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북, 양잠산업을 주목해야
2023.07.21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지난주에 한반도에 어마어마한 장대비가 쏟아졌어요. 한국에선 폭우로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는데요. 북한도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농작물 피해 상황이 어떤지요?
조현: 황해남도, 평안남도 등 서해 곡창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다고 합니다. 특히 평안남도 온천지역은 이번에 새로 보강한 배수로가 모두 파괴되고 바닷물이 넘어와서 짠물 피해도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여기 서해 곡창 지역은 북한 곡물 생산의 60%를 차지하는 지역이거든요. 빨리 북한 당국이 이 지역 피해 복구를 위해 나서야 합니다.
MC: 피해 복구를 위해 당장 농민들이 해야 할 일이 있을까요?
북한에서
가장 먼저 침수 피해 복구에 나서야 하는 작물은?
조현: 침수된 논은 서둘러 잎 끝만이라도 물 위에 나올 수 있도록 물을 빼주시고요. 그러면서 벼의 줄기나 잎에 묻은 흙 앙금과 오물을 제거해주세요. 밭작물도 쓰러진 포기는 땅이 굳어지기 전에 다시 세워줘야 하고 물이 빠진 후 뿌리가 노출된 곳은 흙을 덮어주는 ‘북주기’를 해줘야 합니다. 저는 여러 농작물 중에서도 고추를 꼭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북한 농장의 1년 농사 중 농민들에게 실질적으로 이득이 되는 작물이 바로 고추거든요. 농민의 벌이와 직결된 작물이니 특별히 더 지켜야 하겠습니다. 침수된 고추들은 역병, 무름병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빨리 배수를 해줘야 하고요. 쓰러진 고추는 신속히 세우고 흙이 씻겨 내려갔다면 다시 덮어주고, 수확한 고추는 빨리 건조시켜서 부패를 방지해야 하겠습니다.
MC: 결국 발 빠른 처치가 급선무겠네요. 매년 피해는 점점 더 커져만 가는데요. 계속 이렇게 피해 복구만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농민들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심정이 아닐까 싶은데요. 힘 빠져 있을 북한 농민들에게 앞서 말씀하신 고추처럼 장기적으로 돈이 되는 작물이 또 없을까요?
조현: 현재 북한 실정에 완전히 새로운 걸 시도할 수는 없고요. 해오던 것 중에 양잠산업에 더욱 집중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북한 농업 발전이 정체되는 이유는 우리가 늘 얘기하는 제도의 경직성, 부정부패, 기술부족 외에 자금의 부족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은 농장이 주체가 되어 농사를 짓거든요. 농장 단위로 이 양잠산업을 강하게 밀어붙이면 좋겠습니다.
MC: 네. 양잠산업이라면 생소하게 느낄 분도 계실텐데요. 누에를 키워서 고치를 생산하는 거죠. 누에에서 뽑은 실로 명주실도 만들고 번데기는 사람이 먹거나 사료로도 쓰고 또 비누도 만들 수 있고요. 활용도가 높다는 건 잘 아는데 북한에서 경제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어느 정도인가요?
경제성 높은 양잠산업
북한 농가 소득 향상의 핵심 기술
조현: 누에 키우기는 품이 많이 들어서 그렇지, 하면 반드시 돈이 됩니다. 특히 중국과 유럽에서는 명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수요가 꽤 높습니다. 북한의 평양, 함흥, 사리원 등 주요 도시에는 명주실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공장들이 있는데요. 이 공장들에서 생산된 명주실은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거든요. 북한의 해외 수출 측면에서 보면 금 다음의 외화 원천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사업입니다. 특히 지금 7월은 봄 누에치기를 종료하고 가을 누에치기를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양잠이 뽕나무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잎을 누에에게 먹여서 명주실을 뽑는 거잖아요. 농장들은 생산성이 낮은 뽕나무를 우량 품종으로 교체해야 하고요. 뽕나무를 많이 심어 뽕잎 따는 면적도 늘리고, 잠실 소독도 잘 하고, 질 좋은 누에섶(누에가 올라가 고치를 짓도록 마련해 놓은 잎이 붙어 있는 짚이나 나뭇가지)을 이용해 고치의 질을 높여야 합니다. 이 방송을 들으시는 누구든 이 사업을 강하게 내밀어 보세요. 북한은 1년에 2회 누에 사육을 하고 있는데, 양잠으로 돈을 벌려면 최소한 3회는 해야 합니다. 한국은 다회 사육기술을 도입해서 6회까지 하고 있거든요. 농업간부들은 다회 누에치기 등 앞선 방법과 기술을 받아들여 누에고치 생산을 늘려야, 농가 소득 향상과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킬 자금 마련이 가능해집니다. 이것이 지금 북한에서 농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획기적인 방법입니다.
MC: 네. 단 몇 개의 협동농장이라도 꼭 시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양잠산업에서 중요한 건 누에를 키울 좋은 환경을 만드는 건데 그러자면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보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알고 있는데요. 맞나요?
조현: 네. 온도, 습도 아주 중요합니다. 누에의 알을 보관할 때와 알에서 부화한 누에를 보관할 때의 온도가 다른데요. 누에 알의 경우, 한국은 최근 보관 온도를 5℃로 보장하는 전용 냉장 보관고를 사용합니다. 북한은 이런 시설이 없어서 가정용 냉장고가 있는 곳에선 냉장고를 쓰고, 아니면 그냥 보관하더라고요. 확실히 효과를 덜 볼 수밖에 없죠. 알에서 부화한 후에는 25~26℃로 사육하되 습도는 마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건조하게 사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한국은 양잠산업 과정 중에 해야 하는 누에올리기와 고치따기도 자동 기계를 도입했지요. 북한은 아직 다 사람이 하는데요. 그래도 협동농장 단위로 이 산업을 진행해서 누에를 팔면서 얻는 수익으로 차차 냉장 보관고나 필요한 기계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또 누에 종자의 경우 지금 너무나 퇴화된 종자, 북한 양잠 연구사들이 너무 오래된 품종 가지고 몇 년씩 연구하고 있어요. 이건 시간 낭비고요. 이보다는 중국이나 한국, 동남아에서 새로운 품종을 빨리 들여와 교배 시키는 게 훨씬 이득입니다.
MC: 그렇군요. 그러나 종자의 수입은 당 간부 차원에서나 할 수 있으니 민간인들은 그저 누에 보관, 관리를 잘 하는 게 최선일 거 같은데요. 특히나 여름엔 관리가 어렵잖아요. 사람은 병에 걸리면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아 치료할 수 있지만 누에는 병에 걸리면 치료 불가능이니까요.
누에병은 예방이 답
부족한 소독약은 국제사회에 손 내밀어야
조현: 맞습니다. 누에는 무리사육을 하는 특성으로 전염성이 아주 빠릅니다. 그래서 예방만이 방법입니다. 일단 언제든 환기를 잘 시키고 습기를 없애는 게 중요하고요. 특히 큰 누에들은 호흡량이 많기 때문에 누에 자리를 넓게 해주고 환기를 잘 시켜줘야 합니다. 요즘 같은 7월엔 ‘가을 누에병’이 생깁니다. 누에는 전염성 누에병과 비전염성 누에병이 있습니다. 비전염성 누에병은 담배, 매연, 농약 등에 의한 중독이나 쉬파리 등 천적 곤충에 의한 피해가 대표적이고요. 전염성 누에병은 곰팡이에 의한 굳음병, 세균에 의한 무름병, 바이러스에 의한 고름병 등 종류가 다양한데요. 이런 모든 종류의 누에병을 방지하기 위해서 누에 잠실과 누에 몸에 대한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잠실이라고 하는, 누에 자리 소독을 위해 필요한 건 포르말린인데요. 이건 북한에 많이 있는 제품으로 구하기 쉽고요. 누에 몸을 소독하는 약은 ‘양잠하라솔’이라는 제품입니다. 이건 북한에 없는 약품이지만 해외시장에선 얼마든지 싸게 살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선 북한 정권이 손만 내밀면 이런 것들은 얼마든지 도울 수가 있다는 점, 국제사회와 함께 하려는 노동당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MC: 네. 오늘은 양잠산업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함께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께 감사드리고요. 아무쪼록 저희 프로그램에선 북한 농민 여러분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작물들을 계속 찾아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