었다고 진단합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국내 생산을 자력갱생으로 하라는 지시가 있어서 나름대로 기업소 간부들이 성과를 내지 않으면 자기도 좀 해직될 수도 있고, 비판받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일단 열심히 했대요. 신의주 화장품 공장 같은 데서 나오는 화장품은 조금 있다고 하고, 비누도 조금 있대요.

 

임을출 교수도 (1 5) RFA에 북한이 자체 생산한 국내산 물품 유통과 자체적인 소비 감소를 통해 물가가 관리되는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임을출 교수] 이것은 북한의 국산화 정책하고도 연관돼 있는데, 지금 북한은 가능하면 자체 생산한  물건들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물가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고 할 수 있고요. 두 번째는 북한 주민들은 어렵고 힘들면 소비를 안 해요. 소비를 줄이거나 안 하는 방식으로 생존하기 때문에 수요가 줄어들면 또 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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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송교 니트 제조 공장 직원들이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AFP

 

국산품 품질 현저히 떨어져

 

이처럼 자력갱생을 최대 과업으로 내건 북한이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생산에 몰두 중이지만, 문제는 품질입니다. 가파른 생필품 가격 상승에 더해 현금수입은 예전같지 않은데, 국산품 품질은 현저히 떨어져 서민들은 더 죽을 지경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다 한결같이 말하는 것은 품질이 형편없다는 거죠. 예를 들어 건전지 있잖아요. 건전지도 지금 수입이 없어요. 그래서 국내산 만들라고 해서 (국내산 건전지가) 시장에 작년 한가을부터 유통이 시작됐대요. (그런데) 얼마 쓰면 금방 전기가 나가고 (작동)하지도 않고.

 

북한 경제 전문가인 문성희 슈칸킨요비(주간 금요일, 일본 시사주간지) 편집장도 국산품의 낮은 품질과 북한 주민들의 구매력이 약화는 고질적인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문성희 박사] 평양 1 백화점에서 팔던 공책도 수입품의 가격은 국산품의 100배 정도였습니다. 국산품의 질이 낮으니까요. 그리고 질 좋은 수입품을 살 수 있는 만큼 임금을 받고 있는 사람이 얼마만큼 있느냐, 하는 문제도 있지요.

 

하지만 언제까지 이같은 북한 당국의 물가 관리 노력이 효과를 발휘할 지엔 전망이 엇갈립니다. 

미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1 10) RFA에 북한 당국의 행보가 고질적인 경제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더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장기 국경봉쇄와 제한적인 외부 교류가 기술 부족과 질 낮은 제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겁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국장] 북한이 특정 물품에 품귀현상을 겪는 이유는 그 제품을 생산할 기계가 없거나, 제대로 생산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품질이 낮은 것밖에 생산할 수 없다거나, 제한된 국내 자원만을 사용한 제품 가격은 비싸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비루스의 대유행 속에 국경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고립을 택한 북한. 전 세계적 물가 상승 속에 북한 사회도 고물가, 저품질, 양극화 현상 심화 등 삼중고가 문제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많은 주민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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