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평양 입소문 빨라…부실공사땐 아파트 입주 꺼려”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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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어제와 오늘]“평양 입소문 빨라…부실공사땐 아파트 입주 꺼려” 북한이 조성 중인 여명거리에 3천 새대 주택에 대한 골조공사를 완료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 2016년 7월 21일 보도했다. 골조공사를 마친 현장의 모습.
/연합

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합니다. 일본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편집장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기자북한 관영매체가 평양 1만세대 살림집 건설 사업의 의미를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업의 연내 마무리가 점쳐진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문 박사님, 북한이 속전속결식으로 평양 살림집 건설에 매진중인 배경부터 짚어볼까요?

 

문성희 : 북한에서 인민생활이 향상됐다고 상징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사항은 식량문제와 주택문제 해결이라고 봅니다. 이 두 가지만이라도 해결된다면 북한 사람들은 좀 생활이 좋아졌다고 생각하겠지요. 식량문제는 농업생산이 잘 돼야 하지만 주택문제는 하여튼 주택을 많이 세우면 좋은 것이니까 연내에 1만 세대를 새로 건설할 목표를 세우고 그것에 매진하고 있다고 봅니다. 북한에서 주택문제가 제기된 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과거에 지었던 아파트들은 많이 노후화했지요. 그러니까 2000년대 중반부터 창전거리를 비롯해서 고층아파트 건설이 계획되고 건설이 추진돼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2008-2012년 사이에 만난 북한 사람들은 모두 새로 건설된 아파트에 들어가고 싶어하고 있었어요. 이유 중 하나는 집이 넓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지어진 아파트를 방문한 적도 있는데 전반적으로 방이 좁아요. 그러니까 식구가 많으면 고생이 많지요. 그러니까 북한에서는 서로 주택을 바꾸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식구가 적은데 집이 넓은 가족과 식구가 많은데 집이 좁은 가족이 서로 집을 바꾸면 합리적이지요. 친구가 새로 지어진 고층아파트에 들어간 한 사무원은 거기에는 위생실(화장실)이 두 개나 있었다고 말하고 있었어요. 이런 소문은 평양에서는 정말 빨리 퍼집니다. 그래서 모두가 우리도 그런 집에 배치됐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낡은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집을 새로 보장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많은 주택을 건설해야 됩니다.

 

<기자> 북한의 대규모 살림집 건설현장에서는 제대로 건설 장비도 갖추지 못 한 채 군인과 노동자들이 동원되고 있었다면서요?

 

문성희 : 네, 제가 마지막으로 건설 현장에 간 게 2011년이었기 때문에 지금 상황은 좀 달라졌을 지도 모릅니다. 2011년에 마침 만수대지구 창전거리 주택 건설이 한창이었습니다. 수많은 군인, 노동자, 심지어 학생들까지도 동원되고 있었습니다. 제가 당시 건설현장을 목격했을 때는 안전 표지판만 세워져 있지 안전시설이 부족해 매우 위험한 건설현장이었다고 할까요. 조심스럽게 일을 하지 않으면 떨어질 수 도 있는 그런 환경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교대로 24시간 건설을 하고 있었는데 밤에 일할 경우 전등이 그렇게 환하게 비치는 것도 아닌데 괜찮을까그런 걱정도 들었어요. 이런 건설을 할 때는 인근에 천막이 많이 세워집니다. 건설자들은 거기서 숙식을 하면서 건설에 참가하는 것이지요. 군인들은 여러 건설에 동원되고 있기 때문에 그래도 건설 전문가라고 할 수 있지만 학생들이야 뭐 그런 경험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돈을 바치면 건설에서 면제가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돈이 있는 집 아이같으면 면제도 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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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시 창전거리 건설현장에서 건설중인 한 고층건물에서 인민군대와 청년돌격대원들이
건설 현장에서 펼쳐진 즉석 공연을 보며 박수치고있다. (2011년 9월) /문성희 박사 제공

  

<기자> 그런데 이렇게 서두르면 날림공사가 돼 그 피해가 나중에 입주민들에게 가지 않을까요?

 

문성희 네, 그런 우려는 당연히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김정은 정권에 들어서도 평양역 인근 아파트가 건설 중에 붕괴되는 사고가 있었지요. 이건 처음으로 북한이 공개했기 때문에 밝혀진 것이지만 이런 사고는 과거에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야기도 과거에 현지에서 들어본 적도 있습니다. 날림공사도 문제지만 시멘트가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 지 그런 것도 걱정이지요. 부실공사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평양역 인근 아파트 붕괴 뒤에는 당국도 많이 조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하여튼 빨리 아파트를 세우면 좋다는 그런 표면적인 성과만을 목표로 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세워진 아파트에는 아무리 북한 사람이라도 입주하기 싫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북한은 소문이 정말 빠른 속도로 퍼지는 나라이기 때문에 어디 한 군데에서 사고가 나면 싹 퍼지겠지요. 그리고 거기 주택은 날림공사다, 뭐 그런 소문이 퍼지게 되면 아무리 주택을 건설해봤자 소용이 없다고 할까요. 옛날에는 달라도 최근에는 그런 일은 없어졌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신형 코로나비루스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굶주리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수입 생필품 부족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치는 위협이 심각하다는 건데요, 어떻습니까?

 

문성희 : 국경 봉쇄가 2년째 지속되는데 주민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것은 당연히 상상할 수 있습니다. 우선은 봉쇄를 하니까 생필품도 부족할 것이고 그래도 과거에는 중국에서 들어오고 있었던 식료품 같은 것도 안 들어오게 되는 것이니까요. 워싱턴 포스트 보도를 보니까 유엔농업식량기구(FAO)가 식량지원이 필요한 44개국 중 하나로 북한을 뽑았다고 합니다. 이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수입비료나 농기구 부족으로 생산량이 떨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건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수입비료에 기대지 않기 위해 북한에서는 풍부한 석탄을 이용한 독자적인 주체 비료를 고안해냈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그런 보도도 드물어요. 그러니까 생활필수품 부족은 심각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북한에서 생활필수품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장 국경 봉쇄를 풀어야 하는데 오미크론 등 또 새로운 코로나비루스 변이종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봉쇄를 풀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혹 서방 언론의 보도대로 북한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다면 면역력이 떨어져 있을 것이고 그러니까 국경 봉쇄는 오히려 더욱 강화하겠지, 해제할 가능성은 아직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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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제1백화점의 학습장(공책) 판대코너(2011년9월). /문성희 박사 제공

<기자> 그런데 북한의 식량과 생필품 해외 의존, 얼마나 심각한가요?

문성희 : 표면적으로는 북한은 자력갱생, 자급자족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식량과 생필품도 해외에 의존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자립적 민족경제노선을 취하면서도 소련, 동유럽과 교환식으로 식량 원조를 받아왔고 중국에 대한 생필품과 식량의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심각한 것인지, 우선 식량부터 본다면 아까 FAO 보고서도 소개했는데 외부 식량지원이 필요한 44개 나라 중 하나에 북한이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식량은 완전히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지경에 와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자주 북한을 다닐 때도 시장에서 팔고 있는 과일, 수산물, 야채 등은 어디 상품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 생산되는 것은 철저히 국가가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중국 등에서 수입한 것이었다고 봅니다. 고급부터 하급까지 국내 상점을 돌아보니까 거의 동남아시아 등에서 수입된 상품들이었습니다. 생필품도 그렇고 식량, 과자 등도 그러했지요.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북한 국내에 식품공장, 과자공장 등이 많이 세워지고 국내 상품들이 생산되기 시작했고 그런 것이 광복거리에 세워진 슈퍼 등에서 팔리고 있었고 공장직매점에서도 국내 식품이 팔리고 있었기는 하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평양1백화점에 노트를 파는 코너가 있는데 거기도 보니까 국내 상품은 질이 좋지 않고 외국에서 수입한 상품들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1백화점 같은 장소는 공급 상품을 팔고 있는 곳이니까 아무리 돈이 있다고 해도 공급표가 없으면 못 삽니다.

제가 북한을 현지조사하면서 느낀 점은 하여튼 다양한 생필품, 식품들을 외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인상이었습니다. 물론 북한도 국내에서 생필품 등을 생산하고 있지만 그 양이 결정적으로 모자랍니다. 그러니까 결국 공급량에 한계가 생기고 그렇게 되니까 해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지금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로 그것마저 안 들어오게 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사태는 매우 심각하다고 봅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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