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반려 동물 (2) 개도 살기 좋은 세상

서울-이현주, 김태산, 문성휘 xallsl@rfa.org
2012-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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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이파크백화점 문화관 쿨펫파크에서 고객들이 이색 디자인의 애견가방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 아이파크백화점 문화관 쿨펫파크에서 고객들이 이색 디자인의 애견가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출신 탈북자 김태산 씨와 자강도 공무원 출신 탈북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집에 애완견이나 애완동물이 들어오게 되는 원인은 대부분은 아이들입니다.

작고 조물조물 움직이는 동물을 키우고 싶어 하는 건 남북 아이들이 다르지 않는데요.

뭘 기르자고 졸라대는 얘들 때문에 곤란했던 경험은 다 있으실 겁니다.

이런 아이들을 대상으로 남쪽에는 학교 앞에서 장사꾼들이

병아리나 강아지를 많이 팝니다. 북쪽은 약쥐라고 부르는 흰쥐를 많이 키운다고요?

어쨌거나 이렇게 작은 생명이라도 내 손으로 키우다 죽으면 마음이 서늘합니다.

남쪽에서는 화장을 해주기도 하는데 북쪽에서 들으면 기절할 얘기입니다.

오늘 <내가 사는 이야기>에서 남쪽 사람들의 애완동물 기르기 두 번째 얘깁니다.

문성휘 : 전에 텔레비전에서도 많이 나왔는데요. 저기 온수역 있죠? 온수역 주변의 버스 사업소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버스도 운영하고 화물차도 운영하는 곳인가 봐요. 대형 화물차 밑에 공간에 새가 집을 짓고 알을 낳은 거예요. 그래서 직원들도 당황을 했는데 그 차가 한 달 동안 운행하면 한 4백-5백만 원을 번다고 해요. 그런데 새가 알을 낳았으니까 직원들이 새를 쫓아 버릴 수도 없지 않느냐, 알을 버릴 수도 없지 않느냐고 모여서 토의했는데 결과적으로 알이 부화돼서 새끼를 나와 어미와 날라 갈 때까지 꼭 40일 동안 그 차 운행을 포기했어요. 그리고 차 주변으로 줄을 쳐서 누가 넘어 오지 못하게 해주고요. 그게 난 참 감동적이더라고요. 북한 같았어 봐요... (웃음)

김태산 : 그리고 기자 선생이 말한 것처럼 국민 소득 2천 달러 이상이면 애완용 동물을 기르기 시작한다는 말을 국민들의 의식 수준도 함께 따라 올라간다는 거죠. 돈이 많아서 개를 기른다기보다도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든데 짐승새끼를 키워서 뭐해...’라는 생각에서 한 마리 키워볼까 싶은 거죠. 동물을 키우면 그 뒷시중이 시끄러워서 그렇지 돈이 아깝거나 그렇진 않은 겁니다. 그러니까 발전된 나라일수록 동물에 대한 애착과 그런 의식이 함께 자라지 않겠습니까.

진행자 : 동물도 생각해볼만한 감정적인 여유가 생기는 거죠.

문성휘 : 북한도 얘들은 애완동물에 대한 욕구가 무척 강해요. 그런 걸 기르고 싶어 하죠. 요새 북한에서는 작은 흰쥐... 이걸 많이 키운답니다. 먹기도 적게 먹고 귀엽고 병에도 잘 안 걸리고 아주 작으니까 많이들 키우는 모양입니다.

김태산 : 실험용 쥐 있잖아요? 그건 우리 때부터도 길렀어요. 좀 야만적인 얘기이긴 하지만 낳은 쥐새끼를 기름에 튀겨서 기침하는 아이에게 먹이면 좋다고 그래서 기른 집들이 많았어요.

문성휘 : 맞아요. 처음에 그걸 기르기 시작한 이유가 그겁니다. 그래서 약쥐라고 불렀고요. 얘들이 기침도 잘 안 하고 천식에도 좋고 영양상태도 좋아진다고 해서 많이 길렀어요. 아주 지금 얘기하니깐 좀 그러네요.

진행자 : 약이 제대로 있으면 그런 생각을 안 할 텐데 약이 없으니 그런 민간요법도 나왔군요.

김태산 : 그렇죠... 사회가 발전하고 그럴수록 동물을 기르는 목적도 달라지는 겁니다. 한때는 돈을 벌기 위해 또는 키워서 잡아서 육류를 먹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반려 동물, 그러니까 사람의 동무로써 키우게 되는 거죠. 아직도 북쪽은 비슷하죠. 도시나 돈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나 강아지를 기르고요...

진행자 : 북쪽에서도 한때 자신의 경제적 상태나 지위를 자랑하기 위해 애완동물을 기르기도 했다고 하던데요.

문성휘 : 애완견을 기르는 게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걸 데리고 다니는 게 큰 자랑이었죠.

김태산 : 꼭대기에서 승인이 떨어지니 재일 동포들이 먼저 시작했고 그리고 해외에 다니는 집이라던가 돈 있는 집에서 길렀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힘든 평민들은 그저 쳐다나 보고 좀 비난을 하는 식었죠.

문성휘 : 북한에서는 어떤 사람이 개를 길거리에 끌고 나와 다닌다 하면 그걸 보면서 미워한다기보다는 위압감을 갖습니다. 좁은 골목길에서 그런 사람들을 마주치면 먼저 그 사람들이 통과해야 하는 거죠. 돈 없는 사람들은 벽에 가서 착 붙는 거죠. 움직이지 못하고...(웃음) 한국은 반대죠? 제가 강아지를 키워보니까 한국에도 강아지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걷다가 사람이 마주치면 그 사람 표정부터 살피게 돼요. 근데 북한은 반대거든요? 북한에서도 애완견을 기르는 사람들 몇 사람 봤는데 저도 그 하얀 애완견을 한번 좀 안아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 마주치면 안아 주기는커녕 벽에 가서 빨리 붙어야 해요. (웃음)

김태산 : 아, 옛날 속담이 있잖아요? 주인을 보고 개를 찬다고... (웃음)

문성휘 : 그리고 북한에는 중국 쥐약이 많이 들어왔는데 그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고양이가 먹으면 죽어요. 이제는 고양이가 거의 멸족을 했어요. 그런데 한국에 오니까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들이 야생화된 것인지 길거리에 고양이가 너무 많아요.

김태산 : 근데 기자 선생, 남쪽 사람들은 비둘기는 안 기르나요?

진행자 : 남쪽에서 비둘기는 좀 반가워하지 않죠. (웃음) 비둘기가 도시에 곳곳에서 먹을 것이 많으니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어요. 이젠 평화의 상징이 아니라 시끄러운 존재가 됐죠.

김태산 : 북에서는 많이 길러요. 저는 군수공장에 있었을 때 합숙소 창밖으로 많이 기르고 했는데 그것도 참 소소한 재미가 있어요.

진행자 : 비둘기는 아니지만 새는 좀 키우죠. 남쪽에서는 학교 앞에서 때 되면 병아리를 갖고 와서 파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래서 병아리를 여러 집에서 키워봤을 겁니다.

김태산 : 우리 딸들도 어느 날 들고 왔어요. 욕은 막 했는데 차마 버리진 못해서 키웠는데 어느 날 내가 집을 좀 비웠다가 왔더니 베란다가 너무 더웠는지 죽었어요. 아... 근데 그거 죽은 걸 보니까 내 주먹보다도 작은데도 마음은 쓸쓸합디다.

진행자 : 그렇죠. 남쪽에서는 키우던 동물이 죽으면 어디 묻어 줄때도 마땅치 않고 그러니까 동물병원에다 부탁해서 화장을 하기도 합니다.

김태산 : 네? 화장을 해요?

문성휘 : 화장하는데 가면 관도 팔고요. 관에 넣어서 주인들 보는데서 수건으로 덮어서 넣고 화장해서 유골을 줘요.

김태산 : 아, 참... 별 것을 다 하네요. 사실 북한에서는 평양 시내에 화장장이 하나 있는데 돈이 없으면 화장 못합니다. 디젤 40키로 사다줘야 화장을 하는데 그것 없어서 화장 못하거든요. 여기서는 근데 개도 화장을 해주는 겁니까? 아, 정말 신경이 확 나네요. 여기서 그런다는 게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화장하고 싶어도 디젤류 40 리터가 없어서 화장 못하는 그 사정이 화가 납니다. 북쪽은 사람이 개만도 못하게 취급을 받으니 그게 참 안타깝습니다. 남쪽 사람들은 거기서 못 살아봤으니 이걸 보고도 아무 생각이 없을 수 있지만 나는 거기서 살아봤으니 이런 생각이 나는 겁니다. 왜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그런 세상에서 살다 갔을까... 세상을 그렇게 만든 정치가들에 대해 증오심도 생기고요.

문성휘 : 자본주의 세계에서 개를 길러 개 같은 세상이다 그랬는데 여기 와서 보니까 북한 정부가 하는 말을 다 거꾸로 들으면 돼요. 강아지도 북한 사람들도 다 기를 수 있는 거예요. 생활만 좀 유족해 지면 돼요. 통일이 되면 이런 시절이 오려나요?

김태산 : 개혁 개방만 해도 그런 시절은 옵니다. 근데 저걸 그렇게 못하고 질질 끌고 가니 답답한 거죠. 참 오늘 애완동물 얘기하고 나니 양쪽의 차이에 정말 마음이 씁쓸합니다.

무거운 얘기 가운데 숨 좀 고르자고 고른 주제가 바로 애완동물 얘기였는데요. 김태산 씨의 한숨에 저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개가 사람같이 취급 받는 건 사치와 자본주의의 병폐 때문이 아니라 개도 사람처럼 배려할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결국 개가 살기 좋은 세상이 사람 살기 좋은 세상인 것 같습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 얘기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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