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제제이행법안, 발효 시 가장 강력한 효과 기대”

워싱턴-이진아 인턴기자 leeji@rfa.org
2014.08.29
un_sanction_vote_305 사진은 대북제재를 한층 강화한 대북결의 1874호를 채택한 2009년 6월 유엔 안보리 투표 모습.
AFP PHOTO/Don EMMERT

앵커: 북한 정권의 돈줄을 죄는 것을 골자로 한  ‘북한제재 이행법안(HR 1771)’이 최근 미국 연방하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했습니다. 법안이 최종 발효될 경우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제재 조치보다 강력한 시행 내용을 담고 있어 큰 주목을 끌고 있는데요. 이진아 인턴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제재이행법안’(H.R.1771)이 발의된 지 약 1년 4개월 만에 지난 7월 28일 미국 연방하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했습니다. 이미 지난 3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북한인권의 참상을 낱낱이 기록한 보고서를 펴내 전 세계에 북한인권의 중요성을 부각한 터라 시기적으로도 적절했다는 지적인데요. 앞으로 상원 통과와 대통령 서명이란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과거 어떤 대북 제재보다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탈북자들의 기대도 큰데요. 수년 전 미국에 망명한 탈북자 전희영(가명) 씨는 지금까지 북한에 대한 국제 지원이 김정은 지도부의 실속만 챙겨준 것 같다면서 이제는 김정은 정권을 직접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금융제재가 담긴 법안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전희영: 저의 입장은 이번에 하원에서 채택된 법안에 대해 100퍼센트 찬성합니다. 이러한 법안에 찬성하게 되면, 북한 자체가 어려워 지는걸 압니다. 그렇지만 세계에서 북한주민들이 안타까워 도와줬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은 외부에서 도움을 줬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밑에서부터가 아니라 김정은 지도부 내부에서부터 들고 일어나도록 북한 지도부를 조이고 (자금줄을) 끊게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제1항은 대북 제재 행위와 이에 대한 조사와 처벌을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북한의 인권 학대와 불법 행위에 대한 제재사항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3항은 북한 인권을 증진시키기 위한 방안과 마지막으로 제4항은 북한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면 제재를 풀 수 도 있다는 조항을 담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북한 당국이 정치범 수용소에서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해주고 식량도 잘 배급하는 등 인도적인 대우를 해주는 확실한 증거가 보이면 제재를 서서히 풀어주겠다는 겁니다. 또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고생하고 있는 죄수들을 다 풀어준다면 아예 제재를 완전히 취소하겠다는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특히 이번 법안에서 가장 큰 주목을 끄는 대목은 이 법안의 핵심이라 할 금융 제재입니다. 즉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금융기관이나 기업, 단체 또는 개인 등을 금융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인데요.  이에 따라 유엔 안보리 결의나 미국의 대북제재 규정을 어기고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은 예외없이 제재를 받게 됩니다. 미국 터프츠대 국제대학원 (Fletcher School of Law and Diplomacy) 이성윤 교수는 이번 법안에 근래 보기 드문 강력한 제재가 담겨 있다고 평가합니다.

이성윤: 이번 법안은 지금껏 존재하는 미국의 대북 제재 가운데 가장 포괄적이고 가장 강력한 법안입니다. 유엔안보리에서 나온 대북 제재 결의도 여러 개가 있습니다. 2006년부터 5개가 유엔대북제재 결의로 나왔습니다. 물론 유엔 대북제재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런 제재를 집행할 수 있는 단체나 국가는 미국 밖에 없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미국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게 금융제도인데요. 미국이 세계의 금융제도를 거의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장은 아닙니다. 미국이 북한과 불법 거래를 하는 제3국의 기관이나 인물을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제도에서 퇴출시키고 못 들어오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힘입니다.

이 교수의 지적대로 법안이 발효되면 김정은 정권이 제3국에서 무기를 팔거나 자금 세탁 등으로 비밀 자금을 만드는 행위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이번 법안은 북한의 불법 자금 차단을 겨냥한 법안이라는 점에서 이전에 발의된 대북제재 법안들과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재 명단에 오른 북한 기업이나 단체, 개인과 거래하는 제 3국의 개인이나 기업의 행위까지 제재한다는 ‘세컨더리 보이콧’ 대목이 포함돼 종전 법안들보다 더욱 강력한 내용을 담았다는 평갑니다. 금융제재가 핵심인 이 조항은 북한처럼 제재대상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에게도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금지를 적용시켜 무기 개발과 관련된 자금의 획득을 막기 위한 광범위하고도 강력한 조치입니다. 실제로 과거 미국의 대이란 제재법안에 포함돼 큰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미국은2010년 핵개발 의혹을 받아온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는 제3국이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한  ‘이란제재법안’을 통과시킨 적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이란은 큰 경제적 타격을 입었는데요.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하지 않던 이란이 결국 핵 협상에 나와야 했고, 2013년 11월엔 자국의 핵 시설 해체를 골자로 한 핵 합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도 금융 제재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또 하나 주목되는 대목은 북한을 ‘주요돈세탁우려’(primary money laundering concern) 대상으로 지정하도록 미 의회가 촉구했다는 대목입니다. 일단 주요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정되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 체제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각국 금융권은 상당한 경계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는 2005년에 북한 자금 2천4백만달러의 계정을 갖고 있던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을 돈세탁우려 대상으로 지정해 결과적으로 북한 정권에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터프츠대 이성윤 교숩니다.

이성윤: 2005년에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를 주요 불법자금세탁우려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은행에 계좌를 가지고 있던 사람 혹은 기관들이 전부 돈을 인출해 은행이 위기에 처했죠. 당시 미국이 예측을 못 했던 것은 북한과 거래를 하는 제3국의 기관과 인물들이 북한과 거래를 완전히 중단했다는 점입니다. 그로 인해 북한이 완전히 고립돼 국제금융제도에 더 이상 접근도 못해 고립됐죠. 결국 방코델타은행이 제재를 받은 지 3개월 만인 2006년 1월 김정일이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한테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정권이 몰락한다. 도와 달라’고. 북한이 역사상 처음으로 금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현찰을 벌기 위해서 말이죠. 그것 하나만 봐도 당시 북한이 많이 타격을 입었다는 걸 명백히 볼 수 있습니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대한 제재조치로 타격을 입은 북한은 2006년도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과 핵 실험으로 맞섰지만 결국은 미국과의 담판 끝에6자회담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요돈세탁우려 대상 지정이 북한은 물론 북한과 거래하는 제 3국 금융기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실례입니다.

이번 법안에는 ‘제3국’을 특별히 명시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을 그 주된 대상으로 봅니다.  실제로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은 중국이 가장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무역투자진흥기관인 코트라(KOTRA)가 올해 발표한 ‘2013년 북한 대외무역동향 보고서’를 보면 북한의 중국 무역의존도가 무려 90%나 됩니다. 따라서 이 법안이 발효될 경우 북한과 거래를 많이 하는 중국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민간인 차원에서 이번 법안에 관여한 조슈어 스탠튼(Joshua Stanton) 변호사의 말입니다.

조슈어 스탠튼: 우린 북한의 가장 중요한 무역 상대국인 중국이 유엔의 대북제재를 집행하지 않는다는 점을 압니다. 어떻게 하면 중국의 대북제재를 강요할 수 있을까요? 해답은 있습니다. 북한과 거래를 하는 중국의 금융기관과 각종 물품과 기술, 돈을 공급하는 중국 회사들은 미국과도 경제적 교류가 필요합니다. 만일 중국의 금융기관과 회사들이 북한의 유엔제재 위반을 방조함으로써 미국과 경제적 교류를 하지 못한다면 선택을 해야 할 겁니다.

이번 법안에서 특히 주목할 대목은 또 있습니다. 제재 대상에 단순히 북한 정권의 불법자금의 차단뿐 아니라 주민들의 인권탄압에 관여한 관리들도 포함시켰다는 점입니다. 법안을 보면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에 관여했거나 책임이 있는 경우'를 포함시키고, 미 국무부에 주민 인권 유린에 관여한 북한 관리들을 제재하기 위해 해당자들의 명단을 작성하도록 했습니다. 이번 법안을 공동발의한 에드 로이스 하원외교위원장이 법안 통과 뒤 “미국과 국제사회는 최악인 북한의 인권 상황을 지난 20년간 눈감아 왔지만 이제는 행동에 나설 때”라고 지적한 것도 그래섭니다. 로이스 위원장은 법안 통과에 앞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에드 로이스 위원장: 의회가 분명한 대북제재의 법적인 틀을 만들어 변화를 이끌어야 할 시점입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핵개발을 하거나 주민을 억압하고 인권을 짓밟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법안은 금융제재를 넘어서 북한주민들의 인권개선까지 포함한 포괄적인 법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 3월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북한정권의 인권유린을 기록한 진상 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어 더욱 관심을 끄는 대목이기도 한데요. 조슈어 스탠튼 변호사는 이번 법안이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해서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조슈어 스탠튼: 약 5개월 전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북한 정부가 대규모로 반인륜범죄를 저지른 죄상을 기록한 372쪽짜리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핵무기를 개발할 뿐 아니라 인권유린도 저지르고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도 없는 것들이죠. 이번 법안의 목적은 법안이 실제 발표되면 북한은 그 대가를 치루게 될 것이며, 그런 만큼 주민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책임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은 엄청난 제재를 받고 방향타를 잃을 수도 있을 겁니다.

이처럼 북한의 불법 자금은 물론 인권유린 행위까지 제제할 수 있도록 한 HR 17771법안은 일단 하원을 통과했지만 최종 발효되려면 상원을 거쳐 대통령 서명까지 받아야 합니다. 터프츠대 이성윤 교수는 늦어도 올 연말 안에 법안이 최종 통과돼 발효되길 기대한다면서 법안이 발효되면 북한 정권의 행동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이성윤: 두고 봐야겠지만 지난 20년 이상 이어져온 대북 핵 협상이나 6자회담, 양자회담, 가끔씩 채찍을 사용하고 당근정책은 늘 사용하는 것과 같은 정상적인 방법으론 북한정권의 성격이나 정책, 핵과 미사일 개발, 인권유린 등 근본적인 문제점을 미국이 풀 수 없다고 봅니다. 따라서 이 법안을 집행해서 김정은 정권이 정말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껴야만 뭔가 물꼬가 트일 거라고 봅니다.

법안 발효에 따른 김정은 정권의 심리적 부담은 누구보다도 탈북자들이 바라는 것이기도 한데요. 탈북자 전희영 씨의 말입니다.

전희영: 미국 국회에서도 (북한 문제가 이렇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해결하는 계기와 도움이 된다면 전 그 이상 바랄게 없습니다.

과연 탈북자들의 이런 소망이 이번엔 이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이진아 인턴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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