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고 싶은 현실, 평양의 꼬제비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5.11.30

수도 평양에 사는 꼬제비들

북한 당국이 선전매체를 통해 소개하는 북한의 모습에는 웅장함과 화려함만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감추고 싶은 북한의 참모습이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분 영상, 북한을 보다’시간에서 실제로 북한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오늘날 북한의 실상을 꼬집어봅니다.

- 깨끗한 모습의 평양에 다양한 연령대의 꼬제비
- 멋있는 도시 연출 위해 꼬제비 단속 강화
- 감옥 같은 방랑자 숙소 피해 산속에 숨어 살기도
- 잘 사는 평양 시민은 일부, 평양에도 꼬제비 생길 수밖에 없어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2011년 6월 평양시 중심가인 모란봉구역을 촬영한 영상입니다.

깨끗한 건물과 잘 정돈된 도로, 잘 차려입은 평양 시민과 분주히 이동하는 버스․자동차 등이 북한의 수도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평양에도 집이 없이 방황하는 꼬제비가 있는데요, 아파트 거리의 한 뒷골목. 이곳에 꼬제비 소년이 앉아 있습니다.

며칠 동안 씻지도 않은 듯 지저분한 얼굴과 옷차림, 낡은 신발 등은 한눈에도 이 소년이 꼬제비임을 알게 하는데요, 골목길에 앉아 빵 한 조각으로 허기를 달래고 있습니다.

촬영자가 직접 말을 걸어봤습니다.

‘엄마 아빠가 없느냐?’는 질문에 소년은 “할아버지는 먹을 것이 없어 죽고, 아버지는 연탄가스에 숨지고, 의붓아버지는 먹을 것이 없다며 때리고 나가라 했다”고 대답합니다.

또 소년은 학교에도 못 가고, 잠은 아파트 경비실에서 잔다며 이제는 이런 생활이 익숙한 듯 담담하게 말하는데요, 그럼에도 세상에 홀로 내버려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 엄마, 아버지 없니?

[꼬제비 소년] 먹을 것이 없어서 할아버지는 죽고, 아버지는 탄내 먹고 죽어서 의붓아버지가 때리고 가라고 해서...먹을 것 없다고...

- 학교는 못 가니?

[꼬제비 소년] 못 가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평양이 외부세계에 깨끗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무대 도시’에 불과하다며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평양 곳곳에도 꼬제비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Ishimaru Jiro] 평양에 인구가 2~300만 명이라고 하는데, 평양 시민이 살고 있는 구역에는 서민이 대부분입니다. 이들은 주로 장사를 해서 먹고 사는데요, 성공하는 사람도 있고, 실패하는 사람도 있죠. 이런 관점에서 보면 평양도 다른 지방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가정이 파괴되거나 흩어져 같이 살지 못하는 것도 평양 시민에게도 당연히 있는 일이고, 꼬제비가 당연히 생길 수 있는데요, 당연히 멋있는 연출 도시로 보이기 위해서는 꼬제비에 대한 단속도 심합니다.

평양시 대성구역, 학생들이 공원으로 소풍을 나왔습니다. 점심시간인 듯 모두 도시락을 꺼내 밥을 먹는데요, 검은 봉지를 든 남성 한 명이 주변을 서성이다 슬그머니 학생들 사이로 들어와 땅에 떨어진 무엇인가를 주워 먹습니다. 이 남성도 꼬제비인데요,

같은 공원, 다른 곳에서는 결혼한 부유층 부부가 고급 차에 올라타는 모습이 포착돼 평양에서도 빈부의 격차가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만난 평양시민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평양시민] (꼬제비는) 시퍼런 대낮에 못 다녀요. 밤에 어두워지면 역전에서 돌아다니지. 지방에서는 놔두더라고요. 그런데 평양에서는 당장 잡아들여요.

평양 시민에 따르면 평양에서는 꼬제비나 방랑자들이 함부로 돌아다닐 수 없고 당국에 적발되면 바로 체포돼 사회로부터 격리되는데요,

평양시 교외의 한 야산. 이곳에 매우 야윈 할머니와 손자가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수용시설에 들어가는 것을 피해 산에다 거처를 마련한 건데요,

촬영자가 할머니를 따라 집을 방문해보니 불도 들어오지 않는 집에 모든 것이 열악합니다.

- 여기 사는구나, 할머니. 깜깜하구나.

[할머니] 깜깜해. 우리를 철문 있는 데로 데려가. 감옥 같기도 하고. ‘무슨 죄로 여기 데러오나?’라고 물었는데, 보니까 방랑자 숙소더라고.

할머니와 손자는 방랑자 숙소에 있는 것이 너무 싫어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산속에 숨어 사는 건데요, 통제가 심한 평양에서는 방랑생활도 쉽지 않습니다.

[Ishimaru Jiro] 방랑 생활하는 사람들을 방랑자 숙소에 가둬 바깥에 못 나가게 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지방에까지 추방하는데요, 그렇게 해서 깨끗하고 멋있는 평양을 계속 연출합니다. 그래도 꼬제비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같은 시기, 평양시 교외 대성구역의 ‘락원역’ 앞에서는 군인들이 허름한 옷차림에 커다란 짐을 가진 북한 주민의 출입을 차단했는데요, 당시에도 질서 정연한 평양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 당국의 조치였습니다.

당시 이시마루 대표는 평양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평양이 아주 멋있다’, ‘북한이 변해가고 있다’라고 말하지만, 그 이면에는 외부 세계에 잘 보이기 위해 평양이 철저한 통제 속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는데요, 평양 내 꼬제비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Ishumaru Jiro] 평양 시민은 그래도 다른 도시에 비해, 식량 공급이 유지돼 있잖아요. 여러 가지 인프라 면에서도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에서 국정월급으로는 살 수 없지 않습니까? 기본조건은 다른 지방도시와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꼬제비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곳이 북한이죠.

고층아파트와 초호화 유흥시설, 길거리에 가득한 자동차 등 평양은 모습은 과거보다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평양 전체 인구 중 일부만 혜택을 누릴 뿐 여전히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적지 않은 평양 시민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현상은 오늘날 북한이 감추고 싶은 또 다른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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