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한 장에 드리운 단절의 그림자-개성공단

개성공단에서 북한 근로자 약 300명을 고용하고 있는 남한의 한 입주업체가 북측 관리 당국과의 갈등으로 20일 가까이 휴업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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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발단은 북측 종업원이 남측 회사 관리인에게 비누와 휴지를 더 요구하면서 빚어졌습니다.

이진서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문>그런데 비누와 휴지를 더 요구했다는 것이 사건의 발단인데 비누와 휴지 때문에 갈등이 번졌다는 것이 얼핏 이해가 안가는 면이 있는데요..

답> 네, 사건의 발단부터 설명을 드리면서 개성 공단에 진출한 남한 업체에서 일하던 북측 여성 직원이 남측 관리인 여성에게 휴지와 세수 비누 더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다가 시비가 붙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측 여성 직장장과 남측 여성 대리가 언성 높여가면서 싸움했다고 합니다.

남측 여직원 대리가 북측 종업원에게 욕설을 했고, 북측 여성 직장장이 밀치면서 몸싸움이 일어났습니다.

다음 날 이 기업체는 임시 휴업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북측 근로자들이 출근했는데 이 회사는 문을 안 열어줘서 북한 근로자들이 밖에서 기다렸다는 것이고 이를 본 개성 공단의 북측 지도총국도 이거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남측 기업소에 화를 내면서 감정 대립으로 번졌습니다.

남북이 반세기 이상 갈라져 있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남과 북에 사는 사람들이 만나서 함께 얼굴을 맞대고 일하고 있는 곳이 개성공단입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남쪽과 북쪽의 직원 사이에 비누와 휴지를 더 지급해 달라고 하는 소모품 지급 문제를 둘러싼 문제가 아니라

지금의 남북 간의 단절을 상징하는 가슴 아픈 사건이 아니겠는가 하는 맘입니다. 2005년 남한에 입국한 탈북여성 김선화씨의 말들어볼까요

김선화: 비누하고 휴지 때문에 서로 싸움이 일어났다는 것은 서로 이해부족…통일이 된다고 해도 남북이 서로 소통이 안돼요 우리도 처음에 와서 겪어 봤는데 소통이 안돼요. 우리도 생각을 해볼때 어렵네요 대답하기…

김선화씨는 휴지와 비누의 문제 보다는 언어소통이 문제다라고 말하는데요 간단히 말해서 남과 북이 너무 오랜 세월 분단 내왕이 없이 분단 조국에 살다보니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너무 틀려져서 당장 통일이 된다해도 이런 의사소통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감당하기 힘든 혼란이 있을 것라는 겁니다.

김선화: 통일이 돼도 같아요 남한 사람들이 아무리 좋게 이해를 시켜줘도 그 사람들은 받아들이는 자체가 아주 원수적이고, 아주 격렬하고, 전투적으로 받아들이거든요. 그러니까 싸움이 일어날 수 밖에 없죠. 통일이 진짜 된다고 해도 의사소통이 안돼는데…

개성공단에서는 남측 입주기업 대표가 소동이 일어난 남한의 기업소 공장을 찾아가서 문을 열어주고 북측 종업원을 들여보내라고 설득했지만 이 공장은 결국 북한 종업원들에게 문을 닫았고 장기 휴업에 들어갔습니다.

문>그런데 바로 그 비누와 휴지가 문제가 된 것은 왜 그렇습니까..

답> 아시다 시피 북한은 물자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북측 종업원들은 공장 안에 마련된 목욕탕의 샤워시설을 자주 이용해왔습니다.

이곳에서는 남측 기업들이 비누와 휴지 등을 갖다 놓고 종업원들이 몸을 씻을 때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성 공단이 위치한 개성지역의 일반 가옥에서는 사실 샤워 시설, 몸을 씻는 물 시설이 다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개성공단에 들어오는 종업원들에게는 공장에 마련된 몸을 씻는 샤워시설이 대단히 요긴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 비누의 소모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개성 공단에 진출한 기업들의 말입니다. 처음에는 머리를 감을 때 쓰는 샴프(물비누)도 갖다 놓았지만 지금은 비누 정도를 갖다 놓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종업원들이 공장의 목욕탕에 놓여지거나 공장시설에 비치된 비누와 샴푸, 휴지 등을 집으로 가져간다는 데서 발생했습니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집에는 비누라든지 휴지등이 부족해서 공장 안에 있는 비누 등을 밖으로 가져나가게 되고 이러다 보니 공장을 운영하는 남한 사람들이 볼 때는 짜증이 나게 되고 해서 한때 지급 하던 샴푸도 지금은 지급을 안 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고 하고요.

비누 역시 최근에는 같은 맥락에서 그 보급량을 줄이고 있던 터였습니다.

문>네 어찌 보면 참 가슴 아픈 사연이 숨어있었군요.. 비누한장으로 번진 갈등이지만 앞으로 남북 통일 그리고 남북 교류과정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많은 사건으로 받아들일 만 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답>네 그렇습니다. 개성 공단이 비록 제한된 구역에서 북한의 다른 주민들에게는 철저히 차단된 채 남과 북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이 지역이 북한에 대해서는 자본주의가 북한에 스며들 수 있는 하나의 전진기지가 된다는 것입니다.

비누 사건에서 보듯이 개성 공단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남한의 비누 한 장에도 큰매력을 느끼고 이를 공단 밖 자기 집으로 가져갑니다.

남한 비누의 향기와 그 부드러움을 다른 가족들도 모두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 비누가 남한에서 온 것을 가족끼리 비록 말은 안 해도 다 알게 될 것입니다.

다음은 소통입니다. 남측 기업소와 북측 종업원들이 이번에 비누 한 장을 놓고 갈등을 빚었습니다.

사실 남한에서 비누 한 장은 몇 푼 안 할 정도로 흔하고 값쌉니다.

그러나 바로 이 비누 한 장 때문에 공장이 문을 닫고 남과 북의 관계자들이 시비를 붙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로 번졌습니다.

이것은 조금전에 한 탈북여성의 말을 전해드렸지만 남과 북의 단절이 계속돼다 보니 상호간의 불신도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상징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말하자면 비누 한 장에서 보듯이 상호 이해를 도우려면 남북 상호간에 서로가 서로를 아는 시간이 상당히 많이 필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소한 일에서도 북한 사람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자칫 남한 사람들은 북한을 무시하는 것 처럼 보일 수 있는 행동도 무심코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이번 비누 한장 사건에서 보듯이 사소한 일로도 큰 충돌로 번질 수 있고 이것은 남북관계가 앞으로 풀어가 야할 숙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는 지적입니다.

네 이진서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