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개방 23년, 베트남을 가다]② 한류 열풍 “한국인들 화장∙ 옷 너무 좋아요”

베트남에는 먹거리, 옷, 화장품, 머리 스타일, 그리고 컴퓨터, 핸드폰 등 첨단 제품까지 한국의 문화가 넓고 다양하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RFA 특별기획 ‘개혁 개방 23년, 베트남을 가다’ 제 2편 “한류 열풍” 입니다.
베트남-정아름 junga@rfa.org
2009.08.21
베트남 현지에서 직접 보고온 한국 문화의 인기, 한류에 대해 정아름 기자가 호치민에서 보도합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호치민에서 차로 두 시간 정도 남쪽으로 이동하면 나오는 메콩강에서 흘러나오는 소립니다. 메콩강에서 통통배를 타고 30분 정도 들어가 그곳의 전통 찻집에 들어갑니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에 통나무로 만든 이 찻집에서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쟈스민 차를 시키니 아오자이를 곱게 차려입은 아리따운 베트남 처녀 3명이 차례로 베트남 전통 민요를 한 곡씩 불러줍니다. 이어 3명의 처녀들이 다같이 베트남 전통 악기의 반주에 맞춰 한국의 전통 민요 ‘아리랑’을 부르기 시작합니다. 아직 개발의 손이 닿지 않은 황토빛깔의 메콩강 한 가운데서 ‘아리랑’을 반가운 마음으로 감상합니다.

동영상: 호치민 호텔에서 나오는 드라마

한국에서 유행하는 일일 드라마의 일부분입니다. 이 드라마가 나오고 있는 곳은 한국이 아닌, 기자가 묵었던 호치민 시의 호텔입니다. 베트남에서 묵은호텔 3곳 모두에서 KBS, KMTV, 아리랑 TV 등 각각 최소 두 개의 한국 채널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삼성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한국 드라마. 베트남이 아닌 한국에 있는 것 같습니다.

차소리

8월 4일, 오후 3시. 호치민 시내 한복판에 전체가 유리로 지어진 세련된 4층 건물이 있습니다. ‘아트 헤어’. 뛰어난 미적 감각으로 머리를 한다는 느낌의 이 영문이름은 한국에서 많이 쓰이는 미용실 이름입니다. 세련된 스타일의 이 건물은 한국에 본점을 둔 이른바 ‘한국표 베트남 미용실’입니다. 문을 들어서자, 세련된 유니폼과 머리 모양을 한 직원들이 환한 웃음으로 손님을 맞이합니다. 미용실 안은 미용 기구들이 돌아가는 소리로 요란합니다.

20-30대로 보이는 젊은 베트남 처녀들이 뜨거운 고데기, 즉 전기 머리 인두로 머리를 쫙쫙 펴고 있습니다. 까만 긴 머리를 더 찰랑 찰랑거리도록 펴주는 일명 ‘스트레이트 머리’는 베트남 여성에게도 인기입니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긴 생머리는 베트남에서도 사랑을 받습니다. 미용사는 한국에서 유행했던 잘 풀리지 않는 풍성한 스타일의 파마인 ‘세팅’을 하기 위해 머리를 커다란 롤로 이리저리 감고 있습니다. 최근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타일입니다. 아트헤어의 박순제 사장입니다.

미용실 사장: 세팅처럼 현지에 보편화 돼 있지 않는 것을 도입해서 시도하고 있습니다.

층마다 40여 대 정도의 미용 기구와 거울 앞이 손님과 헤어 디자이너(미용사)들로 북적거립니다. 2층, 3층, 4층 다 만원입니다.

미용실 사장:
직원은 250명이고요, 4교대로 아침 8시부터 밤 10시 혹은 11시까지 합니다. 지금은 비수기지만 성수기에는 밤 12시까지, 심한 경우에는 새벽 1시에 마지막 손님이 나가기도 합니다.

미용실 한 켠에선 서비스로 손님에게 샴푸로 머리를 감겨주고 있고, 또 머리 모양을 상담해 주고 있습니다. 너무 많이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점원들은 커피와 녹차를 대접하고, 지루하지 않게 잡지, 책 등을 가져다 줍니다. 미용실의 한국 컴퓨터에서 무료 인터넷까지 쓰도록 해주니 한국 미용실을 그대로 옮겨온 듯합니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새로운 머리 스타일과 미용 기술이 재빨리 이 베트남 현지 미용실에 들어옵니다.

미용실 사장: 한국 미용실임을 사람들이 아는 것이지 따로 한국 스타일을 강조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싼 가격에 한국 스타일이 들어오는 것이지요.

호치민 사람들이 ‘백화점’으로 부르는 ‘롯데마트 사이공점’.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 영화를 상영하는 ‘롯데 시네마’ 영화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한국의 화장품, 옷, 음식이 가득 쌓인 매장들에서 쇼핑합니다.

하도 찾는 손님이 많은 이 미용실은 고급화 전략이 아닌, 대중화 전략을 추구합니다. 싼 가격에 한국에서 막 유행한 머리 모양을 할 수 있다는 게 베트남 여성들이 모이는 이유입니다. 머리를 자르는 데는 베트남 돈으로 단돈 3만 돈, 미화로는 1달러 50센트도 안됩니다. 스트레이트 파마와 세팅은 베트남 돈 2십만 동, 미화로는 10달러 미만입니다. 돈을 더 주면, 2백만 동(미화 약 100불)에 머리카락을 연장하기도 하고, 2만동(미화로 1불)을 주고 눈썹을 파마하기도 합니다. 치장하는 것을 좋아하는 베트남 아가씨들에겐 천국입니다.

베트남에서 한국의 문화는 먹거리, 옷, 머리, 화장품 그리고 컴퓨터, 핸드폰 등 첨단 기술 제품들까지 더 다양하고 넓게 퍼져있습니다. 한국의 화장품은 전통적으로 외모에 관심이 많은 베트남 여성들에게 단연 인깁니다.

학생 1: 한국인들의 화장이나 옷이 너무나 아름다워요. 이런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인은 정말 예쁜 것 같아요.

얼굴을 하얗게, 화사하게, 또 더 젊게 만들어 준다고 광고하는 한국의 기능성 화장품들은 비싼 가격에도 날게 돋힌 듯 팔립니다. LG 화장품 가게 앞에는 LG 화장품 광고 모델인 한국에서 인기 절정의 가수 이효리의 사진이 실물의 수십 배 크기로 확대돼 걸려있습니다.

사운드: 이건 영양이고, 이건 화이트닝이고... 얼마 정도 합니까? 이건 180만 동, 220만 동, 360만 동. 200달러가 넘어요. (와 비싸다)

한국의 LG 화장품은 베트남 화장품 시장의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LG는 베트남 시장에서 화장품뿐만 아니라, 에어컨, 디지털 TV 등 모두 1위입니다.

호치민 시내에서 차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4,800천여 평 규모의 4층 짜리 건물 ‘롯데마트’가 나옵니다. 호치민 사람들이 ‘백화점’으로 부르는 ‘롯데마트 사이공점’.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 영화를 상영하는 ‘롯데 시네마’ 영화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한국의 화장품, 옷, 음식이 가득 쌓인 매장들에서 쇼핑을 합니다. 베트남 시민들이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인 오토바이 수백대가 롯데마트 앞을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미국의 닭고기 패스트 푸드점인 KFC와 쌍벽을 이룬다는 패스트 푸드집은 바로 한국의 롯데리아입니다. 기자가 머무른 4일 동안 호치민 시내에서만 3개의 롯데리아를 봅니다.

베트남의 명문대학인 호치민 대학교 학생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베트남 대학생 7명은 모두 한국어과 학생입니다.

학생2: 동방신기가 너무 좋아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너무 멋있어요.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된 호치민 대학교의 한국어학과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와 한국을 연결짓고 있습니다. 한국은 베트남을 대상으로 FDI, 외국인 직접 투자에서 2007년 1위를 차지하는 등 베트남 투자에 항상 선두를 달렸습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의류, 건설, IT 등 거의 전 분야에 해당합니다. 베트남 학생들의 한국어 공부는 더이상 연예인만 쫓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취업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발판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학생 3:
저는 호치민 대학교 한국어학과 1학년 생입니다. 졸업하고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서 일하거나 한국 공관에서 일하고 싶어요.

한국국제협력단 자원봉사자: 사실 한국어를 능숙히 구사하는 베트남 학생들은 취업 전망이라든가 하는 부분이 확실히 밝습니다. 베트남에서 취업률이 가장 높은 학과 중의 하나죠. 한국어를 잘하면 대거 들어와 있는 한국 기업에 취직할 수 있고 한국 현지기업에 채용돼 높은 보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더 많은 베트남의 대학이 한국학을 개설하고,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과 이들을 필요로 하는 곳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어 수업 사운드: 따라해보세요. 가 갸 거 겨 고 교 구...

일각에서는 한류가 한국 드라마,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젊은 세대에게 한정된다고 말합니다. 한류가 한국으로 시집가는 베트남 신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우려, 한국군의 베트남 참전 세대의 아픔 등을 쉽게 덮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과 한국은 문화, 사회, 교육, 경제 모든 분야에서 이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듯합니다. 베트남 속의 한류 열풍을 실감하며, 한편으로 북한이 생각납니다. “베트남인은 북한에 대해 아무 느낌이 없다”는 한 베트남 친구의 말은 머리 속을 맴돕니다. 베트남과 한국이 가까워진 만큼, 베트남과 북한은 저만치 멀어지지 않았나 하는 듭니다. 한국 청운대학교의 이윤범 베트남 학과장입니다.

청운대학교 베트남 학과 학장: 베트남이 북한에 대해서는 실제로 친구처럼 같이가는 의식은 실제로 없습니다. 북한대사관, 영사관도 있지만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과 북한을 구분해서 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정치적으로는 베트남의 최고 지도자인 농 득 마잉 공산당 서기장이 북한도 방문하고 한국도 방문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베트남 시민들이 이데올로기에는 그렇게 신경을 안쓴다는 겁니다.

베트남에서 RFA 자유아시아 방송 정아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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