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지옥 남한

워싱턴∙서울-이규상∙ 김영희 leek@rfa.org
2016.03.23
market_fried_chicken-620.jpg 서울 신월동 신영시장 내 치킨 판매점.
사진-연합뉴스 제공

안녕하십니까? 우리 생활 속 경제 소식들을 살펴보는 ‘김영희의 경제이야기’ 시간입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를 검색하다가 이런 기사제목이 눈에 띕니다. ‘치킨 지옥 대한민국’. 치킨은 영어 단어로 닭이라는 뜻이죠. 보통 남쪽에서는 닭튀김 요리를 치킨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왜 남한을 ‘닭의 지옥’이라고 부르는 것일까요? 오늘 ‘김영희의 경제이야기’에서 살펴봅니다.

남한 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배달 간식요리는 치킨. 바로 닭튀김입니다. 갓 튀겨낸 닭에 맥주 한잔. 남쪽에서는 흔히 ‘치맥’이라고 부르는데요. 남한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간식인 만큼 치킨과 맥주를 파는 식당 수도 많습니다. 2013년 기준으로 남한의 치킨집 수는 22539개. 전 세계 제1의 패스트푸드 식당인 맥도날드 매장 수 보다 더 많은 수입니다.

아무리 남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간식이라 하더라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맥도날드 고기겹빵집의 수보다 많다는 것은 설명이 잘 되지 않는데요. 남쪽에는 왜 이렇게 많은 치킨집이 생겨나는 것인지. 한국산업은행 미래통일사업본부 김영희 북한경제팀장과 살펴봅니다.

이규상: 안녕하십니까? 김 선생님.

김영희: 네. 안녕하세요.

이규상: 김 선생님께서도 ‘치맥’을 좋아하시나요?

김영희: 네. 저도 엄청 좋아합니다. 한국 사람치고 치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이것도 유행이라고 할까요? 너도나도 치맥을 찾는데요. 시원한 맥주에 고소한 치킨을 겯드리면 그 맛이 기가 막히거든요. 그래서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규상: 남한의 국민간식이다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치킨은 남녀노소가 다 즐기는 음식인데요. 그만큼 소비량도 많죠?

김영희: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사는 아파트 주변에 치킨집이 네 개가 있는데요. 주중에는 모르겠지만 주말에 가보면 주문이 꽉 차서 배달을 시키면 한 시간 씩 기다려야 할 때도 있어요. 어떤 때는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다른 음식을 배달 시켜 먹은 적도 있거든요. 그 만큼 치킨을 많이 먹는다는 얘기거든요. 현재 남한에서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이 연간 11.6킬로그램이 되요. 남한에서 판매되는 닭의 중량이 800에서 900그램 정도가 되는데요. 연간 한 사람당 15마리 정도를 먹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3년도 한해 도축된 닭만 7억 마리라고 합니다.

이규상: 소비량이 생각보다는 많지 않네요. 미국이나 캐나다의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 같은데. 그런데 왜 치킨을 파는 식당의 수가 많은 것이죠?

김영희: 남한에서 치킨 시장이 1980년대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거든요. 10년전 남한의 치킨 시장은 3.4억달러 정도였는데 지금은 약 10배가 늘었어요. 이렇게 치킨 시장이 증가하고 치킨집들이 늘어나는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 직장을 잃은 가장들이 창업에 뛰어들어서 치킨 집을 차렸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고요. 그러면서 치킨이 남한 사람들의 국민간식이 되었고 수요가 늘어나고 창업을 하면 수익성이 어느 정도 담보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른 업종에 비해서 유행을 덜 타고, 투자비용도 덜 들기 때문에 인기 아이템이기 때문에 치킨집이 증가하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이규상: 이렇게 공급이 수요보다 많게 되면 상품을 파는 사람이 큰 손해를 보게 되는 것 아닙니까?

김영희: 원래 시장경제원리에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가격이 떨어지거나 아니면 잘되는 집은 잘되고, 안 되는 집은 망하게 되는 것이죠. 닭의 원가가 있기 때문에 원가를 낮출 수는 없는 것이니까, 안 되는 집은 당연히 문을 닫게 되죠. 그런데 남한은 치킨이 국민간식이 되다 보니까 수요가 줄어들지 않아서 주말 같은 경우는 사먹기도 쉽지 않죠. 그러다 보니 치킨 한 마리가 20달러 정도로 가격이 올랐어요. 그럼에도 잘 안 되는 집도 있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이규상: 그렇다면 왜 사람들이 치킨 집을 많이 열게 되는 것인가요? 남한 국민들이 치맥을 좋아하기 때문만 인 것은 아닌 것 같은데요.

김영희: 말씀 드린 것처럼 치킨 집을 창업하는데 드는 비용이 타 업종에 비해 적게들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어요. 수요가 많아서 실패할 확률도 타 업종에 비해 적고요. 남한에서 퇴직을 하는 평균 나이가 54세인데요. 이분들이 젊은 나이에 퇴직을 하다보니까 은퇴후 창업을 하게 되는데... 다른 업종보다 강점이 있는 치킨 집을 열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렇게 치킨집이 많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이규상: 치킨집이 그렇게 많은데도 장사가 될까요? 망해 나가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은데 말이죠.

김영희: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 마다 아이템을 치킨 집으로 하다 보니까. 남한의 치킨집의 수는 수만 개에 달합니다. 통계마다 수치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남한의 KB 경영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02년도 이후 치킨집이 매년 평균 2003개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치킨 집 한곳의 연평균 매출 같은 경우는 2004년도에 3만 2천 달러에서 2011년에는 8만 달러로 약 2.2배 늘어났다고 해요. 그리고 3년 후에 휴업 또는 폐업하는 비율이 절반정도에 이르고요. 평균 생존 기간은 2.7년. 다른 업종에 비해서 평균 생존기간이 더 짧다고 볼 수 있어요.

이규상: 꼭 치킨집이 아니더라도 남한에서 폐업률이 가장 높은 사업이 식당 아닙니까?

김영희: 네. 그렇습니다. 2013년 남한의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11년 신규창업한 자영업이 99만 4천개라고 해요. 여기서 폐업한 자영업은 84만 5천개로 폐업률이 무려 85%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서 음식업의 폐업률은 94%로 1위를 차지했고요. 이러한 현상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층이 많아지고 외식이 잦은 젊은 층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규상: 북한의 경우는 어떤가요. 은퇴를 하거나 직장을 다녀도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개인 사업을 많이 시작한다고 들었는데. 식당 사업도 인기가 있나요?

김영희: 90년대 중반부터 북한에서 개인수공업 등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신발이나 화장품, 의류, 의약품, 사탕 과자 등... 수공업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상품들을 개인들이 만들고 있고요. 식당 같은 경우는 국가에 등록하고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겉으로는 국영식당, 협동식당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개인이 운영하는 사업이라고 볼 수 있어요. 평양이나 대도시에서 고급식당을 운영하면 상당한 인기가 있지만, 남한과 달리 시골이나 중소 도시에서는 외식문화가 형성되어 있지 않아서 웬만한 식당은 인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개인 사업을 한다 하더라도 식당사업은 대도시에서나 인기가 있습니다.

이규상: 탈북민들이 남한에 대거 입국하던 지난 2000년대 초반에 남쪽에서 식당 사업을 해서 성공한 분들도 많지 않은가요?

김영희: 제가 입국해서 보니까 냉면집을 해서 성공한 탈북자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모란각 이란 곳을 가 봤는데 음식은 북한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달랐습니다. 모란각은 탈북자 출신 김용 씨가 설립을 했는데... 김용이나 김철우 하면 탈북자들 사이에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전철우 씨 같은 경우도 17개의 체인점을 가지고 있었고 홈쇼핑도 하고... 음식사업에서 성공을 해서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죠. 그래서 이분들 같은 경우는 음식사업에서 성공한 탈북민 모델이라고 할 수 있죠.

이규상: 요즘은 어떻습니까? 탈북자 분 들 중에서도 이런 식당사업에 뛰어드는 분들도 계신가요?

김영희: 네. 김용 씨나 전철우 씨 말고도 식당업을 창업한 탈북민들이 많습니다. 창업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서비스업 중에서도 음식업 이죠. 취업이 안 되는 경우 쉽게 할 수 있는 서비스업이 식당이라는 인식이 탈북자들 사이에 있어요. 결국은 김용 씨나 전철우 씨처럼 북한음식을 팔면 되겠다하고 식당 창업을 많이 했는데 결국은 창업비용도 못 건지고 문을 닫는 경우도 많았죠.

이규상: 탈북자분들이라고 해서 남쪽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피해갈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이런 식당과 같은 성공률이 낮은 사업. 별로 권해드리고 싶지 않은데요. 김 선생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김영희: 저도 입국을 해서 창업을 해보려 생각해 본 적은 있어요. 그 때에도 업종을 음식업 쪽으로 생각했었는데요. 그런데 주변에서 너무 반대를 해서 저는 계획을 접었거든요. 사실 식당업 창업은 권하고 싶지 않지만, 아이템을 잘 찾아서 준비를 잘 한 다음에 창업을 하는 것은 해 볼 만은 도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식당 창업보다는 다른 아이템들을 고려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규상: 남쪽에서는 우스갯소리로 그런 말을 하죠. “이것저것 하다가 안 되면 치킨집이나 하지 뭐”. 하지만 식당이 가장 어려운 사업이었군요. 왜 치킨 지옥이라는 말이 생겼는지 이해가 조금 가네요. 김 선생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영희: 네. 고맙습니다.

<2분경제사전: 프랜차이즈>

'프랜차이즈‘

프랜차이즈는 프랑스어에서 온 단어로 원래 뜻은 특권을 주다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중세 유럽에서 부르주아 들이 ‘부르’ 즉 성의 소유권을 가진 영주들에게 돈을 주고 자치권을 산 행위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오늘날 상업적인 의미에서의 프랜차이즈는 가맹기업이 직영점, 가맹점 등 여러 영업점을 두고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어떤 성공한 사업모델이 있으면 그 사업방식을 그대로 본 따 원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그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평양에 있는 옥류관이 개성이 신의주 등 다른 도시에 똑같은 옥류관을 열고 그 운영권을 다른 개인이나 사업체에 이전 하는 것을 프랜차이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보통 식당경영이나 사업경영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이 이런 프랜차이즈 방식을 많이 선택하는데요. 점포선정이나 식재료 공급 그리고 홍보 등 사업을 운영하는데 있어 여러 골치 아픈 문제들을 가맹기업이 해결해 주고 그만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단점은 이 모든 것이 공짜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고 돈을 주고 사 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 창업보다 자본이 더 들어가고 사업이 성공할 경우 개인 창업보다 돌아오는 수익이 적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2분 경제사전. 진행에 양윤정 입니다.

앞서 들으신 대로 남한에서 치킨 전문점은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치킨 프랜차이즈들 해외에서 판로를 찾고 있는데요. 남한의 대표적인 치킨 프랜차이즈 본촌치킨은 전 세계 150여개 가맹점을 수출해 한국 특유의 간장과 마늘 그리고 매콤한 맛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본촌치킨은 미국에도 약 50여개의 가맹점을 열고 있는데요. 닭튀김의 대명사 KFC, 즉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의 고향 미국에서도 남한 치킨 전문점들은 한국의 맛으로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음악과 드라마, 영화로 시작된 한류가 이제는 맛으로 까지 퍼지는 게 아닐까 기대해 봅니다.

김영희의 경제이야기 이번 주 순서를 마칩니다. 진행에 이규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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