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욕하며 닮아가기 (2) 북쪽 식 인민의 편의

서울-이현주, 김태산, 문성휘 xallsl@rfa.org
2012-04-24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사진은 ‘엄홍길 휴먼재단과 함께하는 청소년 등산교실’ 행사 모습.
사진은 ‘엄홍길 휴먼재단과 함께하는 청소년 등산교실’ 행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 일꾼 출신 김태산 씨와 자강도 공무원 출신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밥걱정 안하고 자유롭고 감시와 통제가 없고 일하면 그만큼 대가가 차려지는 것, 남한 사회의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때는 이런 장점이 단점이 되기도 한 답니다.

“아 진짜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북한은 그거 하나 진짜 편해요.”

북쪽에선 진짜 편한데 남쪽에선 영 불편한 것, 뭐가 있을까요?

욕하며 닮아가는 얘기, 오늘 두 번째 시간입니다.

문성휘 : 대한민국은 진짜 주말이면 산이 바글바글하죠. 처음에는 살 뽑기 위해서 산에 오른다고 하는데 진짜 싫더라고요.

진행자 : 물론 살 뽑느라 등산하는 분들도 있지만 건강상의 이유가 더 많죠?

문성휘 : 그런 분들도 있겠는데 처음에 설명을 그렇게 들었어요. 기껏 먹고 이게 뭐냐 싶었죠. 그런데 제가 자꾸 몸이 나고 하니까 그 사람들처럼 저도 산에 오를 생각이 들더라고요. (웃음) 근데 이게 진짜 욕할 것이 아니라 부지런하지 않으면 못 오르겠더라고요. 새벽부터 나서야 하고요.

진행자 : 북쪽에서 오신 분들이 공통적으로 이해 못하겠다, 하는 게 바로 등산인 것 같습니다.

문성휘 : 그렇죠. 산은 진짜 좋은 것이 하나 있어요. 땀을 뻘뻘 흘리며 산 정산에 올라서 보온병에 담아온 뜨거운 물로 3분 라면 먹는 맛! 진짜 죽여줍니다.

김태산 : 나는 아직도 북에서나 남에서나 산꼭대기까지 올라가 본 적이 없어요.

문성휘 : 아이고 한번 가 보세요. 탈북자 단체들에도 다 산악회가 있어서 주말마다 만나 등산을 하는데 그러고 보면 우리가 북한에 있을 때 늘 산을 접해왔고 산을 너무 올라서 그런 것 같아요. 뙈기밭 일궈야하고 나무도 하러가야 하고 시골 사는 사람들은 진짜 산에 많이 가거든요. 얼마 전에 탈북자 동지회 산악회에 따라갔다가 제가 막 항의했어요. 우리 탈북자들이 왜 자꾸 산에 오느냐, 차라리 바다에 가자... 그리고 저는 등산을 해도 혼자 가거나 친구들 몇 명과 조용히 산에 오르고 싶은데 대한민국은 어딜 가나 사람이 너무 많아요.

진행자 : 국토는 좁고 그에 비해 인구는 많으니 어쩔 수 없죠. (웃음) 특히 서울에 살면 사람 많은 것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문성휘 : 아니, 정작 북한도 다들 등산을 즐기면 산이 아무리 많아도 사람이 바글 바글 할 겁니다. 하도 먹을 것이 없고 산에 간다는 것이 지옥 같으니까 그렇지... 한국은 재미로 오르니까 산에 오르는 사람이 그렇게나 많은 거죠.

김태산 : 아이고 문 선생이 몰라서 그렇지 산 뿐 아니라 호수가, 바닷가에도 사람이 없는 곳이 없어요. 제철되면 발 디딜 곳이 없어요. 가족끼리 와서 천막 치고 낚시해서 끓여먹고... 남쪽이 북쪽에 비해 인구가 한 2.5배 더 많은데 땅덩어리는 북한보다 더 작습니다. 그러니 산이나 바다나 어디나 사람이 없는 곳이 없는 겁니다.

문성휘 : 근데 이건 진짜 나쁜 겁니다. 제가 신포에 나가서 바닷가에 갔는데 정말 좋았어요. 북한은 그렇지 않습니까? 여기가 어로 작업반이라고 하면 그곳만 드나들 수 있고 나머지는 다 철조망 치고 간첩들이 들어온다고 어디 낚시질 할 곳도 놀 곳도 없지 않아요? 그러다가 해안 경비대한테 우리가 여기서 놀아야겠는데 봐달라며 뭘 좀 고여요. 우리는 아마 중국 담배 한줄 줬던 것 같은데 자기네가 저녁 8시까지 근무이니 당신들 놀대로 놀래요. 주변에 다른 사람 하나도 없이 우리 5명만 놀대로 놀았죠. 아무데서나 낚시질도 하고... 남쪽에서는 뇌물 주고 우리 일행만 가서 즐길 곳이 없거든요. (웃음) 남들이 못하는 걸 우리만 한다는 것, 그것도 굉장한 재미에요. 근데 여기는 어딜 가나 맘대로 놀 수 있으니까 사람이 조금 특권을 누릴 수 없잖습니까?

진행자 : 무슨 말씀 하시려는지 알겠습니다. (웃음) 너무 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개방됐다 이 말씀이잖아요.

김태산 : 이자, 문 선생 말씀대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싫다는 것은 좋은 투정질이고 자유로우니까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거죠. 여기도 해안가를 봉쇄하고 그러면 특권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게 들어가서 놀 수 있잖아요. 인터넷을 보니까 40년 만에 한강의 철조망도 걷어 내더라고요. 거기도 낚시터가 생기면 관광지로 사람들이 또 많이 와서 즐기겠죠.

문성휘 : 나 진짜 이자 그 소리가 나오니까 또 생각나는데요.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북한은 길거리에 가다가 담배꽁초도 막 버리고 담뱃갑도 버리고 하는데요. 술 마신 사람들은 노상방뇨도 잘 하죠.

진행자 : 남쪽에선 지금 말씀하신 것 모두 벌금형입니다.

문성휘 : 제가 그래서 벌금을 물었거든요. 30달러 벌금 냈습니다. (웃음) 근데 이제 광화문에서 담배 피면 15만원, 150달러 벌금 낸다지 않습니까?

김태산 : 그건 잘 된 거예요. 물론 북쪽에도 법적으로 규정은 안 됐더라도 도덕적으로는 다 규정이 돼 있어요. 하면 안 된다는 걸 알죠. 사회가 안정돼 있을 때는 괜찮았는데 경제가 망가지면서 이런 도덕들도 다 안 지켜지는 거죠.

문성휘 : 그러니까 북한은 그거 하나 진짜 편해요. 인민의 편리를 보장한다는 것이 바로 그 얘기 같아요. (웃음) 남한에선 길거리에서 담배를 태우고 꽁초가 나오면 쓰레기통이 나올 때까지 그걸 손에 들고 다녀야 해요. 아무데나 버리면 벌금을 내야 하니까... 근데 쓰레기통이 왜 그렇게 드문드문 있는지 한참을 찾아야 해요. 근데 북한은 당에서 이걸 다 돌봐줘서 아무데나 버릴 수 있지 않아요? 이거 굉장히 인민들 편의를 봐준 거죠. (웃음)

진행자 : 그런 편의 말고 다른 편의를 좀 봐줘야하겠는데요.

문성휘 : 얼굴 뜨거운 얘기지만 담배꽁초 때문에 사건이 많았는데 실은 한두 번은 용서 받았습니다. 북한에서 온지 얼마 안 돼서 잘 몰라서 그랬다면 그냥 봐주던지 아니면 7만원 내라고 하다가 3만원짜리 제일 싼 것으로 끊어주던지 그렇게 합니다. (웃음) 근데 이젠 말투가 한국 사람들 다 따라가서 안 됩니다. (웃음)

진행자 : 이제 담배 끊으셔야 하겠네요. 일본도 그렇지만 남쪽에 길거리에 사람이 많잖아요. 앞뒤 사람과 간격이 넓지 않은데 손가락에 불을 붙인 담배를 들고 가다가 앞 사람 옷 태워서 돈을 물어줘야 하는 일도 있고 또 일본에서는 몇 년 전엔 어린 아이가 담뱃불에 눈이 다쳐 실명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단속을 하는 거고요... 어쨌든 얘기를 하다보니까 정말 끝이 없네요. 하루 종일 얘기해도 안 끝나겠습니다. 남북한 사회가 차이가 많이 나서 그만큼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는 얘기겠죠.

김태산 : 사람의 차이가 아니라 경제 수준 차이로부터 문화적, 사회적 차이죠. 사실 어떻게 얘기를 하다보면 저쪽이 미개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우리로써는 가슴이 아픕니다. 나도 우리 형제, 친구들을 미개한 땅에서 사는 사람이라고 절대 말하고 싶지 않지만 모든 게 그러니까 참 안타까워요.

문성휘 : 북한 사람들, 자기들이 어디쯤 있는지 얼마나 뒤떨어졌는지 체험을 못해보면 몰라요. 저도 북한에 있을 때는 꽤나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졌거든요? 외국이 북쪽보다 더 발전했다는 상상도 해봤습니다. 그런데 그게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몰랐죠. 지금 우리가 휴대전화 하나로 영화도 보도 텔레비전도 보고 인터넷도 하고 다 하는데 그게 아무리 휴대전화가 발전했다고 해도 북쪽에서 상상이 가겠습니까?

김태산 : 이런 상태면 앞으로 100년이 가도 북쪽 사회는 똑같을 겁니다...

저는 두 분과 얘기를 하면서 남쪽 사회를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남쪽 사회를 통해 북쪽 사회의 문제점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청취자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 얘기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