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당당하게 어깨 펼 수 있도록

서울-이현주, 김태산, 문성휘 xallsl@rfa.org
2012-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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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 일꾼 출신 탈북자 김태산 씨와 자강도 공무원 출신 탈북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 남한에 연일 험한 말을 쏟아내는 북한 방송에 대해 얘기해봤습니다. 북한에서는 그럴 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남한에 오니 답답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김태산 씨, 문성휘 씨는 이렇게 말했는데요. 남한에 대고 쏟아내는 험한 말들만 답답한 게 아닙니다. 북한 정권의 합리화를 위해 쏟아내는 각종 자화자찬 방송도 얼굴 뜨겁기는 마찬가지라고요.

<내가 사는 이야기> 남한에서 보는 북한 방송, 두 번째 시간입니다.

진행자 : 이렇다보니 남한에서 북한 위상이 좋지 않습니다.

문성휘 : 노동신문을 보면 남한의 어떤 대학 교수가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이렇게 칭송했다, 학생들 앞에서 열렬히 뭐라고 했다, 학생들이 장군님 노작을 밤을 밝혀가며 공부를 한다... 이런 기사들이 나오잖습니까? 그래서 저는 남한에도 굉장히 그런 사람들이 많은 줄 알았어요. 지금 와서 보니까 아니, 도대체 어디서 그런 걸 만들어내니? (웃음) 부산의 아무개 대학 교수는... 이러면서요. 기가 막힙니다 이게.

진행자 : 이런 보도만 보기 때문에 북쪽 주민들이 잘 못 생각하는 것이겠죠?

김태산 : 그런 걸 만드는 재간은 제가 압니다. 무역일꾼들은 해외 출장을 갔다 돌아오면 출장 총화 보고서라는 걸 내야합니다. 출장 보고, 사업 보고 다 하고 마지막에는 대외 인사들의 반응을 꼭 써서 내야해요. 북한에서는 무역일꾼들이나 외교일꾼들이 사업을 진행할 때도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위대성 선전, 사회주의 제도가 우월하다는 위대성 선전을 꼭 하도록 북한 노동당 대외사업 규정에 지정돼 있습니다. 그래서 이걸 안 써내면 내가 나가서 대외사업을 안 한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다시는 출장을 못 나갑니다. 그러니 써서 내긴 해야겠는데 어디 누가 김일성, 김정일에 대해서 칭송을 합니까? 그러니까 만들어서 지어서 써내는 거죠. 내가 만난 독일의 모모 사업소 사장은 당신네 조선은 위대합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를 모셨기에 위대한 후계자 김정일 동지를 모셨기에.... 또 그 아래 부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그렇게 지어서 바치면 외교부에서 이걸 모아 선전 자료를 만듭니다. 4.15, 2.16 위대성 강연 자료들은 다 그렇게 만들어진다고 봐야합니다. 나도 아까 문 선생 말마따나 신문 보면서 왜 이렇게 북조선을 칭송하나 그랬는데 나와 보니 다 거짓말이고 보나마나 대남사업부 사람들이 만들어 낸 얘기일 겁니다.

문성휘 : 우리도 북한에서 그거 보면서 많이 얘기했지만 참 얼굴 뜨겁습니다...

진행자 : 북쪽에서도 보시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말씀이세요?

문성휘 : 에이... 북한 사람들도 이젠 알만큼 다 알아요. 위대한 김정일 위원장을 칭송하는 세계 인민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높다고 하면서 말하는 게 중국, 미국, 로씨아(러시아) 같은 큰 나라의 유명하게 이름 난 사람이 아니라 기니비사우, 가봉 같은 국가의 평화당 무슨 의원장? 이번에도 북한이 로씨아 무슨 신문이 북한의 로켓 발사를 칭송했다, 찬양했다고 보도했는데 남한 언론이 파헤쳐보니 로씨아에는 그런 언론이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거 참 우스운 거죠.

김태산 : 저도 그런 자료를 500 페이지 책 한 권은 썼어요. (웃음) 조작된 이론 공화국인데요. 저도 여기에 50년 동안 동참을 했지만 나와서 보면 저렇게 유지되는 공화국이 앞으로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제가 보기엔 3년도 안 되서 국제적인 고아 신세로 전락해서 다른 길로 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행자 : 북한 당국이 이렇게 우상화에 쏟는 노력들을 다른 부분에 쏟았으면 어땠을까요?

문성휘 : 우리 탈북자들이 지금 계속 하는 얘기가 있어요. 다른 건 다 못해도 농업 개혁만이도 해라... 그럼 식량 문제는 몇 년 내로 풀릴 수 있다. 북한이 식량난으로 굶어 죽고 한지가 벌써 몇 년 째입니까? 15년 됩니다!

진행자 : 맞습니다. 2천년에 들어서도 벌써 12년인데 북한은 아직도 1970년대 제자리걸음입니다. 요즘 남쪽에선 이런 얘기도 많이 해요. 이젠 분단의 슬픔을 넘어 분단의 짜증이다...

김태산 : 개그맨들도 나와서 하는 것처럼 짜증나, 시끄러워... 이런 거죠. 이제 다른 것 없습니다. 눈을 떠야 해요. 북쪽의 인민들도 자기 정부가 왜 자꾸 저런데 매달리는가 알고 맹목적인 충성이 아니라 조금 요구할 건 요구하고요. 자본주의 남조선이 나쁘다고 비판만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수뇌부가 인민들의 생활을 돌보지 않는데 대해서 비판을 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을 찾아야하겠는데요...

문성휘 : 정권을 때려 엎어라...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에요. 잘 생각해보면요.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도 장마당을 막기 위해 얼마나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했습니까? 그런데 끝내 장마당을 막지 못했습니다. 또 뙈기밭 없앤다고 얼마나 그랬습니까? 나무를 심고 불도 지르고 해도 못 막았습니다. 이런 걸 한번 생각해 봐야하는 거죠.

진행자 :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두 시간에 걸쳐 북쪽이 남한에 대해 연일 쏟아내는 험한 말들에 대한 남한과 두 분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조금 다른 얘기일 수 있지만 남쪽에서 60,70대 이민 간 해외 이민자들이 한국 출신이라며 어깨를 필 수 있었던 건 86,88년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 개최 이후 경제가 성장하고 국가의 이름이 알려지면서입니다. 북한이 잘 살아야 남쪽이나 세계 각지에 사는 탈북자들도 좀 어깨가 펴지지 않겠어요?

문성휘 : 그러게 말입니다. 중국에 나가있는 간부들조차 굉장히 몸이 쪼그라든답니다. 중국 주민들 앞에서 무슨 말하기도 그렇고 굉장히 깔보거든요. 그러니까 북한도 뭔가 자기 경제가 살아나고 자기 인민이 잘 살아야 밖에 나가서 당당해지고 어깨가 쭉 펴지겠는데 내부가 저렇게 꽉 막혔으니까... 앞으로 인민들의 자존심은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요? 남북한 정세를 이렇게 긴장 시켜봐야 남한만 손해 보는 게 아닙니다. 이젠 남한도 하도 많이 볶여서 북한이 아무리 저렇게 떠든다고 해도 주가도 안 떨어져요. 손해 보는 건 북한이에요. 남에게 손해 줄 생각하지 말고 당신들 손해 보는 행동을 하지 말아라...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김태산 : 그래요. 유럽에 나가면 어디서 왔나 많이 물어봐요. 물어보면 북쪽 사람들이 제일 부끄러워하죠. 솔직히 북쪽에서 왔다면 사람 취급 안 해요. 못 사는 나라, 깡패나라... 우선, 서유럽 나라에 나가게 되면 당시엔 테러 국가에 지정돼 있었기 때문에 들어가고 나갈 때 다른 사람들보다 30분씩 더 걸렸어요. 여권을 이리보고 저리보고 조명에 비춰보고... 같은 사회주의 국가였던 동유럽 국가에 나가도 아직도 공산체제 아래서 쪼들려 못 사는 나라, 한심한 나라 취급받습니다. 특히나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가슴에 달았기 때문에 다 알아보는데 떼고파도 못 떼는 거죠. 떼었다가 잘 못 걸리면 그냥 저 세상 가는 거니까요. 혼자서 장마당 같은데 나갈 때면 살짝 떼기도 하는데 그럴 때,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면 좀 고민이 돼요. 부끄러운 얘기이지만 나는 사우스 코리아에서 왔다고 대답한 적도 있었어요. 외국에선 일본에서 왔다면 진짜 대접해주고 남한도 인정해주는데 북한에서 왔다면... 아, 북한 외교일꾼들이나 무역일꾼들 참 참담하죠. 안에서는 200달러 정도 밖에 안 되는 노임을 받으면서 일하고 대외적으로도 쪼들리고요. 당시엔 그 돈도 큰 줄 알았는데 여기 와서 보니까 하룻밤 술상에 다 때려먹을 수 있는 돈입니다. 내가 체코에 있을 때 한 달에 170달러 받았는데 내 돈으로 대방 사장에게 커피 한잔 사기 어려웠어요. 나라 안에서도 그렇잖아요? 돈 있는 집 자식들은 어깨 펴게 되고 가난한 집 자식들은 어디 좀 위축되는 느낌이고요. 부자가 아니라도 열심히 살고 있다면 또 당당하겠는데 이건 그런 것도 아니고요...

남한 사람들은 남북간 수시로 발생하는 갈등과 군사적 분쟁에 이제 지친 모습입니다. 분단의 슬픔이 아니라 짜증이라는 말도 이런 감정에서 나온 얘기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마음은 여전히 남은 모양입니다.

서울의 초, 중, 고등학교 10명 가운데 7명은 북한은 실패국가, 불량국가라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더불어 살아야 대상이라고 답했습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 인사드릴게요.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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