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못 미더운 공식 성과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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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어제와 오늘]못 미더운 공식 성과 북한 농부들이 평양 근교 논에서 벼를 수확하고 있다.
/REUTERS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일본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편집장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기자> 북한 당국이 경제성과를 부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1일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 국가경제가 안정적으로 관리됐다고 밝힌 건데요, 문 박사님, 김 총비서의 이번 발언, 어떻게 봐야 할까요?


문성희: 올해 총화를 하는 시기에 각지의 계획 수행 보고가 올라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지요. 보고를 보니까 농업부문과 건설부문에서 예상외로 성과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리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봅니다. 그 성과라는 것이 숫자적인 것인지 아니면 생산성이 올라갔다, 농민들의 생산의욕이 높아졌다, 뭐 그런 관념적인 성과일 수도 있는데 하여튼 그런 보고가 상부에 올라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부 기관으로선 성과를 과시해야 한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건설 부문에서 성과를 냈다고 하는데 이건 주택문제를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주택문제에 관해서는 북한 당국이 5개년계획에서도 명확히 목표 숫자를 밝히고 있고 그것을 수행하느라 아득바득 애쓰고 있는 모습이 노동신문 등에서도 보도가 되고 있습니다. 주택 건설은 북한 당국이 힘을 놓고 있는 분야이니까요.
한편으로는 5개년계획 첫 해에 성과를 과시하지 않으면 내년부터 계획을 수행하는데 차질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약간의 성과라도 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올해 계획을 수행하지 못하면 내년부터 어떻게 되는가, 그런 걱정이 북한 주민들 안에서 나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최고 영도자가 ‘계획이 원만히 수행되고 있다’고 말해야 사람들도 안심해서 다음해에도 건설을 계속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음해는 올해에 못지 않게 방대한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 중요한 해’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 하나의 증거라고 봅니다.


<기자> 김 총비서는 농업과 건설부문에서 커다란 성과를 냈다고 콕 집어 언급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식량과 주택 문제가 여전히 경제정책의 중심에 놓여 있다는 걸로 보이는데요.


문성희: 이 두 가지가 북한이 목표로 내 건 “인민생활향상”의 중심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해결받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분야이지요. 의식주 문제 중 식과 주이지요, ‘의’ 그러니까 입는 옷 문제는 좀 해결이 늦어져도 사람 생명에는 별 상관이 없지요. 좀 낡은 옷을 입고 있어도 죽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는 집이 없으면 생활이 곤란해지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먹는 문제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이 두 가지가 여전히 경제정책의 중심에 놓여 있다는 것 자체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이 두 가지를 먼저 해결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김정은 총비서는 집권 초기부터 여러가지 정책을 세우고 실행해왔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주택 문제는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있기 때문에 그 계획이 그대로 집행이 된다면 5개년계획 동안에 일정하게 해결될 전망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마지막까지 걸리는 것은 먹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시간에 농민들이 애국미를 헌납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했었는데 결국 농민들이 비축하고 있는 식량을 거둬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식량 문제 해결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하지만 올 해 경제부문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북한 당국의 공식 평가를 과연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당장 2년째 이어지고 있는 국경봉쇄 조치로 생필품 부족 등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전만이 아닐 텐데요.


문성희: 무엇을 가지고 성과라고 보고 있는가라는 기준이 다를 수 있지요.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성과라면 숫자적인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곡물 생산량이 500만 톤에서 600만 톤으로 올라갔다고 하면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저는 북한 당국이 말하는 성과라는 것이 이런 숫자적인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까 ‘곡물을 계획 이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아니면 ‘농민들의 생산의욕이 지난 시기보다 높아졌다’ 그런 추상적인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이라면 어떻게 해석을 해도 좋지요. 북한은 전략상 이제까지도 숫자를 밝히는 것을 피해왔습니다. 앞으로도 숫자적인 성과를 과시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고 봅니다.
그렇게 볼 수 있다고 해도 저 역시도 북한 당국의 공식 평가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국경봉쇄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국제 제재도 완화되지 않고 있는데 갑자기 성과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믿기 어렵습니다. 자력갱생, 자급자족의 성과가 그리 간단하게 나온다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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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타일공장에 설치된 CNC(컴퓨터수치제어) 장치. 사진-문성희 박사 제공


<기자> 북한이 내각 산하 전자공업성을 정보산업성으로 확대 개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체신성과 국가정보화국을 통합한 조직이라는 분석인데요, 이번 조직개편,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북한의 정보산업 분야 수준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문성희: 이건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메일이나 스마트폰의 발달로 우편물의 역할이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편지 등도 우편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이메일로 보내는 쪽이 빠르고 정확하지요. 이런 추세에 체신성의 역할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요. 북한에서도 정보화가 촉진되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전자공업성을 정보산업성으로 명칭을 변경한 것은 역시 국가적으로 정보통신, 즉 IT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점을 선언한 것이라고 봅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IT산업을 중시해왔고 김정은 정권은 이를 더더욱 중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북한에서도 정보산업화가 더더욱 촉진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북한의 정보산업 분야 수준은 그렇게 낮지 않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제가 자주 북한을 다닐 때도 과학기술중시 노선을 내걸고 있었고 북한이 자주 강조하는 CNC(컴퓨터수치제어) 기술을 도입한 공장, 기업소들도 많았습니다. 정보산업 분야에 취직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2003년에 제가 30대 가정주부를 취재했는데 남편은 컴퓨터센터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평양 류경호텔 인근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었습니다. 거기가 직장에서 가깝기 때문이지요. 이런 분들은 일종의 엘리트라고 할까요. 노임도 사무원들보다 높았던 것 같습니다.
제 친구의 아들은 함흥제1고등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장래 희망을 들어보니까 이과대학에 들어가고 싶다는 것이에요. 거기 가고 싶은 학생들이 많아서 경쟁율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북한에서 미사일이나 핵 개발 분야에 배치받기 위해 이과대학을 희망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보는데 또 하나는 역시 정보산업 분야에서 배치받기 위해 이과대학을 희망하는 학생들도 많았다고 봅니다. 그 만큼 북한이 기술자 양성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기자> 북한이 발행한 내년 2022년 달력에 공휴일로 지정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과 달리 김정은 총비서의 생일이 여전히 국가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권 10년을 맞아 김정은주의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김 총비서가 수령으로 불리기 시작한 만큼 의외라는 반응인데요, 어떤 배경으로 봐야 할까요?


문성희: 자신이 수령으로 군림하기보다 선대 수령을 존대한다는 모습을 보이는 쪽이 인민들에게서 더 받아들여지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측근들이 자신의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할 것을 권유했다고 해도 김정은 총비서가 거절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까 말한 것처럼 선대 수령을 존대하는 모습을 보이는 쪽이 인민들의 존경을 더욱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이 하나. 북한에는 유교적인 생각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보이는 쪽이 도덕적으로 좋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아직 자신의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할 만큼 일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봅니다.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 후에 처음으로 ‘공휴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히려 자신의 생일에도 현지 지도를 하거나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아직 초상화나 초상 휘장도 등장하지 않고 있지요. 그러나 ‘김정은주의’나 김 총비서를 ‘수령’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런 환경조성이 조금씩 추진되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제 생각으로는 5개년계획이 끝나고 북한이 좀 더 살기 좋은 나라로 되었을 때에 자신의 생일을 공휴일로 정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은 조금씩 그런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과도기에 있다고 봅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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