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 소장

서울-노재완 nohjw@rfa.org
2014.08.20
kimkiho_mine-700.jpg 지난 19일 경기도 고양시 한국지뢰제거연구소사무실에서 만난 김기호 소장. 김 소장이 비무장지대에서 발견한 유실된 각종 지뢰를 보여주고 있다.
RFA PHOTO/노재완

MC: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교류와 사람들> 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6.25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가 지났으나,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지역에는 여전히 수많은 지뢰가 매설되어 있어 군인들과 인근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실된 지뢰로 인한 피해도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번 시간은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장을 모시고 지뢰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소장님, 안녕하세요.

김기호: 네, 안녕하세요.

기자: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이 DMZ, 즉 비무장지대 일대를 평화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평화공원을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이 지역에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는 일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김기호: DMZ를 평화공원으로 조성하는 일은 이렇습니다. 먼저 남북이 공동으로 DMZ 일대를 세계평화공원으로 지정하고, 그런 다음 그 지역에 있는 남북한의 군사시설과 군인들을 철수해야 겠지요. 그러고 나서 지뢰 등을 제거하면 바로 평화공원이 조성되는 겁니다.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DMZ는 폭이 4km이고, 횡으로는 임진강을 따라 경기도 파주에서부터 연천,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을 거쳐 동해안까지 연결돼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 좁은 면적에서 생물의 다양성에서 볼 때 남한 전체의 3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거죠. 그래서 이 지역을 생태계의 보고라고 하는 겁니다.

노재완: 방금 비무장지대 주변으로 지뢰가 매설돼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지뢰 매설, 어느 정도로 파악하고 계십니까?

김기호: 확실한 것만 97만 발 정도 되고요. 여기에 미군 등이 매설한 것까지 포함하면 130만 발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은 어느 정도냐. DMZ 248km를 6열로 해서 매설한 게 무려 100만 발 정도 됩니다. 이것을 DMZ 면적으로 해서 따져 보니까 496평방미터당 1개씩 매설돼 있는 겁니다. 쉽게 생각해서 100평당 1개씩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것은 전 세계에서 단일 면적당 가장 높습니다.

노재완: 그러다 보니까 지뢰 사고도 해마다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요. 지뢰도 여러 종류가 있을 텐데 대표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김기호: 매설된 지뢰 중에 사실 대전차지뢰 같은 경우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덩치가 커서 웬만해선 터지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산사태 정도가 나서 눌리면 모를까 사람이 실수로 밟아도 터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전차지뢰는 탐지기로도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M14대인지뢰입니다. 지금 보시는 이것이 바로 M14대인지뢰인데요. 보시다시피 아주 작죠. 높이가 4.5cm이고요. 폭이 4cm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저울에 달아보니까 68g입니다. 뒤에 내관 안에 있는 화약만 빼고는 전부가 플라스틱으로 돼 있습니다. 화약은 흑색으로 돼 있는데, 내관을 바늘로 톡하고 조금만 건들어도 펑하고 터질 정도로 예민합니다.

노재완: 만약 사람이 M14지뢰를 밟으면 어떻게 되나요?

김기호: 사람이 M14지뢰를 밟으면 무조건 빨리 무릎 하단을 절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릎 위까지 독성이 퍼져 더 큰 피해를 봅니다. 일단 밟아 화약이 터지면 불이 나면서 안에 있던 독성이 나오는데, 상처 부위에 독성이 들어가 계속 다리 위쪽으로 썩어 올라갑니다. 우리가 흔히 발목지뢰라고 하는데요. 지뢰를 밟았을 때 발목을 자르지 않으면 살지 못하니까 붙여진 이름입니다. 작지만 지뢰 중에 가장 위험한 겁니다. M14대인지뢰는 ‘플라스틱지뢰’라고 부르기도 하고, 방금 설명드린 것처럼 발목을 자른다고 해서 ‘발목지뢰’, 그리고 폭풍에 의해 발이 어그러지고 박살 난다고 해서 ‘폭풍지뢰’라고도 부릅니다.

노재완: M14지뢰의 유효 기간은 어느 정도 됩니까?

김기호: M14대인지뢰의 유효 기간은 없습니다. 100년이 가도 썩지 않거든요. 그래서 더 무서운 겁니다.

노재완: 게다가 북한제로 보이는 목함지뢰도 남한 지역에서 자주 발견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목함지뢰는 어떻게 터지는 겁니까?

김기호: 네, 이게 바로 목함지뢰입니다. 휴대폰보다 훨씬 크죠. 빗물에 떠내려오면 목함지뢰는 커서 누구든지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로가 7cm, 세로가 20cm 정도 됩니다. 그리고 높이도 7cm 정도 되고요. 이것은 안전핀을 위로 해놓고 장착하면 누가 열었을 때 터지는 거고요. 아래로 해놓고 장착하면 사람이나 동물이 밟으면 터지는 겁니다. 이것은 나무로 만든 거기 때문에 7년 정도 되면 썩어서 못 써요. 그래서 7년마다 교체를 해야 하는데요.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교체 작업을 하다가 폭발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노재완: 북한이 교체해야 하는 나무상자로 지뢰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김기호: 북한은 경제력이 약하잖아요. 나무로 만들면 일단 비용이 적게 듭니다. 물론 수지지뢰라고 해서 플라스틱으로 만든 지뢰도 있습니다. 목함지뢰와 기능과 크기 모두 똑같은데 재질만 나무 대신 플라스틱으로 한 겁니다.

노재완: 빗물로 유실돼 어딘가 숨어 있을 목함지뢰를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런 미확인 목함지뢰는 어떻게 찾고 있습니까?

김기호: 목함지뢰는 그냥 육안으로도 찾을 수 있습니다. 갈퀴 같은 것을 들고 강변 같은 곳에 가서 긁으면 누구나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사실 문제가 되지 않아요. 문제는 M14대인지뢰입니다. 홍수 때 북한 목함지뢰가 10발 나오면 M14지뢰는 200~300발 나옵니다. 작고 가벼우니까 유실도 더 잘 되는 것 같습니다.

노재완: 보통은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이런 곳은 군부대가 직접 지뢰 제거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민간인인 소장님이 가서 제거하는 이유는 뭔가요?

김기호: 네,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군대에 있을 때 경의선 지역의 지뢰 제거를 많이 했는데요. 그 당시에 저는 기무사 요원으로 지뢰 제거 작업을 하는 부대를 측면에서 지원하는 일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DMZ 일대를 자주 드나들었죠. 그게 인연이 돼서 계속 이 일을 하게 됐고요. 그래서 지금 저와 함께 일하는 분들도 군대에서 폭발물 제거 작업만 30년 이상 한 베테랑들입니다. 그런데 군대에는 이런 베테랑들이 별로 없습니다. 특히 사람 키보다 큰 갈대숲에서 유실된 지뢰를 찾는 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장비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군에선 그게 부족합니다. 게다가 탐지해야 할 지역이 워낙 넓기 때문에 군부대 수색요원으로만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수자원공사의 의뢰를 받아 저희도 맡아서 하는 겁니다. 군대 1개 대대가 일 년 동안 할 것을 저 혼자서 열흘 만에 끝냈습니다. 장비가 워낙 좋기 때문에 비용도 10/1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군대가 했으면 30억 들어갈 것을 3억으로 했으니까요.

기자: <남북교류와 사람들> 지금까지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 소장을 만나봤습니다. 소장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기호: 네, 감사합니다.

그동안 <남북교류와 사람들>을 들어주신 청취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오늘 이 시간을 끝으로 <남북교류와 사람들>을 마치고 다음 주 이 시간부터는 새로운 내용의 프로그램으로 여러분을 찾아 뵙겠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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