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한 사회∙보건 최대 화두는 ‘저출산’

워싱턴-천소람 cheons@rfa.org
2023.12.27
올해 북한 사회∙보건 최대 화두는 ‘저출산’ 평양 산부인과 병원의 신생아들.
/AP

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시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 이후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 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 봅니다. 서울에서 안경수 센터장과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평양 마라톤, 전면적 국경개방 시발점 될 듯

 

[기자] 안녕하세요. 센터장님. 오늘은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2023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올해 북한 보건의료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북한의 공식적인 국경 개방 및 방역 해제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3 7개월간 국경봉쇄를 끝내고 방역을 해제하며 공식적으로 국경개방을 선언했습니다. 국경 개방까지의 과정, 간단히 짚어주시죠.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안경수] 2020 1월부터 이어져 왔던 북한의 코로나 봉쇄 국면이 4년 차에 들어선 올해 해제됐습니다. 다시 2019년으로 돌아갈지 올해 초부터 굉장한 관심사였는데요. 2023 2월 나선-훈춘 사이 트럭 통행도 재개되면서 국경 개방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에도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계속 주고 있었습니다. 서서히 국경 개방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지난 3, 북한 전문 관광업체에서 4평양 마라톤을 겨냥한 해외 관광 상품을 홍보하는 모습이 포착됐고, 북한이 개방을 주도적으로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때 당시에는 개최하지 못하고 취소됐습니다. 그리고 7월에 북한이 전승절을 맞아 중국 대표단을 초청했고, 외국 인사들이 단체로 북한을 방문하는 첫 계기가 됐습니다. 그리고 8 27,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국경 개방을 선언하게 됐습니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해외에 체류하고 있던 사람들의 귀국이 승인됐다고 통보하면서 3 7개월 만에 공식적으로 개방을 선언한 건데요. 그후 9월에는 김정은 총비서가 러시아 극동 지방을 방문해 푸틴과 정상회담도 하고, 다양한 공장과 지역들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9월 말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대규모 북한 선수단과 관계자들이 참가하게 됐습니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흐름입니다.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지난 8월 북한이 공식적으로 국경 개방을 선포했지만, 자유로운 인적교류는 아직 활발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그 의미와 평가 부탁드립니다.

 

[안경수] 지금까지는 항공, 철도, 버스 등의 교통편으로 해외에 나갔던 외교관, 성원들, 북한 기관 요원, 단체, 유학생들을 복귀시키고, 대체 인력을 다시 출국시키는 상황입니다. 계획적으로 입국하고 출국하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북한에 들어가고자 하는 자유의지, 즉 외국인 관광객처럼 불특정 다수에 대한 북한 입국이 전면적으로 허용돼야 전면적인 국경 개방이 됐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내년 4월에 있을 평양 국제 마라톤 대회가 전면적인 국경 개방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코로나 백신 접종을 전국적으로 하지 않았고, 지난 3년간 버티다 국경 개방과 무역을 하게 된 특이한 경험을 갖게 됐다는 건 분명합니다. 이는 두 가지 요인으로 분석할 수 있는데요.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빨리 국경 봉쇄를 단행했다는 점, 그리고 북한 체제가 원래부터 해외 여행이나 해외 이동에 대해 자유롭게 개방된 국가가 아니었다는 점이 북한 내에서 코로나 상황이 양호한 요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 2023 1월 북한 노동신문이, 김정은 총비서가 “잠이 정말 그립다”고 토로했다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김 총비서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기도 했죠?

 

[안경수] 2023년의 시작은 김정은 총비서의 건강 뉴스였습니다. 올해 39세가 된 김정은 총비서가 중년의 위기를 맞았다며 심리적인 불안 상태, 건강 염려증, 과체중에서 비롯된 각종 건강 문제, 그리고 담배를 피우고, 과음에서 오는 우울증도 겹쳤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 뉴스가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요. 여기서 북한의 공식 매체도 기름을 부었습니다. 북한의 공식 매체가 올해 초 김정은 위원장이 두 가지 그리움이 있다인민들이 세상에 부럼 없이 잘 사는 그리움’, 그리고 잠이 그립다며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의 건강 문제는 극비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가 쉽게 해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확실히 불면이 있고 수면이 불안정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국가 경영과 경제 문제, 특히 국방과 우주, 군사 문제 등이 김 총비서의 스트레스 요인이 되는 게 분명해 보이고요. 공식 매체에서 김 총비서가 잠이 그립다는 식으로 말한 것은 애민 지도자상을 강조하려는 선전 기법이라고 분석합니다.

 

최고지도자 저출산처음 언급문제 심각성 방증

 

[기자] 2023년에도 김정은 총비서는 딸 김주애와 동행하며 대중 노출을 이어갔는데요. 이와 더불어 올해는 북한의 출산율, 특히 저출산 문제를 유독 강조한 것 같습니다. 김 총비서가 직접 저출산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안경수] 2023년 북한 보건의료, 사회문화를 통틀어서 일 년 동안 계속된 문제가 바로 출산율과 저출산 문제입니다. 2022 11월에 딸 김주애가 등장했잖아요. 둘이 함께 나온 사진은 항상 같이 웃고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도 이러한 행보가 이어졌습니다. 김 총비서가 딸과 함께 계속 미사일 발사 현장과 군중 행사, 열병식 현장에 동행했잖아요. 그래서 저는 화목한 가족상, 따뜻하고 편하게 다가가는 아버지상, 행복해 보이는 자녀의 모습을 지속해서 대중들에게 노출하고 있다고 생각했고요. 출산율 쪽을 보면 실제로 북한 내부 상황을 들어봐도 결혼한 가정에서 아이를 2명 이상 낳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요.

 

북한은 올해 3, 국제 부녀절에서 출산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저출산 상황이 김 총비서의 집권 이후 심각해지다 최근 북한 당국이 심각성을 더 인지하면서 위기감을 느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부녀절은 여성의 인권과 권리, 역할, 경제 활동을 강조하는 대회인데, 거기서 출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사실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그 정도로 최근 저출산율이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고요. 급기야 북한 최고 지도자 입에서 출산에 대한 언급이 나온 겁니다. 올해 12 3일에 개최된 5차 전국어머니대회에서 최고지도자가 직접 저출산 문제에 대해 대놓고 언급한 거죠.  어머니 대회에서 김 총비서가 4가지를 강조했는데, 마지막으로 강조한 게 출산율 감소를 막고 어린이 보양 교육을 잘하자’, 즉 이것을 가장 강조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들이 자식을 많이 낳아 키우는 것이 애국임을 인식하자는 언급 자체가 이미 북한 내부에서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위기감이 도를 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과거에는 김 총비서가 저출산 문제를 언급한 적이 한 번도 없었군요?

 

[안경수] 없었습니다. 북한 매체에서는 출산율에 대한 강조는 계속 있었습니다. 당국에서 공식 매체를 통해 출산율에 대해 언급한 것과 김 총비서가 직접 출산율 문제를 말한 것은 굉장히 느낌이 다릅니다.

 

[기자] , 의미가 정말 다르겠군요. 다음 질문인데요. 2023년에도 북한의 제약 산업은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대표적으로 어떤 부분이 가장 활발했을까요?

 

[안경수] 제약 공장, 제약 회사가 새롭게 현대화되고 확장하면서 지방의 거점 도시들에서 대리점식으로 판매 약국을 설치해 의약품을 주민들에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제약 산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요. 약을 많이 판매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요구를 잘 알아야 합니다. 제약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제품의 특징을 살펴보면 건강 관리적인 요소가 강합니다. 기능성 건강식품류의 의약품이 많더라고요. 주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제품들이 많이 개발돼 판매되고 있습니다. 의약품의 효능과 효과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생산되고 판매되고 있는 의약품들을 보면 주민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는 알 수 있습니다. 일반 주민들의 탈모, 성기능 감퇴, 불임, 월경 장애, 신경 쇠약, 몸의 피로, 자궁 근종, 허약 등에 대한 요구가 많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 의약품의 생산 특징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관심을 알아볼 수 있는 거죠. 특히 여성 관련 질환과 노화와 관련돼서도 요구가 많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2024년 북한의 보건의료 전망도 간단히 짚어 주시겠습니까?

 

[안경수] 2024년에는 올해까지 진행됐던 제한된 국경 개방이 전면화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리고 내년 4월 평양 국제 마라톤이 그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국경 개방의 전면화가 2024년에는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출산율과 관련해서는 2024년에도 계속 북한 공식 매체와 최고지도자의 입에서 언급될 가능성이 상당히 큽니다. 내년에도 출산율이 개선될 가능성이 없거든요. 또 제약 관련 부분은 2024년에도 똑같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요구에 맞는 기능성 제약이 더 많이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자] , 코로나19 사태를 시작으로 약 4년 동안 ‘북한 보건∙의료 해부’와 함께 했는데요. 오늘을 마지막으로 북한 보건∙의료 해부는 마치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그동안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 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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