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살까기와 다이어트②-간부형 몸매, 인민형 몸매

서울-이현주, 김태산, 문성휘 xallsl@rfa.org
201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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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김정은이 김 위원장을 마중하면서 한손으로 악수하는 모습.
사진은 김정은이 김 위원장을 마중하면서 한손으로 악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김태산 씨와 자강도 공무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살 까기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북쪽에서 미인의 기준은 어떻습니까? 미의 기준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고 하는데 지금 남쪽에서 미인으로 꼽히는 배우를 보면 북쪽 청취자들께서는 좀 의아해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INS - 지하철에서 몸은 한결같이 콩순대처럼 마르고... 처음엔 니근니근했는데 지금은 키 크고 마른 여성들 참 보기 좋아요. (웃음)

이런 풍조 속에 뚱뚱하다는 것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남쪽은 적당히 날씬해서 건강하고 탄탄해 보이는 사람이 부지런해보이고 배가 나온 북쪽의 간부 몸매는 건강에 문제 있고 자기 관리에 게으르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입니다.

오늘 <내가 사는 이야기> 살 까기 얘기 두 번째 시간입니다.

진행자 : 그거 한번 여쭤보고 싶었어요. 남쪽에서는 날씬한 여성들이 아주 곱다고 하는데 여기 와서 그렇게 키가 크고 늘씬한 여성들 보면서 어떠셨어요? 남쪽 사람들 예쁘다고 하는 여성들이 예뻐 보이시든 가요?

김태산 : 저 보기에는 통통하고 얼굴도 뽀얗고 살이 있는 여성이 더 보기 좋아요.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러나... 근데 이쪽 사람들은 너무 날씬해야한다고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싶고 어떤 때는 병적으로 보일 때도 있어요.

문성휘 : 북한에는 콩순대라는 말이 있거든요? 줄 단 콩이 올라가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세워준 장대를 콩순대라고 하는데요. 키는 큰데 몸이 마른 사람들을 북쪽에서 그렇게 얘기해요. 처음 남한에 왔을 때 제일 거부 반응이 일었던 것이 그런 콩순대 같은 여성들이었습니다. 여기 사람들 느끼하다 얘기하는 걸 북쪽에서는 니근니근 하다고 말하는데 콩순대 여성들이 니근니근한 거예요. 제 키가 보통 168센티인데 여기 보통 여성들이 나보다 커요.

진행자 : 아, 그건 높은 신발을 신어서 그런 것이고요. 평균키는 164-165센티 정도 될 겁니다.

문성휘 : 그것도 그렇지만 워낙 키도 커요. 북한 여성들보다 10센티 이상은 클 거예요. 계속 작은 여성들만 봤는데 갑자기 제 키를 넘어가는 여성들이 지하철에서 뚜벅뚜벅 내리는데 몸은 죄다 말랐어요. 콩순대들이 줄을 서서 나오는 것 모양으로... 근데 지금은 그렇게 키 크고 늘씬한 여성들이 보기가 좋아요.

진행자 : 눈에 그런 여성들이 자꾸 보이고 예쁘다, 예쁘다 하면 예뻐 보이는 거죠.

김태산 : 글쎄...나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콩장대기 마냥 빼쪽하면 좀 보기 안 좋던데요.

진행자 : 그래서 요즘에 텔레비전이나 잡지 등에 통통한 여성들을 쓰자는 움직임도 있어요. 통통한 여성도 예쁘게 보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자고요.

문성휘 :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요즘 얘들은 연예인 따르기 열풍이 있어서 여성들은 날씬한 연예인들 따라한다고 살을 빼고 남성들은 왕자 배를 만든다고 하고요. (웃음)

진행자 : 그런데 저도 이렇게 얘기하지만 솔직히 저도 마르고 싶습니다. (웃음)

김태산 : 아, 그러지 마세요. 기자 선생...

진행자 : 사실 남쪽에서 이런 식으로 마르고 탄탄한 사람을 일러준다면 북쪽에선 이렇게 배 나온 것도 간부 같아 보인다고 좋게 생각하시는 것 같던데요.

김태산 : 맞아요. 배 나온 사람 보면 저 사람은 간부네 딱 알리죠. 왜냐면 간부들은 먹는 것이 노동자, 농민보다 잘 먹는 것이 사실이고 힘들게 일하지 않고 승용차를 타니까 칼로리가 몸에 축적이 되는 거예요. 그런데 북쪽에서는 배 나온 게 참 좋은 건 줄 알았는데 남쪽에 와서 그 복부 비만이 인간에겐 치명적인 성인병을 불러 온다는 사실을 알았네요. 북쪽 사람들은 의학적으로 그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진행자 : 남쪽에서도 70년대까지는 그렇게 배가 불뚝 나온 몸매를 사장님 몸매라고 했습니다. (웃음) 북쪽식으로 간부몸매라고 하면 되는 군요.

김태산 : 그렇죠. (웃음) 단편적으로 김정일 국방 위원장, 그 사람 배가 팽팽 나와서 그것 때문에 성인병이 와서 혈압이 튄 것 아닙니까?

진행자 : 비만은 성인병 그러니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의 원인이 된다고 해요. 김 위원장이 아주 그대로 이런 병을 다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태산 : 근데 북한에서는 복부비만이 그런 병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잘 몰라요.

진행자 : 복부 비만 때문에 그런 병을 앓는 사람이 얼마나 돼서 그런 얘기가 대두되겠습니까?

김태산 : 간부들도 몰라요. 저도 북쪽에서 혈압이 높았는데 여기 와서야 왜 혈압이 높은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문성휘 : 요새 서구에서는 몸이 너무 많이 난 사람에게 ‘비만세’라는 걸 부과한다고 하지 않아요? 아직 정해진 건 아니고 비만세를 부과하는 그런 방안이 추진 중이래요.

진행자 : 북쪽에서 괜찮지 않을까요? 비만세...

문성휘 : 이자, 저도 그 소리거든요? 후계자 김정은도 그렇지 북쪽에서도 살찌는 게 나쁘다는 건 이제 다 알아요. 더욱이나 김 위원장과 김정은은 북한에서도 최고 병원에서 관리를 받을 텐데 그 사람들이 왜 운동을 하라고 권하지 않았겠어요? 북한이 김정은 선전할 때 전문 농수선수를 능가하는 그런 농구선수라고 선전하는데 지금 상태에서 김정은이 농구를 한다고 상상을 해보세요? 제대로나 뛰겠어요? 그런데 왜, 북한 당국이 김정은을 그렇게 몸이 나게 해서 내놓느냐... 그렇게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북한은 그렇게 살이 찐 사람이 숭배의 대상이거든요. 대체로 일반 주민들은 몸이 여위었으니까요. 근데 간혹 일반인들도 비만병으로 살이 찌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나타나면 옷을 아무리 허줄하게(허술하게) 입어도 말도 건네기 힘들어하고 감히 접근을 못해요. 간부인지 모르니까요... 김정은도 그런 대상으로 만들기 위해 몸을 나게 한 거죠.

김태산 : 한마디로 위엄있게 보이려고 한 거죠. 북쪽에서는 마른 사람을 깔보는 경향이 아주 농후합니다. 풍채가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사람들이 어디서 간부가 온 모양이다... 그러는데 큰 간부지만 몸이 왜소한 사람이 오면 막 하대하고 그래요. 아직 권력이 흐르는 사회, 권력으로 지배받는 사회이다 보니 이런 경향이 큽니다.

문성휘 : 근데 제가 보건 데는 김정은이 아무리 탁월하고 머리가 좋고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라고 해도 남한에서 대통령 선거 나가서 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그 몸만 봐도 굉장히 게으른 사람이다 할 겁니다.

진행자 : 김정은이 공식 후계자로 지정되면서 사진이 공개가 됐잖습니까? 그때 네티즌 반응 보셨어요? 대부분의 의견은 젊은 사람이 왜 이렇게 몸이 났느냐, 관리를 못 했다... 북쪽 인민들은 굶주린다는데 자기 혼자 너무 몸이 났다... 이런 반응이었습니다.

문성휘 : 그러니까 몸이 나고 까는 것, 남북한이 엄청나게 차이가 있는 거예요. 남쪽에서는 몸이 많이 난 사람을 게으르다고 생각하는데 북한에서는 굉장히 우대 받고 있고요.

진행자 : 이런 경향도 북쪽이 개방된 이후엔 많이 바뀔 겁니다. 그때는 분명 인민형 몸매가 더 우대받을 겁니다.

김태산 : 그나저나 북쪽도 빨리 개혁, 개방돼서 아이들이 먹는 것 때문에 영양실조 걸리고 이런 일은 좀 없어야 하지 않겠어요? 지금 지구상에서 굶는 국가가 얼마나 됩니까?

김태산 선생은 식사라도 함께 하면 자유 아시아 방송 기자들에게 절대 밥을 남기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음식 좀 남겼다가는 혼줄 나는데요. 북한 사람들 위해 방송하는 사람들이니 그 사람들 생각해서 음식 남기지 말라는 겁니다.

사실 밥그릇에 밥풀 남기지 말라는 어른들의 잔소리도 요즘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여성들은 밥그릇의 밥을 좀 남기는 게 예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질 풍요의 시대에 불고 있는 이런 몸 까기 열풍...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순 없죠. 그러나 이런 풍요의 시대에 굶주리는 땅이 있다는 것도 이상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 굶주림의 원인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다음 주 시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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