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돈 많이 버셨습니까?

서울-이현주, 김태산, 문성휘 xallsl@rfa.org
2012-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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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 일꾼 출신, 김태산 씨와 자강도 공무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살아가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남한 땅에 첫발을 디디며 탈북자들이 하는 결심은 거의 같습니다.

INS - ‘돈 많이 벌어서 부자되자...’

올해 정착 10년째 되는 김태산 씨, 5년째 되는 문성휘 씨... 어떻게 돈 좀 모으셨나 궁금한데요. 돈 벌기는 어렵지 않지만 부자 되기는 힘든 남쪽 사회! 최고의 방법을 김태산 씨가 알려드립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 돈 얘깁니다.

진행자 : 남한에 오셔서 돈 좀 많이 버셨습니까? (웃음)

주차장 청소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탈북자 장순정씨. RFA PHOTO/ 이예진
주차장 청소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탈북자 장순정씨. RFA PHOTO/ 이예진 Photo: RFA
김태산 : 아니, ‘많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이 문제인데요. 저는 친구들이 물어보면 숨기지 않아요. 요전에도 누가 나한테 얘기하다가 한 달에 수입이 몇 억이 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무슨 소리인가 되물었더니 학생이 200명 정도 되면 그 정도 수입이 되지 않느냐 하더라고요. 한 학생이 낸 수업료에서 교재비에 선생님, 운전기사 노임에다가 아래, 위층 학원 임대료 내고 나면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많이 남지 않습니다. 솔직히 아이들 둘 교육 시키고 생활비하면 한 달에 3천 달러 넘어 씁니다. 아... 정말 내가 얼마나 짜요. 그렇게 아껴도 이 정도는 써야합니다. 처음에 정착금 세 식구 받은 것이 4천만원 정도 됐는데 거기에다가 4년 동안 우리 4살짜리 막둥이 유치원에 밤중까지 맡겨 놓고 둘이 일해서 4천만 원 넘게 모았어요. 그걸 보태서 사업을 시작했죠.

진행자 : 4년에 4천만 원, 근 4만 달러 모았다는 얘긴데 사실 말이 4천만 원이지 쉽지 않은 일이죠.

김태산 : 말도 마세요. 좁은 집에서 아껴가면서 휴대 전화 요금도 많이 나오면 식구들 휴대 전화 압수하고 수돗물 아껴가면서 겨울에도 뜨거운 물을 못 쓰게 하면서 모았어요. 정말 우리 와이프가 눈물을 흘릴 정도로 그랬어요. 그래도 북에 있는 얘들 데려오고 우리가 일어서려면 그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절약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정말 피나게 했죠. 학원을 설립하고는 정말 한 2년 동안 잘 벌었고 이후에 세계 경제가 삐걱거리면서 우리도 영향을 받아서 확 떨어졌죠. (웃음) 솔직히 우리도 열심히 했다고 할 수 있지만 복도 받았죠...

진행자 : 김 선생은 그래도 남한에서 성공하셨다고 할 수 있겠죠?

김태산 : 아니, 발판을 닦았다고 말할 수 있겠죠.

문성휘 : 김 선생님 말씀을 듣고 보니 말할 맥이 다 빠지네...

진행자 : 사업하시는 분이랑 우리 같이 매달 노임 타는 사람이랑 같지 않죠. 그래도 맞벌이 하셔서 괜찮으시잖아요?

문성휘 : 그러니까요. 제 친구가 24시간 편의점을 하는데요. 달마다 계절마다 매출이 다르대요. 그래서 그 친구는 매달 월급을 받는 저를 굉장히 부러워하는데 저는 왜 이렇게 남지 않는 걸까요?

김태산 : 남지 않으면 고저 쓰는 것이지... 경제를 배웠고 아니고를 떠나서 제 원칙은 ‘돈은 버는 게 아니라 모으는 거다’! 돈을 버는 것과 모으는 것과는 차이가 많아요. 한 푼을 절약하면 두 푼을 모으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거든요.

문성휘 : 부럽다는 것이 그게 부럽다는 겁니다. 김태산 선생은 낡은 전화기를 사용하는데 저는 왜 꼭 스마트 폰을 써야할까요? 그 비싼 ‘갤럭시 탭’ 같은 것도 내가 사서 쓰는 것도 모자라 딸아이한테도 사주거든요. (웃음) 제가 어떻게 돈을 모아요?

김태산 : 아이고... 문 선생은 아직 젊잖아요? 나는 이제 육십이니까 내가 쓰는 게 아니라 후대들을 위해서 벌어서 남겨야죠. 문 선생이야 나보다 훨씬 젊으니까 이제 부자가 될 기회가 많잖아요.

문성휘 : 근데 이건 앞으로도 못 고칠 것 같아요. (웃음) 가슴은 조금 아프지만 우리 집 사람 흉도 좀 볼게요. 애기 머리통만한 사과를 깎으면 감자만하게 나오고 감자를 깎으면 계란이 나옵니다. (웃음) 저희 집 사람이 휴식을 하다가 내일부터 다시 출근을 한다는데 한 시간에 5달러 정도 받는데요. 하루 8시간 근무니까 하루 일하면 4만원, 근 40달러 버는 겁니다. 남한 장마당에서 파는 닭 한 마리가 3천원에서 7천원이면 사잖습니까? 저희 집사람 버는 돈이 남쪽에서 최저 임금에 속하는데 그래서 하루 일하면 닭은 10마리를 사잖아요. 아...이런 생각을 하면 참 이상할 때가 있어요. 저희 부모님들도 북한에서 장마당에 앉았었는데 일 년 내내 앉아서 장사를 해도 가을이 되면 닭이라도 한 마리 먹었으면... 토끼라도 한 마리 먹었으면...

김태산 : 그때 되면 그런 생각나지요.

문성휘 : 근데 그게 그렇게 안 되잖아요? 참 가슴이 아픈데요. 여긴 그래도 일을 하면 먹고 사는 건 그다지 걱정이 없는 것 같아요. 근데 우리가 보기엔 남한 사람들도 문제가 있어요. 중소기업 같은 데는 대기업처럼 돈을 많이 안 줘서 그러는지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하잖아요. 또 탈북자들도 국가적인 혜택이 있어서 돈이 나오니까 힘들고 어려운 곳에서는 일하려고 안 해요.

김태산 : 그렇죠. 일자리가 없다고 정부를 비난하고 그러는데 실제로 일자리가 없는 건 아니에요. 북쪽에서는 일해도 노임을 제대로 주는 직장이 없는데 여기서는 사람들이 일이 더 쉽고 월급은 더 많은 일자리를 찾는 것이죠. 또 거의 대학을 졸업한 고급 인력들이니까 일공 노동 같은 일은 피하죠. 남한도 무직자가 있고 또 사람을 요구하는 직장들도 있으니까 북한처럼 ‘넌 오늘부터 여기 출근하라, 안 하면 잡아간다’고 하면 어떨까요? 북한은 인민군 제대하고 나면 국가에서 넌 임산공으로 가라, 너는 농장원으로 가라... 자기 의도와는 관계없이 직장을 배치해주거든요.

진행자 : 그런데 그렇게 배치하면 효율성이 있나요?

김태산 : 없죠. 그것 때문에 국가가 흔들흔들한 건데요.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이고 사람들이 생각을 바꿔야죠. (웃음) 근데 문 선생, 우리 남자답게 한번 말해봅시다. 돈을 어디다 쓰나요?

문성휘 : 보자... 저번 일요일 날 나가서 부인이 바지를 하나 샀고 관절 지압 기계를 하나 샀네요. 요즘 관절이 자꾸 쏘고 그러는데 운동할 시간은 없어서 하나 샀습니다.

김태산 : 그게 나하고 차이네요. 난 고저 다리 아프면 부황 붙이고 피 뽑고 그러면 거뜬해요.

진행자 : 보면 두 분이 어쩜 이렇게 반대이신가요? 문 선생은 좀 쓰시는 편이고 김 선생은 너무 아끼시는 편이고요. 극과 극이십니다.

문성휘 : 저도 옷이나 뭐 그런 것에 신경을 쓰거나 돈을 쓰거나 하지 않습니다. 신형 전자 제품이 나오면 그것에 그렇게 호기심이 갑니다.

진행자 : 근데 문 선생 얘기는 아니지만 대개 북쪽에서 오신 분들을 보면 보상심리가 있으신 것 같아요.

문성휘 : 맞아요.

김태산 : 제가 탈북자들을 위해 강의를 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카메라는 휴대 전화로 다 되니 안사도 되고 자동차도 사고 싶으면 승용차 말고 돈 벌이할 수 있는 화물차를 사라고 얘기하는데 듣는 사람이 있나 모르겠습니다.

문성휘 : 제가 한국 사회에 정착한 것이 만 5년이 되는데요. 그 동안 큰 돈 주고 샀던 것들 중에 아까운 것들이 참 많죠. 그런데 그때는 그걸 말렸어도 그 말을 안 들었을 것 같은데요.

김태산 : 탈북자들 집에 가보면 또 놀랄 일들이 있죠. 남한에 온지 몇 달 안 됐는데 큰 평면 텔레비전에 극장식 음향 장치도 해놓고...

문성휘 씨는 이런 과시와 허영이 탈북자 사회의 문제 중 하나라고 지적하는데요. 실제로 탈북자들이 정착 초기에 많이 겪는 시행착오 중 한 가지입니다. 그러나 시행착오를 겪어야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갈 수 있잖습니까?

남한 사회가 자본주의라고 해도 사람 사는 사회입니다. 크게 다를 것은 없습니다. 김태산 씨 말처럼 열심히 벌어서 더 열심히 절약하는 길이 바로 부자 되는 길이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다음 시간에 나머지 얘기 이어갑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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