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엘레나

(한국정착 우크라이나 난민)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미콜라이우의 한 시골 마을에서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청각장애가 있는 딸과 함께 생활한 안 엘레나 씨는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당시 집에 직접 폭격을 맞았습니다.

[안 엘레나] 새벽 4시쯤 폭탄 소리를 들었는데, 처음에는 폭탄이 아니라, 어디에서 뭔가가 터지는 소리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에도 총소리와 포탄 소리가 들려서 그때야 ‘전쟁이 시작됐구나’라고 이해했습니다. 집에서 나와 22일 동안 지하실에서 대피했습니다. 우리 집에는 지하실이 없었는데, 이웃 주민의 도움으로 그 사람의 집 지하실에서 같이 피신해 있었습니다.

8년간 열심히 일해 모든 돈으로 지은 새집이 러시아의 폭격으로 부서지고, 안 씨 가족은 이웃집 지하실에서 한 달 가까이 머물다 폴란드 국경을 통해 탈출했습니다.

[안 엘레나] 포탄 소리에 정말 아주 무서웠습니다. 제 딸이 (청각 장애로) 잘 듣지 못하는데, 저는 오히려 그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딸이 그 포탄 소리를 들을 때마다 너무 무서워했을 겁니다. 저와 딸은 서로 안아주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줬습니다. 하지만 너무 무서워서 많이 울었습니다.

고향을 떠나 한국 광주의 고려인 마을에 정착한 안 씨는 나이 든 아버지, 허리를 다친 어머니, 듣지 못하는 딸과 함께 낯선 땅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한 상황입니다.



[안 엘레나] 피난 과정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특히 우리 어머니가 너무 힘들어서 ‘자기는 못 갈 것 같다’며 저와 제 딸 이렇게 두 명만 가라고 했는데, 우리 딸이 “할머니 없이는 안 간다”고 해서 겨우 모시고 같이 왔습니다. 저는 남편과 이혼한 이후 돈을 벌었는데 아버지, 어머니가 딸을 많이 돌봐줬습니다.

안 씨의 아버지도 한숨과 눈물만 나올 뿐입니다.

[안 알렉산더] 내가 좀 더 젊었으면 계획을 세울 텐데, 나이가 곧 칠십이고 건강도 좋지 않은데다 시력도 나빠서 엘레나에게 모든 것을 기대고 있습니다. 전쟁이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전쟁이 아니었다면, 우크라이나에서 내 일을 하면서 끝까지 살았을 겁니다.

안 엘레나 씨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었고, 특히 무용수가 꿈이었던 딸의 꿈이 무너진 것이 가장 가슴이 아프다고 말합니다.

안 씨처럼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잃고 우크라이나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고향에 돌아가고픈 이들의 기다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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