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살까기와 다이어트

서울-이현주, 김태산, 문성휘 xallsl@rfa.org
201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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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증평군보건소가 만성질환자나 비만 주부 등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날씬맘 건강교실'.
충북 증평군보건소가 만성질환자나 비만 주부 등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날씬맘 건강교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진행에 이현줍니다.

남쪽의 비만인구는 32.8%. 그러나 몸까기의 필요성을 느끼는 인구는 그보다 더 많습니다. 뚱뚱하진 않지만 스스로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심리적 비만률이 높다는 얘기인데요. 실제로 여성들에게 물어보면 10명 중 9명은 본인이 뚱뚱하다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날씬한 것이 곱고 멋있어 보인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몸까기 한두번쯤 안 해본 사람 없는데요. 문성휘 씨도 요즘 열혈 몸까기 중입니다.

“몸까기 너무 힘들어요. 진짜 조국통일만큼 힘든 것 같아요(웃음)”

오늘 <내가 사는 이야기> 몸까기 얘깁니다.

진행자 : 문 선생 요즘 몸까기 잘 되고 있어요?

문성휘 : 요새 진짜 몸 많이 났어요. 남쪽에서는 몸 많이 났다고 안하고 살 많이 쪘다고 하는데 저는 처음 하나원가서 선생들이 ‘살 많이 쪘다’라는 표현을 써서 깜짝 놀랐어요. 북한에서는 동물들에게나 살이 쪘다고 하고 사람에게는 몸이 났다고 해요. 근데 사람한테 살이 쪘다니 너무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남한에서는 보편적으로 살쪘다고 말하더라고요.

김태산 : 북쪽에서는 사람한테 살쪘다하면 매 맞을 겁니다.(웃음) 이해는 합니다. 이건 뭐 남북 간의 문화적 차이죠.

진행자 : 그래도 처음 듣고는 상당히 기분 나빴겠어요?

김태산 : 처음엔 좀 거북하더라고요. 그런데 남쪽 사람을 처음 만나서 몸 숱해 좋네요... 이러면 무슨 뜻인지를 몰라요.

문성휘 : 아, 저 그게 궁금한데 한국 사람들은 '몸이 났다‘하면 이해를 하나요?

진행자 : 그럼요. 남쪽에서도 나이든 분들은 많이 쓰는 말입니다. 근데 진짜 뜻이 달라서 잘 못 쓰면 완전히 실수하는 거네요. 조심해야겠어요.

문성휘 : 아, 그 분들이 악의가 없다는 건 저희도 알아요.

진행자 : 근데 몸 좋다는 말은 남쪽에서는 좀 다른 의미입니다. 특히 남성에게 몸 좋다는 건 운동 열심히 해서 근육 좀 키운 사람에게 흔히 쓰는 말이죠. 그러고 보면 남북이 말의 쓰임새가 많이 다르네요. 북쪽은 몸 까기, 남쪽은 살빼기 또는 다이어트라고 하고 북쪽에서 몸 났다, 몸 좋아졌다는 표현은 남쪽에서 일반적으로 살쪘다고 쓰입니다.

김태산 : 근데, 문 선생 몸 깔게 어디 있어요? 지금도 날씬한데? 중량이 좀 늘었어요?

문성휘 : 제가 겉으로 보면 날씬해보여도 체중을 떠보니 거의 70kg이 가요. 이게 정상체중보다 5 kg이나 더 많은 거래요. 요새 갑자기 몸이 난 건데 운동을 해도 살이 잘 빠지질 않아요.

진행자 : 몸 까기가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김태산 : 사실 까긴 내가 까야겠는데 저는 정상 몸무게보다 15kg 더 나가요.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에요. 다리고 아프고 몸도 무겁고 해서 중량을 줄이려고 좀 애를 쓰는데 살이 오르는 건 하루아침이지만 진짜 빼는 건 힘들더라고요.

진행자 : 김 선생, 살빼기 진짜 힘드실 겁니다. 우선 술을 끊으셔야 하는데요. (웃음)

김태산 : 글쎄, 술 때문에 그렇긴 한데 문 선생이 몸 까기 한다고 깃발을 들고 나섰으니 나도 따라 가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웃음)

진행자 : 실상 진짜 몸 까야할 사람은 접니다. (웃음)

김태산 : 아니, 뭐 괜찮은데 왜 그래요?

진행자 : 저도 정상 무게보다는 중량이 더 나가고요. 그리고 남쪽에서는 보통 여성들에게 물어보면 95% 여성들이 본인이 뚱뚱하다고 생각한데요. 의학적으로 정상체중이어도 본인은 몸을 더 까야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김태산 : 우리 맏딸도 내가 보기엔 괜찮은데 몸까야한다고 막 먹지 않고 그래서 막 욕을 하고 했는데 이제 하다하다 지쳐서 그냥 내버려둡니다. 이자, 기자 선생 말을 들으니 알겠네요. 왜 살이 붙으면 여자들도 훤하고 보기 좋겠는데 그걸 막 빼지 못해 안달이에요?

진행자 : 남쪽에서는 날씬한 사람이 곱다, 예쁘다는 공식이 있어요. 그리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배우들, 가수들 참 날씬하고 예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걸 따라해 보겠다는 심리가 있는 것이죠.

김태산 : 막 근육이 좋은 남자 배우들이 광고나 영화에 나와도 남자들은 그걸 따라가려고 노력 안 하는데 여성들은 그걸 따라 가겠다고...

진행자 : 왜요? 김 선생이 모르시고 하는 말씀이지 요즘 남성들도 얼마나 열심히 운동하는데요? (웃음)

문성휘 : 요즘 배에 임금 왕 자 새겨져야 한다고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 얼마나 많은데요. 우리 아들 녀석도 그렇습니다.

김태산 : 진짜 요즘 마을마다 주택지구마다 헬스기구가 설치돼 있어서 나이 있는 여성들, 남성들도 살 빼고 몸만들기 위해서 진짜 열심히들 운동하죠. 그런 걸 보면 북쪽에는 진짜 먹을 것이 없어서 난리고 남쪽은 너무 먹을 것이 많아서 문제고 이걸 좀 섞어서 중간으로 놓으면 참 좋겠는데... 이런 상황이 좀 안타깝습니다.

문성휘 : 이게 북쪽에서는 1990년 초에 ‘썩고 병든 자본주의’라는 방송을 많이 내보냈거든요? 저도 지금 남쪽에서 살지만 여기서 전혀 볼 수 없는 장면들이 많아요. 도대체 어디서 그런 영상을 갖고 왔는지는 모르겠는데 거기에 보면 헬스장에서 몸 까는 여성들이 나와요. 여성들이 집단적으로 누워서 몸을 빙빙 굴리면서 살까기를 하는데 거기에 대고 아나운서가 ‘자, 보십시오. 근로 인민 대중은 굶주리고 있는데 몇몇 안 되는 돈 많은 부자들은 살찌는 것을 주체할 수 없어 일부러 돈을 내고 몸 까기까지 합니다’. 전 그때 그 헬스장에 온 사람들이 진짜 몇 안 되는 돈 많은 부자집의 마나님인 줄 알았어요. 근데 남한에 와보니까 부자들이 오히려 더 날씬하데요.

김태산 : 맞아요. 요즘은 오히려 부자집 마나님들이 몸은 다 날씬하던데요.

진행자 : 관리를 하는 거죠. 근데 저는 문 선생의 말을 들으면서 북한 당국이 그 화면을 내보내면서 뭐라고 비난을 했을까 상상을 했는데 참, 비난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웃음)

문성휘 : 사실 90년대까지는 이런 선전이 북한 주민들에게 먹혀들었어요. 왜냐면 그때까진 중국이 발전 못 했으니까 중국 사람들도 북한사람들처럼 많이 여위어 있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중국의 농민들 얼굴이 하얗게 변하면서 이렇게 몸이 좋아지는 거예요. 그 사람들 몸 나는 걸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돈 많은 사람들만 몸이 나는 게 아니라 돈 없는 사람들도 좀 잘 먹으니까 몸이 나는구나 알겠더라고요.

진행자 : 이제 더 이상 그런 식의 선전은 주민들에게 먹히지 않겠네요.

문성휘 : 안 먹히죠.

진행자 : 남쪽에서는 몸 까기를 ‘다이어트’라고 합니다. 영어로 식습관을 뜻하는 말인데 남쪽에서의 용례는 잘못된 것이지만 어쨌든 몸 까기를 다이어트라고 합니다. 사실 몸 까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식습관인데요.

김태산 : 아무리 살을 까려고 산으로 뛰거나 강으로 뛰어도 먹는 것을 바꾸지 않으면 힘들죠. 지금은 북한 체제가 좀 흐물흐물해지니 장마당이 열려서 거기서 기름도 많이 팔고 고기도 판다고 하잖아요? 사실 돈이 없어서 그게 문제긴 하지만 있다면 사먹을 수 있다는 얘기죠. 예전에 공급제가 정확히 돌아갈 때는 한 사람이 일 년에 기름 100g을 못 먹지 않았어요? 나 어릴 때는 한 집이 일 년 가야 콩기름 300g도 못 먹었거든요. 그러니까 몸이 날 수가 없어요. 여기는 뭐 더 이상 말할 것이 없죠. 기름기 많은 음식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사람 입맛이라는 게 살찌는 음식만 맛있죠. 맛있는 것만 골라 먹다나니 살 찔 수밖에 없고 한 끼 잘 먹고 그 지방을 빼려고 며칠을 산으로 올려 뛰는데... 참, 그 비례가 안타깝게 잘 안 맞네요.

진행자 : 우리 민족의 식단이 김치, 된장, 밥 이렇지 않습니까? 사실 이런 식단을 지키면 크게 몸이 나진 않는데 식단이 점점 서구화되다 보니 고기도 많아지고 튀기고 기름진 음식도 즐겨 찾게 되면서 비만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남쪽은 그래도 비슷한 수준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비만율이 그렇게 높지 않아요.

문성휘 : 몸이 나는 게 좋지 않다는 게 어떻게 알리냐면 우리 탈북자들 속에서 흔히 그러거든요. 남한에 들어와서 3년이 되면 꼭 병을 만난다... 그게 왜 그러냐 했더니 북쪽에서 아무리 잘 먹는다는 사람들도 골고루 영양을 섭취 못 하는 거예요. 북쪽에서는 간부라고 해도 고기라면 딱 돼지고기, 해초 같은 것도 단순히 미역, 남새 역시 종류가 제한적이니 사실 영양적으로 균형 잡히진 않죠. 그러다가 남한에 오면 정말 잘 먹거든요. 한 1년은 괜찮아요. 그러다가 2년째 되는 때 갑자기 몸이 나요. 북한에서 올 때 입었던 옷들 다 안 맞으면서 이쯤 되면 옷을 다 바꿔야 해요. 그러다가 3년째 되면 몸이 아프기 시작하는데 딱히 어디가 아픈지는 모르는 원인 모를 병이 많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탈북자들이 이처럼 3년째 되면 병을 만나는데 그 원인이 갑자기 식생활이 바뀌면서 너무 지방도 많고 고영양식을 먹어서 그런 게 아닌가... 의료계에서 그 원인을 많이 조사하는 것 같은데 먹지 못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여러 가지 섭취하니까 몸이 나고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

살 까기니 몸 까기 얘기를 하면서 오히려 청취자분들께는 조금 죄송한 마음도 드는 게 사실인데요. 이런 남쪽 사회에서 살면서 탈북자들은 왜 북쪽은 밥 먹는 것도 해결 못하나 답답한 마음이 든다고 합니다.

마침 남한 보건 복지부가 14일, ‘국민건강영양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결과를 보면 남쪽에서는 여성은 점점 날씬해지는데 비해 남성은 뚱뚱해진 답니다.

특히, 30-40대 남성들의 비만율이 높습니다. 비만율이 40%가 넘는데요. 불규칙한 야근과 음주가 이어지고 운동할 시간은 없이 자가용으로 움직이며 책상 앞에 앉아있고... 그러면서 배는 점점 풍만해지는 거죠.

북쪽의 김정일 위원장과 비슷한 몸매의 중년 남성들이 남쪽에 아주 많다는 얘긴데요. 이런 복부 비만은 건강에 아주 좋지 않습니다.

이 얘기, 다음 시간에 이어갑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은 남쪽의 살까기 열풍에 대해 얘기해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다음주 이 시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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