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경 어린이어깨동무 사무총장

서울-노재완 nohjw@rfa.org
2014.04.30
blood_donation_nk-305.jpg 최혜경 사무총장이 지난 2008년 북한에 의료장비를 보낸 뒤 버스에서 헌혈하고 있다.
사진 제공: 어린이어깨동무

MC: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교류와 사람들> 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했던 유명한 말인데요. 지금 굶주림에 고통받는 북한 아이들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일 것입니다.

경제난으로 북한에는 의약품도 부족합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을 돌보는 일이 절실한데요. 오늘은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오랫동안 의약품과 영양식을 지원해 온 남한의 대북 지원단체, 어린이어깨동무의 최혜경 사무총장을 만나봅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최혜경: 네, 안녕하세요.

기자: 요즘 대북 민간단체협의체인 ‘북민협’에서도 중요한 일을 맡았다고 들었습니다. 먼저 근황부터 말씀해주세요.

최혜경: 올해부터 저희 어린이어깨동무가 북민협 정책위원장직을 맡았습니다. 정책위원장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고요. 최근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이 매우 어렵잖아요. 여러 단체들이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고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저는 여기서 지혜를 모으고 단체들이 함께할 수 있게 도움을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자: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도 지난해 8월 북한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지원 물품의 분배 확인(모니터링)을 위해 다녀오셨죠?

최혜경: 네, 그렇습니다. 저희는 작년에 남포 지역의 어린이를 위해 영양식을 지원했습니다. 그래서 영양식에 들어가는 물자들이 잘 도착했는지 또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려고 다녀왔습니다.

기자: 당시 어깨동무에서 지원한 물품의 규모와 금액은 어느 정도 됩니까?

최혜경: 영양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밀가루라든지 설탕, 분유 등 약 1억 원 어치의 물자를 보냈습니다.

기자: 과거 어린이어깨동무가 지원했던 남포소아병원은 다 건립됐는지 궁금합니다.

최혜경: 남포소아병원은 저희 어깨동무가 네 번째로 건립한 어린이병원인데요. 그런데 이 병원은 저희에게 있어 마음 아픈 곳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저희는 북측과 사업을 할 때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게 하나도 없었는데, 이 남포소아병원 만큼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2008년에 이 병원을 짓기 시작했는데, 당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물론 그때까지는 지원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2009년 3월부터 남측 정부가 병원 건립과 공장 건설 등 개발지원사업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불허했습니다. 그때가 한창 골조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문틀은 들어갔는데 문이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북측도 계속 물자를 기다렸죠. 그렇지만 1년이 가도 2년이 가도 들어오지 않으니까 결국 자체적으로 자재를 수급해 공사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런데 병원이라는 게 다른 건축물과는 달라서 안전성과 위생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하거든요. 그런 것까지 북한이 신경을 쓰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되고요. 이건 앞으로 저희가 또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어깨동무는 주로 소아병원을 지원해왔는데요. 북한에서는 몇 군데 병원을 지원했습니까?

최혜경: 저희는 평양을 포함해 인근 지역에 4개의 병원이 있는데요. 각각의 병원이 다 특징이 있습니다. 2004년에 설립한 평양 어깨동무병원은 어린이 질환 중에 설사와 영양장애만을 전문으로 치료했고요. 그리고 신생아의 건강은 산모의 건강과 직결돼 있다는 점을 생각해 두 번째로 지은 평양시 외곽에 있는 강남군 병원은 산모와 아기들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곳으로 건립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의 의료진을 양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 들어 2008년부터는 평양 의학대학 병원에 어깨동무소아병동도 건립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포소아병원을 네 번째으로 건립했습니다.

기자: 5.24조치에도 불구하고 취약계측을 위한 의약품 지원은 한국 정부가 허락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의약품 지원도 계속 해왔나요?

최혜경: 저희는 병원을 준공하고 나서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관련해서 지원을 해왔습니다. 2004년에 준공했던 평양 어깨동무병원도 작년까지 계속 지원사업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이전 이명박 정부와 지금 박근혜 정부는 취약계층에 대해 지원을 허락한다고는 했지만, 엄밀히 얘기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이명박 정부 때 평양에 있는 병원에 대해 의약품을 지원하는 것은 못하게 했습니다. 평양이 아닌 다른 지역만 허가했습니다.

기자: 한국 정부는 왜 의약품 지원에 있어 평양 지역을 제외했나요?

최혜경: 당시 한국 정부에서는 평양은 그래도 살만하다, 그러니까 지방만 허용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남측의 민간단체들이 지원하는 병원은 대부분 평양에 있었거든요. 결국 정부가 의약품 지원을 허락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지원 활동을 벌이지 못했던 거죠. 그래도 저희 같은 경우 평양 외에도 황해도와 남포 지역에 병원이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지원할 수 있었는데, 다른 단체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집니다. 의약품 지원은 허가한다고 말은 하는데요.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어떨 때는 되고, 어떨 때는 안 되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모니터링의 요건들도 다르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보도하는 것처럼 의약품 지원은 일관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자: 어깨동무가 대북 지원사업을 벌인 것은 언제부터입니까?

최혜경: 저희가 했던 첫 대북 지원은 1996년인데요. 당시에는 저희가 대북 지원단체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일반 시민단체로 활동을 벌였습니다. 남북통일이 됐을 때 남북의 어린이들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에 이들이 과연 만날 준비가 됐나 고민을 해 봤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하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남측 아이들이 자신의 얼굴을 그린 그림편지를 북측 아이들에게 보내는 ‘안녕 친구야’라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시기 북측에서는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식량난을 겪으면서 국제사회부터 지원을 받게 됐습니다. 당연히 저희도 뭔가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남북한 어린이들이 어깨동무하려면 키가 비슷해야 하지 않겠나 싶어 관련해서 지원 사업을 벌이게 됐습니다.

기자: 대북 지원을 위해 재정 마련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최혜경: 저희가 인도적 지원사업이 잘될 때는 여기저기서 지원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희는 종교적인 기반이 없어서 대부분 개인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가 하는 사업이 북측의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만을 위해서 하기 때문에 다른 지원 단체보다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었습니다. 진짜 5.24조치 이전에는 기업의 후원도 있었고요. 정부로부터도 지원을 받고 그래서 재정 마련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만,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기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됐죠. 아무래도 기업들은 정부의 눈치를 보게 되잖아요. 게다가 정부 보조기금은 2010년부터 아예 끊긴 상태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순수 개인 후원금만으로 해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기자: 끝으로 어깨동무에서 준비하고 있는 대북사업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최혜경: 저희는 북측 지역에 어린이들을 위한 종합 복지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그러니까 보건 의료사업 따로 영양사업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마을에서 아이들에게 보건, 의료, 영양, 교육, 위생 등을 한 번에 벌일 수 있는 그런 사업 말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만남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는 지원이 목적이 아니라 남북 사람들이 만나고 이후 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를 위한 활동을 계속 벌여 나갈 계획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지원 사업을 벌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 것이 저희가 앞으로 진행할 사업 방향입니다. 또 이렇게 남북교류의 접촉면을 넓혀 가는 것이야말로 저희 어깨동무가 해야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남북교류와 사람들> 오늘은 최혜경 어린이어깨동무 사무총장을 만나봤습니다. 총장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최혜경: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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