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선언 1주년…“남북관계, 비핵화와 연계돼 이행동력 떨어져”
2019.04.26
앵커: 남북 판문점선언 채택된 지 1년을 맞이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남북이 판문점선언에 따라 대화를 재개하고 여러 협력 사업도 추진했지만 현재는 그 이행 동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판문점선언 채택 1주년을 맞이했지만 올해 들어 남북관계는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습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이 영향이 남북관계에도 미치고 있다는 게 한국 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결국 남북관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미북 비핵화 협상의 물고가 트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판문점선언에 따라 개설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는 9주째 소장 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북한이 일시적으로 연락사무소에서 모든 인력을 철수시키기도 했습니다. 올해 추진될 예정이었던 상당수의 남북 간 사업들도 답보상태입니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 북측의 전종수 소장은 이번에 소장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는 점을 한국 측에 미리 통보했습니다. 오늘 소장회의는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남북 간 합의에 따라 개최하지 않기로 정해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과 정상적인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3월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은 지난해 9월 공동연락사무소가 개소한 뒤 2018년 12월까지 소장·부소장 회의, 연락대표 협의, 실무협의 등 모두 327회의 협의를 벌였습니다.
남북 고위급회담과 분야별 실무회담도 2017년에는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지만 2018년 한해 동안만 36회가 이뤄졌습니다.
반면 한국 내 전문가들은 당분간 남북관계의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이 남북관계의 진전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는 겁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지난 25일 약 11개월만에 한국 정부를 비난했습니다.
전현준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 북한은 한국의 중재자 역할에 큰 기대를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북한은 한국이 미국을 설득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지난해에 비해 소원해진 남북관계의 원인을 2차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로 꼽습니다. 비핵화 회담과 연동된 남북관계의 특성 때문에 미북관계의 교착 상황이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겁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판문점선언 1주년의 시점에서 본다면 합의 이행의 동력이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 집중 노선을 선언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장기적으로 남북관계의 진전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판문점선언 가운데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의 남북 적대행위 전면 중단’ 합의가 가장 충실히 이행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 남북은 판문점선언에 따른 9.19 군사합의서를 채택하면서 비무장지대 내의 일부 감시초소를 파괴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를 취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각종 군사연습 중지 합의도 잘 지켜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는 남북교류로 인해 안보가 불안해지는 경향이 있었지만 현재는 남북 군사분야의 합의가 이행되면서 안보 상황이 획기적으로 진전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판문점선언 상의 ‘모든 공간에서의 적대행위 중단’ 조항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사이버상의 적대행위 중단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의 민간 보안전문가는 “‘모든 공간’이라는 범주에 사이버 공간이 포함되는지 해석이 불분명하지만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대남 사이버 적대행위가 크게 증가했다”며 “남북 간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단이라는 합의를 무색하게 할 정도”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보안 전문가도 “외교, 안보 분야에 대한 북한의 공격이 여전히 활발하고 한국 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공격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