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곡물가 하락세…시장개입 통해 주민 통제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11.09
Share on WhatsApp
Share on WhatsApp
북 곡물가 하락세…시장개입 통해 주민 통제 북한 함경북도와 양강도 지역 시장의 물가 동향 그래프. 10월 초까지 높은 가격을 보였던 쌀과 옥수수가 10월 말부터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 – 아시아프레스

앵커:북한 시장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쌀과 옥수수 가격이 지난달 말부터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곡 판매소에서 시장 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식량을 판매한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습니다.

이같은 곡물 가격 하락세는  식량 가격 안정화를 꾀하려는 북한 당국의 목적이기도 하지만, 주민 통제 의도가 엿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 식량 판매소 통해 식량 가격 안정화 꾀해

북한 전문 매체인 일본 ‘아시아프레스가 조사한 북한 함경북도와 양강도 지역 시장 물가에 따르면 11월 5일 기준 쌀 1kg은 북한 돈으로 4천400원, 옥수수는 1kg에 2천50원입니다.

약 3주 전과 비교해 쌀은 5천 원대에서 4천 원대로, 옥수수는 3천 원대에서 2천 원대로 20~30% 정도 가격이 떨어졌습니다.

지난 여름부터 9~10월 초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진 식량 가격이 10월 말부터 내림세를 보이며 예년 수준을 되찾은 겁니다.

한국의 인터넷 대북 매체인 ‘데일리NK’ 조사에서도 10월 중순 이후 평안북도 신의주와 양강도 혜산시의 쌀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최근 (11 2) RFA에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물량 공급 확대를 꼽았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농장에서는 식량 유출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수확한 것이 시장으로 유출됐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첫째는 평안남도 쪽에서 함경북도와 양강도 등 북부 지역으로 쌀이 유입됐다는 말이 있는데요. 개인 장사가 아닌 기업소가 확보한 쌀을 현금화하기 위해서 전국적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겁니다. 둘째는 국가가 운영하는 식량 판매소(양곡 판매소)에서 시장 가격보다 싸게 판매하기 시작해 어느 정도 효과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식량 판매소가 불안정하게 운영돼 이곳에서 매일 식량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식량 가격을 낮추기엔 충분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북한 당국이 식량 가격 안정화를 넘어 시장 통제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김정은 정권이 시장에서 식량 판매를 매우 강력히 통제하려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식량에 대해 국가 전매제를 이행하려는 것이 아닌가라고 보고 있는데요. 다시 말해, 주민들이 먹는 식량을 국가가 장악하고, 마음대로 생산하거나 판매하지 못하게 해서 주민 통제를 강화하자는 의도가 있을 거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한국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원장도 최근(11 9) RFA에 큰 시장마다 운영하는 양곡 판매소는 식량 가격의 안정화와 함께 시장에서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권태진 원장] 결국, 양곡 판매소는 국가가 식량 수급에 좀 더 깊이 관여하겠다는 뜻이죠. 관여하려는 기본적인 목표는 수요와 공급을 어느 정도 일치시켜서 식량 가격의 변동을 막겠다는 건데요. 식량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을 때 주민 생활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양곡 판매소를 통해 시장 가격을 안정시키는 목적에서 설립된 것이지만, 또 이것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시장에서 역할을 좀 더 강화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는 겁니다. 

권 원장은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올해 제8차 당대회와 후속 회의에서 밝혔듯 북한 당국이 식량 수급과 관련해 시장을 통제하려는 목표가 뚜렷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장 북한 당국이 올해 국가 수매 목표를 식량 생산량이 많았던 지난 2019년 수준으로 설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겁니다

[권태진 원장]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에서 국가의 역할은 주민들이 시장을 통해 곡물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의 배급 제도에 의해서 곡물이 골고루 분배되도록 하는 것이 북한의 기본적인 목표거든요. 지금은 국가가 그 능력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방치해 둔 상태로 주민들이 시장에서 필요한 곡물을 확보하도록 한 것이죠. 올해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첫해이기 때문에 국가가 배급에 좀 더 관여하려는 목표는 김정은 총비서가 연초에 명시적으로 밝힌 바가 있기 때문에 그 의도는 분명한 거죠. 

4.jpg

분조별 작황 집계 도표 / REUTERS

식량, 경제적 목표보다 정치적 의도가 더 중요

실제 올해 들어 북한 당국은 이전보다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왔다는 평가입니다.

중국과는 필수품 위주로만 교역하면서 북한 내부적으로 식량과 물자를 수급∙조달하려 애썼고, 외화 사용도 엄격하게 단속했습니다.

이처럼 자력갱생을 앞세워 무리하게 시장에 개입했지만, 오히려 시장이 침체하면서 식량과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임을출 한국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근(11 2) 열린 ‘김정은 정권 10년 평가와 전망’에 관한 토론회에서 북한이 국가 주도의 자력갱생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임을출 교수] 당장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어렵지만, 상당히 중요한 자립적 경제 기반 구축을 위한 시도와 관련이 있고요. 자립경제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중국 경제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경제를 복원해서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고, 그 방향으로 사상 통제나 모든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북∙중 국경이 열리더라도 북∙중 교역에 상당히 제한적으로 응할 거라는 게 저의 결론입니다.

식량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입니다.

권태진 원장도 북한 당국의 개입에 따른 식량 가격의 안정이 북한 주민에게 나쁠 것은 없지만, 궁극적으로 배급을 통한 주민 통제가 더 중요한 목표일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을 통해 주민들의 사상과 노동력을 통제하고 국가의 생산력을 높이는 것이 북한 당국의 기본적인 목표라는 겁니다. 

[권태진 원장] 원래 식량 배급을 통해 주민들을 통제하는 역할을 해왔는데요. 식량뿐 아니라 다른 생활필수품을 배급하는 기본적인 목적은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골고루 이용하자는 목적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 정치적으로 주민들을 통제해서 계속 영구집권하겠다는 것이 더 중요한 목표인지도 모릅니다. 공평하게 분배하는 경제적 목표보다 정치적으로 통제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더 중요한지도 모르죠.

올해 수확 이후에도 외부의 대북 식량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작 북한 주민들은 이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중 국경이 2년 가까이 봉쇄된 가운데 북한 주민들은 식량 지원에 대한 기대감보다 국경 봉쇄의 완화로 무역 거래와 시장이 활성화하고, 현금 수입의 증가를 통해 식량 구매 능력을 회복하는 것을 더 바라고 있다고 ‘아시아프레스는 전했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